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음주운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최종수정2021.03.08 09:21 기사입력2021.03.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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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우·김윤상 적발
잇따른 음주운전 왜?
안재욱 2년만 드라마 '마우스'
'프렌즈' 김현우 등장 논란
복귀 돕는 방송사들
윤리의식 부재 도마위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내 가족이 길을 걷다 음주운전 사고로 피해를 본다면 어떨까. 하루아침에 세상은 지옥으로 변하고 억울한 마음을 어찌할 수 있을까. 단지 운이 없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잘못한 게 없어서다.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할까. 음주운전은 우리 모두의 생명을 해치는 행위다. 그러한 이유로 미국에서는 살인죄와 동등한 형량을 내린다. 최근 국내에서도 음주 사고를 엄벌하는 윤창호법이 시행돼 단속을 강화했다. 지난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로 술자리는 줄었지만, 음주운전 사고건수는 오히려 늘었다. 단속이 느슨할 거라고 여기는 잘못된 생각이 만연했다고 볼 수 있다.


무고한 생명을 빼앗는 음주사고를 막을 길은 없을까.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무겁게 자각하고 술을 마시고는 운전대에 앉지 않는 게 중요하다. 또 함께 술을 마신 동료, 친구가 운전하지 않는지도 지켜봐야한다.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단 한 순간도 머릿속에 떠올리지 않는 것. 순간의 선택이 누군가의 가족을 빼앗아갈지도 모른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배우 배성우·김윤성 아나운서, 하차→자숙

최근 유명 배우, 방송인들의 음주운전이 연예계를 뜨겁게 달궜다. 대중은 실망하고 분노했다. 피해자 유무를 떠나,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지른 이들은 왜 그걸 알지 못했을까.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줄 거라고 예상 못했을까. 중요한 건, 아무리 지탄하고 비판해도 다음날 눈을 뜨면 또 유명한 누군가는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는 것이다. 듣기만 해도 저절로 힘이 빠진다. 언제쯤 우리는 이런 안타까운 잘못을 보며 한숨짓지 않을 수 있을까.


배우, 방송인들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다. 영화, 드라마, 방송을 통해 인지도를 얻은 후 광고나 부가적 수입을 올린다. 나름의 직업적 고충이야 있겠지만, 사회 곳곳에서 오늘도 열심히 땀 흘리는 일반 월급쟁이들에 비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돈을 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대중의 사랑 덕이다. 관심과 사랑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 이를 인지하고 그 인기의 무게를 알아야 한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유명세의 기회비용과 같은 것이다. 만약 그러한 삶이 싫다면 다른 직업을 찾아도 될 일이다. 왜냐하면 자리를 대체할 스타는 세상에 많기 때문이다.


배성우는 지난해 11월 말 강남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약 열흘 뒤인 12월 10일 소속사와 배성우는 "변명과 핑계의 여지가 없다. 깊이 뉘우치고 반성한다"고 사과한 후 출연 중이던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하차했다.


'날아라 개천용' 측은 "해당 배우의 출연 분량을 최대한 편집하여 방송하고, 17회부터 20회 종영시까지는 해당 배우 출연 없이 촬영을 진행, 차질없이 방송을 준비하겠다"라며 사과했다. 드라마에서 정의로운 기자를 연기하던 배성우였다. 음주운전으로 소속사 이사인 배우 정우성이 해당 배역을 그대로 소화했다. 캐릭터는 그대로, 얼굴만 바뀌는 웃지 못한 전개로 드라마를 마무리 지었다.


배성우는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에 들어갔다. 연극무대에서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며 성실히 연기해온 배우였기에 이번 실수가 뼈아프다. 충무로에서 조연으로 시작해 주연을 꿰차기까지, 성장을 지켜본 바. "길에서 주운 지갑조차 무서워서 경찰에 가져다준다"고 말할 만큼 소심하고 무던한 사람이었다. 왜 음주운전을 했을까. 그래서 더 아쉽다. 촬영을 마친 영화 두 편의 개봉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여러모로 안타깝다.


[포커스]음주운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김윤성 SBS 아나운서는 지난 4일 오전 3시께 서울 용산구 주상복합 주차장에서 술에 취해 승용차를 몰다가 벽면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주차장 벽면 소화전이 파손됐다.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08% 이상으로 측정됐다. 김 아나운서가 채혈 검사를 요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으며, 결과는 3주 후 나올 예정이다.


복귀 돕는 사람들, 도덕적 해이 심각

최근 다수 배우, 가수, 방송인들이 음주운전 사고로 지탄받고 있다. 왜 계속 잘못이 반복되는 걸까. 방송국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고 싶다. 아무렇지 않게 물의를 일으킨 배우들의 복귀를 돕는 일부 방송사들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으로 최소한의 윤리 의식을 버리고, 이슈 몰이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거두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종합편성채널 채널A는 예능 '프렌즈'를 통해 김현우를 등장 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2018년 '하트시그널2'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사업가 김현우는 2012년, 2013년, 2018년 세 번의 음주운전으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제작진은 출연자 검증 부재가 문제로 지적되며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를 잊은 걸까. 불과 2년 만에 같은 제작진이 다시 김현우를 새 예능에 출연시켜 지탄받고 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 심정이었는지 시청자들이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 대중이 궁금해하는 정보라 볼 수 없다.


케이블채널 tvN은 음주운전을 저지른 배우 안재욱을 2년 만에 복귀시켰다. 안재욱은 2019년 2월 9일 지방 일정을 마치고 술자리를 가진 후 이튿날 오전 서울로 향하던 중 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96%로 측정돼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 안재욱은 이후 뮤지컬 '광화문 연가'와 '영웅'에서 하차했다.


이후 안재욱은 고작 5개월 만에 연극 '미저리'로 복귀를 알렸다. 복귀가 이르다는 비난과 질타에도 "성실한 모습으로 보답하겠다"는 이상한 논리를 펼쳐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공연계는 그의 잘못을 눈 감고 적극적으로 그의 복귀를 도왔다. 2년 사이 그는 뮤지컬 '셜록홈즈: 사라진 아이들', 연극 '더 드레서' 등 무대에 올랐다.


[포커스]음주운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포커스]음주운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드라마 복귀까지 단 2년이 걸렸다. 안재욱은 지난 3일 첫 방송된 '마우스'에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한서준으로 등장했다. 더욱이 문제가 된 장면은 그가 차를 운전하는 모습이 방송된 것. 최대한 운행하는 모습을 편집하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운전대를 잡고 앉아있는 모습이 버젓이 전파를 탄 것은 보기 불편했다. 안방까지 만 2년. 어떻게 봐야 할까. '마우스'의 제작은 하이그라운드·스튜디오인빅투스가 맡았으며, 최준배 PD가 연출하고 최란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직업적 책임·최소한의 윤리의식 가져야

방송은 엄청난 파급력을 지녔다. 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동부터 돋보기를 쓰고 시청하는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시청층이 오늘도 TV 앞에 앉는다. 이를 인지하고 제작에 앞서 무게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마치 음주운전은 다른 죄에 비하면 큰 흠결이 아니라는 듯이 배우들을 복귀시키는 사람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무슨 자격으로 면죄부를 부여하나. 대중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복귀를 시켜주면, 그의 죄가 없는 게 되나. 윤리의식을 저버린 채 무소불위의 권력처럼 여기는 그릇된 행동을 바로잡아야 한다.


음주운전은 무겁게 바라봐야 한다. 복귀를 돕는 행위는 부끄러운 일이다. 배우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인간이다. 최소한의 인간성을 저버린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고 충분히 시간을 갖고 반성해야 한다. 복귀가 쉬워지면, 잘못은 반복될 것이다. 그럼 누군가는 또, 안 된다는 걸 알면서 '복귀는 쉬우니까'라며 시동을 켤 것이다. 술 취한 자동차에 또 누가 희생당할지 모른다. 그게 당신의 가족일지도 모를 터. 우리 사회는 우리 모두가 규범을 정하고 지키며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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