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지금 우리에게 홍광호의 '맨오브라만차'가 필요한 이유

[공연리뷰]지금 우리에게 홍광호의 '맨오브라만차'가 필요한 이유

최종수정2021.02.16 06:26 기사입력2021.0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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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맨오브라만차' 리뷰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홍광호가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로 1년 만에 무대에 섰다. 한층 깊어진 그의 캐릭터 소화력은 작품이 전하는 꿈과 희망의 메시지와 맞물려 더욱 진한 위로를 안긴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제작 오디컴퍼니)는 종교 재판을 받기 위해 지하 감옥에 갇힌 세르반테스가 다른 죄수들에게 자신이 쓴 소설 '돈키호테'를 연극의 형태로 선보이는 것을 큰 틀로 한다.


'돈키호테'는 자신이 돈키호테라는 기사로 착각하는 괴짜 노인 알론조 키하나와 그의 시종 산초의 모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으로, 세르반테스가 알론조 키하나이자 돈키호테로, 다른 죄수들이 극 중 등장하는 각각의 인물로 분해 연극을 펼쳐나간다.


그 과정에서 세르반테스 역의 배우는 무대 위에서 직접 가발과 수염을 착용하고, 갑옷을 입고, 기다란 창을 들면서 능청스럽게 알론조 키하나로 변신한다. 그렇게 극 중 죄수들은 물론, 객석에 앉아 그의 변신을 마주하고 있는 관객까지 서서히 '돈키호테'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 순간부터 누구보다 당당하게 "나는 돈키호테, 라만차의 기사"라고 외치는 괴짜 노인의 여정을 함께하며, 관객은 그와 함께 울고 웃는다.


[공연리뷰]지금 우리에게 홍광호의 '맨오브라만차'가 필요한 이유


1막을 마무리할 즈음,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온다. 작품의 메인 넘버이자 뮤지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곡인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이다. 이를 통해 돈키호테는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 그 꿈을 향해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말한다. 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세등등하게 모험을 이어가던 돈키호테는 결국 기사가 아니라 그저 노인일 뿐인 자신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고 충격에 휩싸여 쓰러진다. 하지만 그의 여정이 보여준 순수한 용기와 이상을 향한 열정은 거친 삶을 살아온 알돈자를 '순결한 레이디' 둘시네아로 만들었고, 지하 감옥에 갇혀 메말라 가던 사람들에게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안겨줬다.


그와 동시에 공연장을 채운 관객의 마음에도 따뜻한 위로와 희망이 자리 잡는다. '맨오브라만차'가 꾸준하게 사랑받는 이유이자,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시기에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더욱 뜻 깊게 다가오는 이유다.


[공연리뷰]지금 우리에게 홍광호의 '맨오브라만차'가 필요한 이유


작품의 중심에는 홍광호가 있다. 홍광호는 어쩌면 허황돼 보일 수도 있는 돈키호테의 여정을 설득력 있게 펼쳐냈다. 극중극의 형식으로 진행되기에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를 오가는 인물의 모습이 다소 어색하게 다가올 수 있을 터. 하지만 홍광호는 두 인물을 부드럽게 오가면서도 확실하게 구분해 관객의 혼란을 덜었다.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맨오브라만차'로 돌아온 그는 더욱 깊어진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세르반테스는 여유로우면서도 단단해졌고, 돈키호테는 한층 능청스러워졌다. 부담을 한 겹 내려놓고 무대를 즐기면서도,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않고 오롯이 인물 그 자체로 무대에 존재했다. 괴짜 노인의 톡톡 튀는 모습부터, 거울을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 내리는 모습, 모든 이야기를 마치고 환하게 웃으며 걸어 나가는 모습까지, 인물에 녹아든 섬세한 감정들이 보는 이의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감동을 안긴다.


이번에도 홍광호의 목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면밀하게 파고들었다. 흥겨운 리듬의 넘버 '맨 오브 라만차'로 한 번, 감미로운 음색으로 전하는 '둘시네아'로 또 한 번 관객의 심장을 두드렸다.


압권은 단연 '이룰 수 없는 꿈'이다. 돈키호테의 모습으로 꿈을 이야기하던 그가 허리를 꼿꼿이 세운 뒤 세르반테스의 모습으로 "이게 나의 가는 길"이라고 외치는 순간은 관객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넘버의 마지막 부분 음정에 변화를 가한 것 만으로도 완전히 새로운 '이룰 수 없는 꿈'을 만들어냈다.


[공연리뷰]지금 우리에게 홍광호의 '맨오브라만차'가 필요한 이유


홍광호의 이번 무대가 더욱 뜻깊은 이유는 그가 지난해 1월 '스위니토드'를 마무리한 후 약 1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 1년의 시간 동안 홍광호는 코로나19로 인해 작품 연습과 공연 취소를 반복하며 무대를 향한 그리움을 쌓아왔다. 그렇기에 이번 '맨오브라만차'는 공연을 향한 그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무대임과 동시에 홍광호의 무대를 그리워했던 관객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무대다.


홍광호의 소속사 PL엔터테인먼트는 "무대에 오르지 못한 1년간 관객이 홍광호의 공연을 볼 수 없어 아쉬웠던 것처럼, 배우 역시 무대에 오르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공연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 역시 정말 컸다. 다행히 '맨오브라만차'로 무대에 돌아오지 않았나. 작품의 내용상 더더욱 관객에게 위로를 주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무대에 선다"고 1년 만에 무대에 돌아온 만큼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홍광호의 입장을 대신 전했다.


이어 "무대에서 벅차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배우는 무대에서 숨을 쉬는구나 느꼈다"며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매 무대 성장하고 노력하는 모습에 감사하다"고 배우를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한편 '맨오브라만차'는 오는 3월 1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사진=오디컴퍼니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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