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의 힘, 단단히 뿌리내린 '미나리'처럼

최종수정2021.03.24 15:56 기사입력2021.02.2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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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 온라인 기자간담회
한국계 창작진·美플랜B 협업
윤여정 오스카行 유력
백인 주류 시선 벗어나
보편적 공감 이끈 가족애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해외 자본과 제작진, 국내 프로듀싱팀과 배우들을 만나 탄생한 K콘텐츠 '미나리'가 오스카 유력 후보로 꼽히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과 제작 환경 변화를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유연한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스티븐 연은 "그동안 소수 민족을 그린 작품 대부분은 백인 주류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였지만 '미나리'는 달랐다"며 제작 참여 배경을 전했다.


26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미나리' 화상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스티븐 연, 윤여정, 한예리, 정이삭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는 희망을 찾아 미국 이민을 선택한 어느 한국 가족의 삶을 그린 영화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올랐던 데뷔작 '문유랑가보'(2007)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K콘텐츠의 힘, 단단히 뿌리내린 '미나리'처럼

K콘텐츠의 힘, 단단히 뿌리내린 '미나리'처럼


'문라이트', '노예 12년' 등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탄생시킨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 B와 '룸', '레이디 버드' 등 여러 차례 오스카 레이스를 이끈 북미 배급사 A24가 제작했다.


'미나리'는 제36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받았으며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미국배우조합상(SAG)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 74관왕 157개 노미네이트를 기록하며 오스카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가 담은 인간애와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주요했다고 바라봤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지만, 많은 관객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이민자의 삶을 담고 당시 시대상을 반영해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라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함께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며 공감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배우들이 훌륭했다.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여줬다. 모든 배우가 스토리에 열린 마음으로 함께했다. 인간애가 묻어나는 연기를 섬세하게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옥자', '버닝'에서 활약한 스티븐 연이 가족을 위해 농장에 모든 힘을 쏟는 아빠 제이콥을 연기했고, 한예리가 낯선 미국에서 가족을 이끌며 다독여주는 엄마 모니카로 분했다. ‘할머니 같다’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은 잘 아는 할머니 순자 역은 윤여정을 통해 반짝이는 캐릭터로 완성됐다.


이날 윤여정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촬영 중이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한국 관객분들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 식구처럼 조그만 돈으로 만들었다. 기대도 안 했는데 큰 관심을 주셔서 처음에는 좋았지만, 지금은 실망들 하실까 봐 걱정스럽고 떨린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스티븐연은 '미나리'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부모님과 4살때 미국으로 건너왔다. 제이콥이 좋은 이유는 진실한 캐릭터라는 점이다. 영화를 통해 아버지 세대를 잘 이해하게 됐다. 아버지를 볼 때 한 사람으로 보기보다는 문화적, 언어적 장벽이 존재했다. '미나리'를 통해 아버지라는 사람도 알게 됐다. 롤모델로 삼았다고까지 말할 수 없지만, 배역을 지어나가며 '내가 나의 아버지구나'라고 느꼈다. 그렇지만 틀에 박힌 그 시대의 아저씨를 연기하긴 싫었다"고 주안점을 꼽았다.


K콘텐츠의 힘, 단단히 뿌리내린 '미나리'처럼


윤여정은 사우스이스턴, 밴쿠버 비평가협회의 여우조연상까지 연기상 통산 26관왕을 달성하며 아카데미행 청신호를 밝혔다. 그는 "상패는 지금까지 한 개 받았다. 말로만 전해 들었지 실감을 못 하고 있다. 그저 나라가 많으니 상도 많구나 싶다"고 솔직히 말해 웃음을 줬다.


그러면서 "경악스럽다. 나는 노배우다. 젊은 사람들이 뭔가를 이룰 때 감격스럽고, 미국 현지에서 감독이 무대에 올라갔을 때 눈물이 났다. 사람들이 다 일어나서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이 양념이 센 음식을 먹어서 심심하다고 하면 어쩌나 싶은데. 건강에 좋으니까 잡숴봐 달라.(윤여정)


미국 국적 교포인 정이삭 감독과 작업 방식에 큰 만족감을 드러낸 윤여정은 "어떤 감독들은 배우를 가둬둔다. 자전적 경험을 썼으니 감독에게 '할머니 역할을 하는 거니까 실제 할머니를 흉내 내야 하냐'고 물었다. 특별한 제스쳐를 해야 할지 물었더니 '선생님이 스스로 하라'더라. 마음속으로 A+를 줬다. 자유를 얻은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정이삭 감독은 자신의 할머니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인천 송도에서 잠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창밖으로 나이 든 여성들이 조개를 캐는 모습을 봤다. 할머니가 떠올랐고, 만약 할머니가 안 계셨다면 제가 여기 와서 강의할 수 없겠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K콘텐츠의 힘, 단단히 뿌리내린 '미나리'처럼


윤여정은 자신의 미국 거주 경험을 순자에 녹였다고 밝혔다. 그는 "친구 할머니가 미국에 와서 밤을 깨물어 손자한테 주는 걸 보고 친구 남편인 현지인은 이해를 못 하더라"며 "정이삭 감독한테 이러한 이야기를 해서 반영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할머니들은 대개 바닥에서 자지 않나. 감독한테 이런 의견을 이야기했고 존중해서 세트를 바로 바꿨다"고 떠올렸다. 또 "원더풀 미나리"라는 대사도 자신의 아이디어였다고 밝히며 "어느 정도 미국에 살았으니 원더풀이라는 단어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전했다.


스티븐 연은 '미나리'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시나리오에 매료돼 제작을 이끌었다. 제작비를 일부 부담하고 주연으로도 나선 그는 "대본이 신선해 좋았다. 미국에서 있는 한인 배우로 일하다 보면 소수 인종을 다룬 스크립트를 많이 받는다. 주로 그 인종의 문화를 설명하는 듯한 경우가 많다. 백인 주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는데 '미나리'는 달랐다"고 차별점을 꼽았다.


'미나리'는 가족에 대한 스토리였고 매우 한국적인 스토리를 담은 영화라고 느꼈다. 공감하는 주제를 다뤘고 대본이 훌륭해서 함께하게 됐다. 한국·미국에서의 프로듀서 역할이 다르고 기대도 다르다. '미나리'는 플랜B 프로듀서가 현장을 맡았고, 나는 미국에서 보지 못했던 스토리인 만큼 제작자로서 생각한 부분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제작에 참여한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스티븐 연)

K콘텐츠의 힘, 단단히 뿌리내린 '미나리'처럼


'미나리' 팀은 실제 가족처럼 작품을 만들어갔다. 국적, 문화 등은 다르지만 서로를 위하고 이해하며 가족이 된 실제 영화처럼 단단해졌다. 정이삭 감독은 "한인 이민자와 한국적 정서, 당시 이민자의 이야기, 미국 농민들의 삶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여기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며 "마지막 장면 촬영을 마치고 함께 포옹하고 박수를 보내며 인사를 나눴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하나의 팀으로 함께 해냈다는 점에 굉장히 감동받았다. 촬영이 끝나고도 계속해서 연락을 나누며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 또한 "같이 밥을 먹으면서 가족이 됐다고 느꼈다. 음식을 나누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 각별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윤여정은 정이삭 감독의 깜짝 이벤트를 전했다. "정이삭 감독이 호주인 등 다양한 국적의 스태프들 다 데리고 제 숙소에 왔다. 다 같이 저한테 절을 하더라. 인상적이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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