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영어가 나와야 미국영화인가

최종수정2021.03.02 12:43 기사입력2021.03.0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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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미국인 연출·美제작사 투자작
감독 수상소감서 '마음의 언어' 역설
CNN "인종차별 문제 상기"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영어가 나와야 '미국 영화'일까.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영화에 외국어가 50% 이상 포함되지 않은 영화는 외국어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한 이유로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미나리'를 미국 영화가 아니라고 분류해 최고의 외국어영화로 평가했다. 미국 자본에 의해 미국인 손에 태어난 영화를 단지 영어가 절반 이상 포함되지 않았다고 외국어영화로 볼 수 있을까. 현지 언론은 할리우드 내 인종차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지적하며 일제히 비판 기조를 보였다.


1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비벌리힐스 더베리힐튼호텔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개최된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미나리' 영어가 나와야 미국영화인가

'미나리' 영어가 나와야 미국영화인가


'미나리'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은 화상 연결을 통해 딸을 품에 안고 인사를 전했다. 그는 "(딸이) 이 영화를 만든 제 이유"라고 소감을 시작했다. 배우, 스태프, 가족에게 공을 돌린 정 감독은 "영화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족은 각자의 언어를 알기 위해 노력한다. 그건 어떤 미국의 언어나 외국어보다 심오한 것"이라며 "바로 그건 마음의 언어다. 나도 그걸 배울 것이고 물려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소감을 통해 작품을 빗대 물리적 언어가 아닌 마음의 언어를 강조하며 외국어영화상으로 분류된 것에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모국 영화로 인정받지 못하는 아쉬움이 짙게 베어난 소감이었다.


'미나리'의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은 지난해 봉준호 감독 '기생충'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영화 수상 쾌거로도 볼 수 있지만, '기생충'과는 태생적 차이를 지녔다는 점에서 다르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미국 이민을 선택한 어느 한국 가족의 삶을 그린 영화로 이민 2세인 한국계 미국인 스티븐 연이 주연을 맡았으며 윤여정, 한예리 등이 출연했다. 재미교포 정이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를 완성했다. 스티븐 연과 정이삭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이민자 가족으로서 느낀 자전적 경험이 녹아있다는 점이 시선을 끌었다. 아울러 윤여정은 북미 내 26개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아카데미(오스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스티븐 연의 남우주연상과 작품상·감독상 유력 후보로도 떠오르고 있는 상황. 그러한 상황에서 외국어영화로 규정짓는 것을 두고 인종차별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미나리' 영어가 나와야 미국영화인가

'미나리' 영어가 나와야 미국영화인가


현지 언론조차 싸늘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정이삭 감독은 미국인이고 '미나리'는 미국 자본으로 미국에서 촬영한 영화인데도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만 올라 작품상을 놓고 경합할 수 없었다"며 "출연 배우들도 연기상 후보에 오를 자격이 충분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실었다.


CNN은 "'미나리'의 이번 수상은 할리우드 내 인종차별에 관한 문제를 상기시켰다"며 "미국은 인구 20% 이상이 집에서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LA타임스도 "'미나리'는 가장 미국적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작품상 후보에 올랐어야 맞다"고 비판했다. 또 AP통신은 "작품상 수상을 박탈당했다"며 올해 시상식의 실제 우승작 중 하나고 꼽았다.


현지 주요 언론은 이번 '미나리'의 수상이 옳지 않다고 입모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지 여론이 오스카의 수상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점치는 분위기다.


아울러 골든글로브는 오스카와 다른 노선을 걷는다. 두 시상식은 비슷한 시기에 열리지만 수상자(작) 선정 기준에서 차이를 보여왔다. 이 또한 '미나리'의 오스카 수상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미나리' 영어가 나와야 미국영화인가


영화 관계자는 "'미나리'의 수상은 한국계 미국 1세대 이민자들의 애환 속에 한국의 보편정 정서와 문화를 녹였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며 "극 중 윤여정과 아이들의 관계 속에서 문화와 언어를 뛰어넘는 보편적 가족애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이 의미 깊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지난해 '기생충' 역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언어 장벽'을 지적한 소감으로 화제가 된 바 이있다. 올해 '미나리'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분명 이러한 노이즈 역시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후보 선정에 다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을 못 받았기에 오스카 입성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두 시상식은 늘 다른 노선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가 작품상, 연기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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