[포커스]'미나리' 윤여정, 오스카 드레스 고를 시간

최종수정2021.01.27 08:43 기사입력2021.01.2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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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 아카데미 다크호스
윤여정 美 연기상 16관왕
韓배우 최초 오스카 후보 가능성↑
"현지 분위기 고조…노미네이션 기대"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한국영화계는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 오스카에서 역사를 다시 썼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영화사 100년 만에 최초로 4관왕에 올라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당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 현지에서 환희의 순간을 취재하며 '또 다시 이러한 기쁨을 취재할 수 있을까' 하며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노트북을 덮었건만, 겨우 1년여 만에 또다시 아카데미 레드카펫 위에 한국 영화배우가 오르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기대는 현실이 될까.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그 중심에는 55년 차 배우 윤여정이 있다. 지난해 송강호도 오르지 못한 연기상 후보에 윤여정이 도전하고 있다.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오스카 레이스라 불리는 미국 내 각종 영화상에서 무려 16개의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오스카에 성큼 다가섰다. 그는 LA, 보스턴, 노스캐롤라이나, 오클라호마, 콜럼버스, 그레이터 웨스턴 뉴욕, 샌디에이고, 뮤직시티,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루이스, 디스커싱필름 비평가협회와 美 여성 영화기자협회, 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를 비롯해 뉴멕시코 비평가협회 시상식과 캔자스시티 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돌비극장에서 최초로 한국인 배우의 이름이 호명될지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윤여정/사진=뉴스1

윤여정/사진=뉴스1



파죽지세 '미나리'

재미교포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영화다. 윤여정은 극중 딸 모니카와 사위 제이콥의 부탁으로 어린 손자 데이빗과 앤을 돌보기 위해 미국에서 함께 살게 된 한국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그의 딸로는 한예리가, 사위로는 미국 인기 드라마 '워킹데드' 시리즈와 영화 '버닝'에서 활약한 스티븐 연이 호흡을 맞췄다. 정 감독은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가정의 고단한 삶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담담한 시선으로 풀어내 현지 평단의 호평을 이끌고 있다.


'미나리'를 먼저 본 봉준호 감독은 "자전적인 이야기이면서도 노스탤지어에 젖어 있지 않다는 점이 좋았다. 여러 인물에게 시점이 분산돼 있고, 해설이나 내레이션이 나오지 않는 데서 생기는 거리감이 영화를 더 아름답고 보편적으로 만든 것 같다"고 평했다.


정이삭 감독은 '문유랑가보'로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비평가협회상으로 각본상 4관왕 달성과 함께 덴버 비평가협회의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오스카에 한발 다가섰다. '미나리'는 '미나리'는 '문라이트', '노예 12년' 등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탄생시킨 배우 브래드 피트의 플랜B가 제작하고, '문라이트', '룸', '레이디 버드',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의 오스카 수상을 이끈 A24가 북미 배급을 맡았다.


'미나리'는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10대 영화에도 이름을 올렸다. 로이터통신은 25일(현지시간) 미국영화연구소가 '2020 AFI 어워즈'에서 미나리 등 10편을 최고의 영화로 뽑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찾아 나선 한국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 '미나리'가 10대 영화 수상작에 올랐다"며 "AFI는 10대 영화 중 5편을 백인이 아닌 사람들이 출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 할애했다"고 전했다.


'미리 보는 아카데미상'으로 평가받는 미국영화연구소 10대 영화에 '미나리'가 포함되면서 '미나리'의 오스카상 수상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AFI의 10대 영화 수상작들은 오스카와 골든글로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첫 번째 지표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더불어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리포터 등 다수 연예 매체는 '미나리'를 오스카 작품상·감독상·각본상·연기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커스]'미나리' 윤여정, 오스카 드레스 고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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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관왕' 윤여정, 오스카 문 활짝

'미나리'는 지난해 10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을 통해 국내에 베일을 벗었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정 감독은 "윤여정과 순자가 딱 인 것 같았다"며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이 갔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윤여정은 "나이가 많아서 사람을 보고 일한다"고 웃으며 "아이작(정이삭) 감독을 처음 봤는데 순수해서 마음에 들었다. '요즘 이런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저를 알고 한국영화도 알더라. 시나리오를 봤을 때 아이작이 쓴 건지 모르고 받았다. 이야기가 실제 일어난 일이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했다"고 출연 배경을 밝혔다.


오스카 유력 후보로 점쳐지는 상황에 관해 윤여정은 "누군가 내게 '축하한다'고 인사를 하더라. 아직 후보리 오를지 말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당황스럽다. 아직 후보에 안 올랐다. 누군가의 예상일 뿐인데 굉장히 곤란하게 됐다"며 유쾌한 소감을 전했다.


전형적인 할머니·엄마? 그건 하기 싫었어요.


순자는 전형적인 한국의 할머니와 다른 캐릭터로 그려진다. 윤여정은 "정 감독의 경험을 쓴 터라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생생할 텐데 '똑같이 해야 하냐'고 물었다. 감독이 '선생님이 표현해달라'고 해서 믿음이 갔다. 어떤 감독들은 자신의 기억이 생생해서 그걸 요구하는데 감독은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사실 그 말은 자유를 주는 것 같지만 책임감이 더 큰 거다. 전형적인 할머니, 엄마 그건 하기 싫었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한국인 배우 최초로 연기상을 받을지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 속 유쾌하고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그 다웠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몇 차례 인터뷰로 마주한 그는 일관적이었다. 늘 솔직하고 당당해 때로는 영화의 홍보마케팅 관계자들의 안색이 안 좋기도 했지만, 호쾌한 모습으로 기자들과 마주 앉았다. 편하게 먹고, 마시며 영화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이 스쳤다.


[포커스]'미나리' 윤여정, 오스카 드레스 고를 시간


일전에 인터뷰를 통해 몇 차례 기자와 만난 윤여정은 환갑을 넘겨서도 연기 열정을 잃지 않고 열심히 활동하는 것에 대해 "타이밍이 그렇게 됐을 뿐 일부러 열심히 일한 것은 아니다"라며 "제 나이쯤 되면 실패도 해본 터라 계획대로 인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계획을 갖지 않죠. 일이 오면 순서대로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영화를 촬영하면서는 이렇게 살다가는 인생도 있구나 싶었다. 역할에 제법 빠져들었다"며 뜨거운 연기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여정은 인터뷰 내내 자신을 '노배우'라 칭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곧) 칠십이면 노배우"라며 웃었다. 이어 "여배우는 거북하고 젊고 화려한 후배들한테 붙여야 하는 것 같다. 노배우로 잘살았다. 잘 살았다는 것은 잘났다는 게 아니라 감사히 내 일을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배우는 명예나 돈을 좇을 일도 없다. 마음에 드는 감독, 작가가 있으면 그들의 작품을 하는 것이고. 아등바등 계획해서 뭔가를 얻겠다는 흑심은 전혀 없다"며 솔직한 마음을 꺼내놓았다. 연출자와 글쓴이의 순수한 마음이 좋다는 철학은 십수 년째 그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미나리'도 마찬가지. 함께 작업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고수해온 원칙 중 하나다.


1947년생인 윤여정은 1966년 동양방송(TBC) 3기 공채 탤런트로 입문했다. 이후 영화 '하녀'(1960)로 이름을 알린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로 충무로에 입성해 그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과 대종상 신인상을 받으며 존재감을 떨쳤다. 결혼과 이혼 이후 '바람난 가족'(2003), '여배우들'(2009), '하녀'(2010), '돈의 맛'(2012), '장수상회'(2015),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 '계춘할망'·'죽여주는 여자'(2016) 등에 출연하며 열정적인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가, 데뷔 55년 만에 미국 오스카 레드카펫을 밟을지 주목된다.



한국인 배우 최초 아카데미 초대장 받나

제93회 아카데미상 후보는 3월 15일 발표하며, 시상식은 4월 25일 열린다. 후보 발표까지 한 달 반. 윤여정이 74세에 한국배우 최초로 오스카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영화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팬대믹 여파로 북미 극장이 셧다운 상태였다. 개봉·공개된 영화 편수가 줄어들어 중소작 '미나리'가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관계자는 "최근 미국 내 협회 시상식에서 '미나리' 정이삭 감독과 윤여정이 연이어 수상자로 선정되고 있다. 특히 윤여정은 16관왕에 오르며 오스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러한 분위기는 영화 아카데미협회(AMPAS) 회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개봉작이 많지 않아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포커스]'미나리' 윤여정, 오스카 드레스 고를 시간


또 다른 관계자는 "아카데미 회원들은 백인, 그중에서도 남성 위주로 구성된 만큼 투표에서 다소 편향된 성향을 보여온 게 사실이다. 칸, 베니스처럼 국제영화제가 아니고 미국 내에서 이뤄지는 시상식인 만큼 전형적인 '로컬'(Local)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면서도 "2019년 '그린북'이, 2020년 '기생충'이 각각 작품상을 받았다. 분위기를 고려할 때 올해 '미나리'가 후보에 오르는 그림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서브타이틀(자막)의 벽을 1cm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고 미국 내에서 인상적이라는 반응이 이어지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영화 관계자는 "아카데미는 유색 인종이 만든 영화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지난해 '기생충'을 '백인이 아닌, 동양의 영화를 작품만 보고 우리 손으로 뽑았다'는데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회원들이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상업 영화가 아닌 '기생충'을 뽑았다는 사실이 전 세계 영화인을 놀라게 했다. 정이삭 감독은 재미교포지만 아직 신인 감독이고, '미나리' 역시 작은 규모의 작품이지만 올해 여러모로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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