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30주년②]요란하지 않아도…묵묵하게 지켜온 자리

최종수정2021.03.26 09:22 기사입력2021.03.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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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30주년 맞은 학전
라이브 무대→뮤지컬→어린이 공연…학전이 걸어온 길
대학로 지키는 든든한 존재감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대학로의 중심에 소박하게 자리 잡은 공연장이 있다. 크지 않은 규모에 외관도 화려하지 않지만, 존재감만은 확실하다. 30년째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학전 블루소극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학전 소극장의 시작은 정확히 30년 전인 1991년 3월 15일이었다. 김민기 대표가 후배들을 위해 마련한 무대가 '학전'의 시초가 됐다. '배울 학'에 '밭 전'자를 쓰는 만큼, 마치 밭농사처럼 꾸준하게 작물을 심고, 수확했다.


농사 초창기에 거둔 수확은 고(故) 김광석, 여행스케치 등 가수들이다. 학전 소극장은 주로 설 곳을 잃은 가수들의 쉼터가 돼줬고, 이에 콘서트가 주로 열렸다. 김덕수네 사물놀이의 '소리굿'이 학전 소극장의 개관을 함께했고, 이후 여행스케치 콘서트 '추억여행', 한돌 콘서트 '타래이야기',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김광석·안치환의 '가을 콘서트', 조규찬·낯선사람들의 '겨울콘서트' 등이 개관 당해 쉴 새 없이 공연됐다.


대중예술의 터전이 되어준 학전 소극장
학전 블루 소극장 전경. 사진=김태윤 기자

학전 블루 소극장 전경. 사진=김태윤 기자



1994년 연극 '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와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연극, 뮤지컬 공연을 시작한 이후에도 학전 소극장은 꾸준하게 콘서트를 무대에 올리며 라이브 공연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동물원, 들국화, 강산에, 장필순, 박학기, 권진원, 유리상자, 윤도현 등이 학전 무대를 통해 관객을 만났다.


특히 故 김광석은 학전 소극장을 대표하는 인물로 손꼽힌다. 그는 소극장 개관 이후 1995년까지 꾸준하게 라이브 콘서트를 열었고, 라이브 1000회 기념 콘서트 역시 학전에서 선보였다. 이에 지금도 학전 블루 소극장 앞에는 김광석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김광석 추모 사업회의 회장이기도 한 김민기 대표는 매년 '김광석 노래 부르기' 공연을 펼친다. '김광석 노래 부르기'는 그의 음악 인생을 돌아보며 그를 추모하는 노래 경연이다. 올해는 김광석의 25주기로, 다양한 무대를 향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진행돼 아쉬움을 자아냈다.


사진=김태윤 기자

사진=김태윤 기자



라이브 콘서트뿐만 아니라, 학전 소극장에서는 무용 공연과 강연도 펼치며 대중문화 전반을 아울렀다. 대표적인 뮤지컬인 '지하철 1호선'과 '의형제', '모스키토' 등도 학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1996년에는 학전 그린 소극장을 개관해 '지하철 1호선'의 장기 공연 등을 선보인 바 있다. 학전 그린 소극장은 약 20년간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 후 2013년 문을 닫았다.


어린이 공연 향한 애정
'진구는 게임 중' 공연 장면. 사진=학전 111355

'진구는 게임 중' 공연 장면. 사진=학전 111355



2004년부터 최근까지, 학전은 어린이 공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이들의 정서적 생활에도 가치를 두겠다는 김민기 대표의 신념이다. 2004년 '우리는 친구다'를 시작으로, '고추장 떡볶이', '그림자 소동', '슈퍼맨처럼!', '무적의 삼총사' 등 다수의 작품이 꾸준하게 어린이 관객을 만났다. 단순히 흥미를 자극하는 주제가 아닌, 아이들의 고민과 사회 현상을 작품에 적절히 녹여내 어린이 관객들의 정서적 성장을 돕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진구는 게임 중'이 공연 중이다. 2017년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작품으로, 게임에 푹 빠진 초등학교 3학년 진구가 게임 중독을 극복하고 일상을 되찾는 이야기를 담는다. '지하철 1호선'으로 연을 맺은 독일 그립스 극단의 'Fillmmer Billy'가 원작이다.


맞벌이 가정의 외동아들로, 혼자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게임에 빠지게 된 진구와 다문화 가정인 수빈이의 이야기를 통해 현시대의 관객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아이는 물론 부모 관객에게도 호평받는 작품이다.


'진구는 게임 중'을 이어, 올 한 해 학전을 채우는 공연 역시 대부분 어린이 공연이다. '무적의 삼총사', '우리는 친구다', '복서와 소년'이 하반기부터 연이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계가 침체된 요즘, 큰 수익을 내기 힘든 어린이 공연과 함께하는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김민기 대표의 뚝심을 가늠케 한다.


묵묵하게 걸어온 30년
김민기 대표. 사진=극단 학전

김민기 대표. 사진=극단 학전



대학로에서 학전의 존재감은 여전히 묵직하다. 라이브 콘서트를 선보이며 소극장 문화의 시초가 되고, 대중예술의 터전이 되어준 과거를 지나, 현재는 콘서트, 뮤지컬, 어린이극 등 다양한 무대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관객층을 지닌 복합문화공간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다수의 공연이 휘청이고 대학로도 예년에 비해 활기를 잃게 됐지만 그럼에도 대학로 골목에서 관객을 마주하고 있는 학전 블루 소극장은 존재만으로도 든든하다.


라이브 무대, 뮤지컬에 이어 어린이 공연까지. 학전, 그리고 김민기 대표는 그 시대 소외된 것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아 왔다. "학전은 못자리 농사"라는 김민기 대표의 말마따나, 척박한 환경에서도 이제 막 피어난 싹에 영양분을 전해주고, 나아가 더 넓은 논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돕는 학전의 뜻깊은 발걸음은 30주년을 넘어 오랜 시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개관 30주년 맞이 기념행사는 진행되지 않는다. 대신 11월 '복서와 소년' 개막 시기에 맞춰 오프라인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세월의 풍파를 견뎌온 지난 30년을 조금은 떠들썩하게 기념할 만한데, 이럴 때도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모양새가 더없이 '학전'스럽다.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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