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매듭에 추억 담아요"…공연을 기억하는 색다른 방법

최종수정2021.01.31 22:19 기사입력2021.01.3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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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공연을 기억하는 방법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사진이나 영상, 음악 등 직접적인 방법으로 기억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다양한 종류의 MD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간접적으로 추억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연극 '비프'와 뮤지컬 '명성황후'가 조금 더 색다른 상품을 선보이며 오래도록 공연을 기억하고자 하는 관객에게 만족감을 안기고 있다.


향기에 담아낸 작품 분위기…연극 '비프'
사진=주다컬쳐, 스보헴

사진=주다컬쳐, 스보헴



연극 '비프'가 공연 중인 드림아트센터 3관에 들어서는 순간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향이 코끝을 스친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강렬한 향을 느낄 수는 없지만,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한 사립학교의 교실 안에 관객이 위치해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데는 충분하다. 조향 전문 브랜드 '스보헴'이 탄생시킨 '비프'의 시그니처 향 덕분이다.


스보헴은 체코 국립 영화학교 출신 아트 디렉터와 북유럽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마케터였던 조향사가 만나 탄생시킨 브랜드다. 스보헴 측은 "평소에도 인상 깊게 본 작품의 캐릭터나 테마를 향과 일러스트로 오마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구성원 모두가 공연예술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비프'의 경우 원작을 재해석하는 작업은 익숙했다. 하지만 그 향기를 공연장 안에서 관객이 공통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설치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작업이었다. 그래서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연극 '비프'와 협업을 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비프'의 시그니처 향을 제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대본을 읽고 메인 향조를 구상했다. 여러 샘플을 만들어 본 후 극을 더 잘 담아낸 향을 채택했고,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 디테일 조정을 반복했다.


공연장의 경우 온도와 습도, 공조 장치 가동 등 일상적인 공간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리허설 기간 동안 공연장에 디퓨저를 설치해두고 모니터링했다. 마스크를 쓴 관객에게 효과를 발휘하면서도, 배우에게는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의 발향 지점을 찾아내는 게 포인트였다.


'비프'만을 위해 제작된 시그니처 향에는 베티버와 시더우드를 써서 배경이 되는 고급 사립학교처럼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동시에 건조하고 다소 묵직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여기에 시나몬과 클로브, 카르다몸 등 향신료 종류를 사용해 날카롭고 긴장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샌달우드와 앰버의 향기가 부드럽게 가라앉아 마무리 되면서, 극의 결말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


사진=주다컬쳐, 스보헴

사진=주다컬쳐, 스보헴



이번 작업에서는 연극 '비프' 속 일관된 정서를 향에 담고자 했다. 스보헴 측은 "외딴 곳에 있는 사립학교가 배경이고, 등장인물들 역시 각자가 감추고 있는 내면의 비밀이 있다. 때문에 이 연극에서 중요한 요소는 '고립'일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인물들 사이에서 증폭되는 긴장감이 향기에서도 느껴지도록, 고급스러운 우디와 날카로운 스파이시 노트를 주요 향조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문의 상자가 등장하는 부분이 있다. 대본으로 그 장면을 읽고 나서 전체 향조는 극의 분위기에 맞게 우디로 결정하되, 향기의 후킹 요소(사람을 끌어당기는 요소)로 화약 느낌이 함께 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은 향의 개성이 강하게 어필되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면, 이번에는 관객에게 향이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닌, '분위기'로 느껴질 수 있게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이에 안정적이고 은은한 발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그래서 첫 구상 당시 공연장 천장에서 향기가 자동 분사 되는 형태를 고려했으나, 관객이 향기의 존재를 의식해 연극에 집중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디퓨저로 형태를 바꿔 공연장 내에 향이 골고루 퍼질 수 있게 했다.


스보헴 측은 "우연히 레몬향을 맡으면 머리로 '레몬향이 난다'고 인식하기도 전에 기분이 상쾌해지지 않나. 공연장에서도 관객들이 '향이 난다'고 인식하기 전에 향을 통해 극의 분위기에 더 몰입하게 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연극 '비프' 전용 디퓨저에 사용된 로고. 사진=주다컬쳐, 스보헴

연극 '비프' 전용 디퓨저에 사용된 로고. 사진=주다컬쳐, 스보헴


MD로 제작된 디퓨저에 사용된 로고 역시 '비프'만을 위해 새롭게 디자인했다. '비프'의 엠블럼인 저울과 장미가 어우러진 모양새다. 클래식한 일러스트 스타일이 어울릴 것이라는 판단하에 일러스트를 수작업으로 탄생시켰다. 스보헴은 "극 중 캐릭터들의 가치관이 충돌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춰가는 모습이 학교의 상징인 저울과 어울린다고 생각돼 메인 이미지로 잡았다. 장미는 자세히 보면 잎들이 흩어져 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되는 갈등과 감정을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으로 표현했다"고 이야기했다.


'비프'의 이규린 프로듀서는 "연출님과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관객을 만나기까지 작품에 정성과 공을 들이는 것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눴다. 특히 공연장에 들어왔을 때 처음 보게 되는 이미지와 정서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향' 이야기가 나왔다"고 작품의 분위기를 향에 담아내게 된 계기를 떠올렸다.


공연장 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현 상황으로 인해 관객들이 '비프'의 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은 이 프로듀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은은한 향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발향 정도가 조정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매듭…뮤지컬 '명성황후'
사진=취프로젝트

사진=취프로젝트



뮤지컬 '명성황후'는 잊혀 가는 한국 문화의 가치를 다시 찾아내는 '취 프로젝트'와 협업했다. 이번 협업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오얏꽃'이다. 오얏꽃은 대한제국 황실의 문장이었으며, 당시 건축물, 훈장, 화폐, 우표 등 다양한 곳에 상징으로 사용된 바 있기에 이번 MD의 모티브가 됐다.


일상 속에서도 전통 공예와 한국 문화를 가까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브랜드의 목표인 만큼, '명성황후'와의 컬래버레이션에서도 일상생활에 쉽게 접할 수 있는 팔찌와 파우치를 선보였다.


취프로젝트 측은 "명성황후를 상징할 수 있는 오얏꽃과 황실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황실의 고귀한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제품의 재질부터 실 컬러까지 신경썼다"고 강조했다.


"향기·매듭에 추억 담아요"…공연을 기억하는 색다른 방법

팔찌에 사용된 실(위), 파우치 자수에 사용된 실(아래). 사진=취프로젝트

팔찌에 사용된 실(위), 파우치 자수에 사용된 실(아래). 사진=취프로젝트



이어 "쉽게 접할 수 없는 전통 매듭을 우리의 옷에 어울리는 디자인과 컬러로 표현할 수 있는 팔찌로 만들어 알리고 싶었다. 파우치는 은은하게 반짝이는 빛깔의 원단에 자수실을 금색으로 선택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고 두 제품을 소개했다.


특히 오얏꽃 매듭 팔찌는 국가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 이수자 박형민 장인과 함께 작업한 것이 특징이다. 박형민 장인과 함께 실 컬러, 디자인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친 다음, 취프로젝트가 현대적으로 풀어낸 디자인에 전통 매듭 방식이 더해져 깔끔하면서도 한국적인 미가 느껴지는 제품이 탄생했다.


파우치의 경우에도 황실 느낌의 고급스러운 원단을 찾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자수 실의 컬러, 자수의 크기 등을 하나하나 조절해가며 높은 완성도의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사진=에이콤

사진=에이콤



'명성황후' 제작사 에이콤은 "뮤지컬 '명성황후'와 잘 어울리는 전통적인 콘셉트를 현대적으로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는 곳이다. 또 장인 선생님들의 수제작으로 만들어지는 상품이라는 점과 '명성황후' 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상품이라는 점이 지닌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다"고 취프로젝트와 협업을 마음먹게 된 계기를 전했다.


MD 상품을 선보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작품의 콘셉트'다. 에이콤은 "'명성황후'에서는 조선 왕실의 상징인 '오얏꽃'과 명성황후가 마지막으로 머물던 장소인 '건청궁'을 메인 디자인으로 해 전체적으로 MD 디자인에 통일성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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