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그후③]제2의 봉준호는? 실패 두려워말고 지원해야

['기생충' 그후③]제2의 봉준호는? 실패 두려워말고 지원해야

최종수정2021.03.25 09:09 기사입력2021.03.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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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오스카 수상後 1년
제2의 봉준호 부재
韓영화계 지원·관심 이어져야
제작시장 축소 보완책 없나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동양의 변방, 작은 나라에서 만든 영화.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작품. 할리우드에서 기존 한국영화를 바라보던 시각이었다. 이제는 달라졌다. 그 중심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있다. 봉 감독은 2019년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지난해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르며 한국영화 최초 쾌거를 거두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앞서 '설국열차', '옥자' 등으로 마니아 팬덤을 형성한 그는 '기생충'을 통해 주류 감독으로 도약하며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다. 이는 곧 한국영화를 재평가 받는 계기가 됐고, 새로운 차원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혹자들은 묻는다. 봉준호 그리고 그다음은? 그의 바통을 이어받을 감독은 누구인가.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계는 르네상스라 불릴 만큼 뜨거웠다. 봉 감독을 비롯해 박찬욱, 김지운, 장준환, 임상수 등 다수 연출자들이 두 팔을 걷고 다양한 장르의 상업영화를 선보이던 시기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그들의 뒤를 이어 영화계를 이끌어갈 다음 주자들은 누구인가. 그 많던 젊은 영화인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나.


['기생충' 그후③]제2의 봉준호는? 실패 두려워말고 지원해야


'기생충'의 성공은 눈부신 성과다.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하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취재하며 기쁨을 함께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봉 감독은 비롯한 '기생충' 팀이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고 활짝 웃던 모습. 기쁜 마음으로 기사를 작성하던 순간. 돌비극장을 빠져나오기 힘들 만큼 관심을 보이던 전 세계 영화인. 그날 오스카 나이트의 뜨거운 시간들. 충무로, 부산이 아닌 할리우드가 맞는지, 몇 번이나 되묻던 그 시간을 잊지 못한다.


그로부터 1년, 축제는 끝났다. 우리 앞에 해결하지 못한 커다란 숙제가 놓였다. 우리는 '기생충'의 성과를 차치하고서라도 영화계를 이끌어갈 젊은피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제2의 봉준호의 부재를 고민해야 한다. '기생충' 수상 직후 봉준호 감독은 세대교체에 관한 필요성을 토로한 바 있다.


한국영화계는 20년 간 눈부신 발전이 있었지만, 동시에 젊은 감독이 뭔가 이상하고 모험적인 작품을 하기는 어려워졌다. 1980년~1990년대 홍콩 영화산업이 어떻게 쇠퇴했는지 기억이 선명하다. 그러한 길을 걷지 않으려면 한국 영화산업이 모험과 위험을 두려워 말고 도전적인 영화를 껴안아야 한다. 최근 재능이 꽃피운 수많은 훌륭한 독립영화를 봤다. 산업과 좋은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 본다.


봉 감독의 말처럼 한국영화계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실패를 실패라 부르지 말고, 성장하는 과정으로 여기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인감독 발굴을 위해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지원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비교적 경력이 많이 않아 완성도가 떨어질 수도, 그래서 실망할 수도 있다. 비록 조금 부족한 결과를 얻을 지라도, 아쉬운 점이 눈에 띌 지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 지지해야 한다.


['기생충' 그후③]제2의 봉준호는? 실패 두려워말고 지원해야


할리우드만큼 국내에도 좋은 이야기, 좋은 콘텐츠가 많은 까닭이다. 이러한 콘텐츠를 만드는 유능한 젊은 영화인들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고 싶다. 관객들도 검증되지 않은 신인 감독에게 눈길을 주시길 바란다. 물론 관객, 투자자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만, 제2의 봉준호를 발견하기 위해서 영화를 만드는, 즐기고 사랑하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전 세계 영화계는 멈췄다. 영화관은 얼어붙었다. 국내 극장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를 떠안게 됐고, 자금 순환도 원활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전의 창작 분위기와 활력은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 영화를 제작하기 힘든 시기, 보완책 마련도 필요하다. 검증되지 않은 신인 감독들은 비교적 기회가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일부 극장들은 먼지를 털기 시작했으며, 곧 전역 다수 극장이 문을 열 것이다. 할리우드도 마블 영화 등 신작 개봉을 위해 달력을 들여다보며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충무로는 계속해서 영업 중이었지만 관객 발길이 뚝 끊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살아나는 할리우드 분위기가 향후 국내 영화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제작에도 탄력이 붙을까.


이제 한국영화계는 고민해야 한다.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독립영화계에서 반짝이는 빛을 내며 상업영화로 영역을 확장한 조성희, 윤성현 감독 등의 새로운 도전에 기꺼이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 봉준호가 나오기까지 꼬박 100년이 걸렸다. 모두의 노력이 이어진다면 제2의 봉준호가 탄생하기까지 채 10년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이를 인식하고 꾸준히 관심을 가진다면 말이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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