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강은일, '스모크'가 알려준 깨달음

최종수정2021.03.24 11:24 기사입력2021.02.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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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모크' 강은일 인터뷰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처음에는 포기하려고 했어요. 연기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절망적이었지만,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스모크'를 하게 되면서 깨달았어요. 내가 진짜 연기가 간절했구나."


뮤지컬 '스모크'는 근대문학의 모더니스트 이상의 연작 시 '오감도(烏瞰圖) 제15호'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작품으로, '초(超)', '해(海)', '홍(紅)' 세 명의 인물을 통해 시대를 앞서 나간 '이상'의 천재성, 절망, 희망 등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강은일은 이번 작품을 통해 약 1년 6개월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그는 "정말 떨렸다.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해야 했다. 눈치 봐야 할 것도 많고, 신경 쓸 것도 많았다. 여유가 많이 없었는데, 공연을 하면서 점점 여유를 찾게 됐다. 뭐가 우선인지를 알게 됐고, 그러면서 작품은 물론 저 자신에게도 더 집중하게 됐다"고 복귀 소감을 전했다.


[인터뷰①]강은일, '스모크'가 알려준 깨달음


강은일은 '스모크' 측에서 출연을 제안했을 때, 고민할 것도 없이 수락했다. 더없이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 하지만 공연 준비가 시작되면서 하나둘 고민이 피어올랐다.


"저를 믿어주시는 만큼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공연을 올리기 전까지 정말 불안했어요. '내가 이 시기에 무대에 오르는 게 맞나, 내게 역할을 준 회사는 후회를 안 할까' 같은 고민이었죠. 다행히 제작사에서 걱정하지 말라고, 연기만 잘하면 된다고 힘을 실어주셨어요."


많은 고민 끝에 무대로 돌아오게 됐지만,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할 수는 없었다. 애초 지난해 9월 개막 예정이었던 '스모크'는 개막이 연기돼 12월에 막을 열었고, 그 후에도 공연 중단의 위기를 겪은 바 있다.


강은일은 "당시 대학로에 코로나19가 퍼져서 연습이 급하게 중단됐고, 그러다가 공연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무대만 꿈꾸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개막이 밀린 거다.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혼자 바다를 갔다. 마침 그때 들린 게스트하우스에서 사람을 구한다길래 서울에 올라가지 말까 라는 생각도 했다. 결국 서울로 돌아왔는데 막막하더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그렇게 막막하던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공연을 시작하면서 안정을 많이 찾았다. 관객분들이 평가를 해주시니 안도감이 생겼다. 호평이든 혹평이든, 저를 그냥 그 캐릭터로서 봐주신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행복하고 위로가 됐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인터뷰①]강은일, '스모크'가 알려준 깨달음


강은일은 지난 2018년에도 '스모크' 무대에 오른 바 있다. 그는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공부를 정말 많이 해야 했다. 사실 이번에 다시 하면서도 많이 부딪히는 부분이 있었다. 난해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고민을 하고 생각을 맞춰가면서 하나씩 쌓여갔다. 그러면서 작품과의 결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겼더라. 이전에는 몰랐는데 그 일을 겪으면서 이상의 삶과 내 삶이 닮게 됐다. 극 중 홍, 초, 해가 말하고 있는 메시지와 우리의 인생에 다 맞닿아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모든 걸 끝내고 싶을 정도로 포기했을 때, '스모크'라는 기회가 왔고, 다시 연기를 하려고 마음먹게 됐어요. 힘든 일이 있겠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그게 제 숙명이라고 생각했죠. 이상도 그런 고통 속에서 글을 써야 하는 인물이잖아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숙명을 쫓아 앞으로 나아가자, 그리고 결국 날아보자는 작품의 메시지가 모두의 삶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


[인터뷰①]강은일, '스모크'가 알려준 깨달음


'스모크'에는 해와 초, 홍이 등장한다. 무대에는 세 배우가 존재하지만, 결국 그들이 모두 이상을 뜻한다는 점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다. 강은일이 연기하는 해는 순수한 소년의 모습을 지녔다. 이에 대해 그는 "이상은 모든 걸 해탈했기 때문에 그가 원했던 모습, 즉 초심이었던 것 같다. 글을 쓰고 싶을 때 쓰는 자유로움을 원했기 때문에 기억을 잃은 순수한 아이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과 초에 대해서는 "사람 내면에는 밝은 모습도 있고 고민도 있는 것처럼 복합적인 감정이 있지 않나. 초는 고통과 아픔,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원망, 홍은 사랑, 따뜻한 마음, 가족애 같은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김해경(이상)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자신의 모든 걸 내려놓고 공허한 세계에서 살아가고 싶어했을까. 자기 마음에도 기대지 않았던 외로움 속에 홍, 초, 해가 분리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극 중 해는 바다를 꿈꾸는 인물로 그려진다. 강은일은 "해는 희망의 바다를 봤지만 초는 죽음의 바다를 본다. 해는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게 행복이라는 걸 이제서야 찾아낸 것이다. 반면 고통과 허망을 생각하는 초는 얼마나 죽음을 원했을까. 그런데 결국 그 둘은 같은 존재 아닌가. 마지막에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함께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계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조차도 허상일 수 있다. 하지만 저는 희망을 품었다고 생각한다"고 희망적인 해석을 전했다.


봇물 터지듯 '스모크'를 향한 깊이 있는 해석을 꺼내놓은 그는 "'스모크'는 진국이다.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하면 할수록 재밌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런 어려움을 '스모크' 덕분에 즐기게 됐다. 역할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계속 파고드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 캐릭터에 다가가고 싶고, 관객을 설득시키고 싶고. 그러다 보니 내 안에 작품에 대한 생각이 적립되고. 그런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인터뷰①]강은일, '스모크'가 알려준 깨달음


우여곡절 끝에 제 자리를 찾은 강은일. 그의 목표는 '물 같은 배우'다. 강은일은 "어디든 잘 스며들고 싶다. 또 어떤 모양의 인물에게도 잘 맞춰서 그 형태를 갖추고 싶다. 잘 스며들려면 열심히 해야 하고 잘해야 한다. 스며드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운명처럼 다시 만난 '스모크'. 강은일에게 '스모크'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까. 그는 "평생 못 잊을 것"이라고 덤덤하지만 애틋하게 말을 꺼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 기적처럼 나타난 작품이에요. 이 작품이 있었기에 연기를 계속할 수 있었고, 그래서 살아갈 수 있었어요. 이제는 연기를 못하면 못 살 것 같아요. 연기를 떼어내고 싶다고 떼어낼 수 없다는 걸 깨닫게 해준 작품입니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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