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김국희, '할머니 장인' 그 이상의 배우

최종수정2021.03.24 11:30 기사입력2021.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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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김국희 인터뷰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배우 김국희를 설명하는 수많은 수식어가 있지만, 그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할머니 장인'이다. 김국희는 '빨래', '레드북' 등 다양한 작품에서 할머니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물론 그의 경이로운 캐릭터 소화력 덕분에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지만,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배우의 한계를 지어버리는 것 같아 아쉬움도 있었다.


김국희는 "저를 오랜 시간 봐주신 분들은 그런 부분 때문에 속상해하시기도 했다. 하지만 저는 그것도 배우 김국희를 각인시키기 위한 키워드였다고 생각한다.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무조건 김국희가 해야 하는 역할'이 없다고 하시더라. 그만큼 캐릭터에 흡수된다는 이야기면서 동시에 제 색깔이 없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초연하게 답했다.


이어 "할머니 캐릭터에 대해서도 '언제까지 그것만 할래'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네가 하는 할머니 연기를 못 본 사람이 훨씬 많아'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니 내가 역할을 피할 필요가 없다고. 그래서 캐릭터를 선택할 때 언제나 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선택한다"고 말했다.


[인터뷰②]김국희, '할머니 장인' 그 이상의 배우


김국희에게는 '할머니 장인' 그 이상의 다채로움이 있다. 노역은 물론 귀여운 소녀의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유쾌함과 진지함을 능숙하게 오간다. 특유의 가슴 울리는 연기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도 강점이다. 이번 '베르나르다 알바'를 비롯, '스위트홈', '유열의 음악앨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그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김국희는 "'스위트홈' 속 캐릭터는 27살이다. 노안이어서 아줌마라고 불리면 발끈한다.(웃음) 싸하면서도 한 마디를 툭 던지는 모습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걸 보시고 제가 해왔던 역할과 다르다고 말씀해주시는 분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튀어 보이면 사람들이 밉게 볼 거 같고, 덜 하면 기억에 안 남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 적당함을 찾는 시간이 길었다. 그런 시간을 오래 버텨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속 마르띠리오는 외모에 대한 극심한 콤플렉스를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김국희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직업이지 않나. 캐릭터의 다양성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여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적은 건 사실이고, 그 안에서 예쁘지 않은 여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더 적다. 저는 제 모습을 마음에 들어 하지만,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기준에 벗어난다고 생각했다"고 덤덤하게 털어놨다.


이어 "시작할 때부터 출발선이 너무 뒤에 있는 기분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부분에서 유리한 직업을 선택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많이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과 다른 내 모습을 장점으로 받아들이니까 다른 분들도 장점으로 봐주셨다. 마음먹기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나도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을 때는 힘들었지만, '나도 매력적이야' 라고 받아들인 순간 내 장점이 됐다"고 미소 지었다.


[인터뷰②]김국희, '할머니 장인' 그 이상의 배우


김국희는 음악극 '태일'에도 출연 중이다. 극 중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는 태일 외 목소리 역을 맡아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그는 "모든 작품을 사랑하지만 '태일'에게 갖는 느낌은 다르다. 처음부터 함께해서 조금 더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다. 상업적인 걸 벗어나 오로지 전태일만 보이게 해보자는 생각에 만들어간 작품이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갈수록 더 힘들고, 더 많이 운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무대는 물론 영화, 드라마까지 쉴 새 없이 바쁘게 달려온 김국희의 가장 큰 고민은 막상 자신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작품을 하게 됐는데, 인물의 분량이 적어도 그 사람의 서사의 무게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조금만 생각할 수가 없다. 이 사람 생각하고 저 사람 생각하다 보면 김국희를 생각할 시간이 없어서 헛헛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 애써 멍 때리는 시간을 준다. 제 코드를 뽑아버리는 것 같다. 물론 이 시기에 이렇게까지 달릴 수 있다는 건 감사해야 하는 일이지만, 마르띠리오가 마음이 아픈 캐릭터라 그런지 공연이 끝나면 저도 마음이 지쳐있더라. 그래서 의식적으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김국희는 "긍정적인 걸 나눌 수 있는 좋은 배우였으면 좋겠다. 엄마가 이런 얘기를 자주 해주셨다. 배우라는 직업은 특히 개인 성향이 잘 보이는 직업이니 마음을 좋게 쓰기 위해 노력하라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면서 긍정적인 무언가를 많이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또 "내가 한 작품에서 엄청난 역할을 하는 것보다, 내가 아무것도 못 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로 인해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해주시는 말 한마디가 날 움직이게 한다. 그게 어떤 것보다 값지지 않을까. 끝까지 연기를 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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