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주식에 빠진 미디어

최종수정2021.03.25 09:12 기사입력2021.03.20 08:00

글꼴설정

MZ세대부터 3040까지
주식 투자 열풍
카카오TV·MBC·SBS
'개미는 오늘도 뚠뚠'·'개미의 꿈'外
관련 콘텐츠 잇달아 제작
정보 전달·공감대 형성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코스피가 급락했어요. 솔직히 오늘 방송할 기분이 아니에요."…"주식으로 아파트 한 채 값을 날렸어요. 아하하하." 노홍철은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는다. 호방하게 웃음 짓는 눈가가 촉촉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 나온다. 공감하기 때문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러한 에피소드에 공감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2008년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은 정준하의 권유로 주식을 시작했다 폭락한 경험을 털어놓아 화제가 됐다. 예능에서 자신의 불행을 개그 소재로 차용하는 열정을 보였어도 공감하긴 힘들었다. 단지 타인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나오는 1차원 적인 웃음에 그쳤다. 재테크는 4050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2021년은 다르다. 크고 작게 공감하며 웃는 이가 많아졌다. 2030세대에 주식 열풍이 불었다. 주린이(주식+어린이)라는 용어가 생겨나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10년간 부지런히 벌어도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상황.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분투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은행 이자가 0.N%로 떨어진 시대. 예금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과거 IMF를 거치며 '주식은 위험하다', '주식에 투자하면 패가망신이다'라는 말을 듣고 자란 3040세대는 선뜻 주식 시장에 뛰어들기 힘들었지만, 1020 MZ세대는 달랐다. '금수저'를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자산을 적극적으로 불릴 방법을 찾았다. 주식은 가장 좋은 투자처였다.


[포커스]주식에 빠진 미디어


지난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로 사회 곳곳이 멈췄고, 소비 경제가 악화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위기는 곧 매수 기회다. 주식 계좌 개설 건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높은 관심이 쏠렸다. '동학 개미 운동'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열심히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 기관이 매도한 주식을 개미들이 부지런히 매수했고 주가는 다시 상승했다. 이를 통해 누군가는 주식으로 차를 바꾸고, 또 누구는 가방을 사고. 그렇게 모두가 달달한 잔고와 마주했다.


관심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주식은 일시적 열풍이 아니라 건강한 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상식, 전문지식에만 머물러 있던 것을, 지난해 몸으로 겪으며 체득했다. MZ세대 뿐 아니라 3040세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주식을 통한 적극적인 돈 벌이 방법을 깨우친 것이다. 높은 사회적 관심은 콘텐츠 소비로 직결됐다. 유튜브 시장에서 주식 관련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었다. 책보다 영상을 통해 정보를 접하는 1020세대는 온라인에서 경제 관련 뉴스를 접하고 동향 파악에 나섰다. 경제 전문가들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다양한 정보와 마주했다.


카카오TV는 일찌감치 이러한 흐름을 읽고 주식 관련 예능 콘텐츠를 만들었다. 지난해 9월 온라인 플랫폼 카카오TV에서 첫 방송된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시즌3까지 제작되며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다소 무거운 경제적 이슈를 예능적으로 풀어내 정보 전달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반응을 이끌며 매주 수요일 오전 7시 휴대전화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것. 일부 회차 조회수가 무려 60만 뷰를 넘겼다.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투자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노홍철·김종민은 지인의 말을 믿고 주식에 투자했다가 크게 손해를 본 경험 다수를 꺼내며 공감과 재미를 줬다. 딘딘은 초단타로 단기간에 수익을 얻으려는 모습을 통해 '딘딘하다'라는 말까지 탄생시켰다.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김동환과 유튜버 슈카를 비롯한 두 전문가가 이들의 투자에 조언을 전하며 쉽고 재미있게 주식 이야기를 풀어내며 호평을 얻었다.


"내가 투자만 하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오른다"는 노홍철의 하소연은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공감은 또 다른 형태의 위로다. "내가 그때 그 종목에만 투자했어도 지금 일 다 그만두고 전원주택에 앉아서 낚시하면서 주식만 할 텐데"라는 김종민의 푸념은 많은 주식개미들의 마음과 닮아 큰 웃음을 준다. 또 "재무제표를 한 번도 안 보고 투자했다"는 딘딘의 말은 매섭게 옆구리를 쿡 찌른다.


[포커스]주식에 빠진 미디어

[포커스]주식에 빠진 미디어


'개미는 오늘도 뚠뚠'의 성공에 지상파 방송사도 움직였다. MBC는 2부작 파일럿 프로그램 '개미의 꿈'을 지난 11일·18일 방송했다. 주식 스터디 콘셉트로 김구라와 붐, 장동민 등이 주식 전문가와 투자 이야기를 나눈다.


뿐만 아니라 '무한도전'을 만든 김태호 PD의 예능 '놀면 뭐하니'도 지난 13일 방송에서 유재석이 뜻밖에 주식 스터디에 참여해 주식 투자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방송하며 최근 관심사를 반영했다.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도 최근 멤버들이 가상 주식 투자를 통해 울고 웃는 모습을 보여주며 큰 웃음을 줬다. 당시 방송분은 SNS상에서 짤(사진)이 생산되며 이슈를 모으기도 했다.


주식 콘텐츠를 보며 재미를 느끼는 건, 단지 주식하는 사람들이 공감해서가 아니다. 각자 자리에서 오늘도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한 만큼 버는 개미들의 희로애락을 담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돈은 중요하다. 의식주와 연결되는 자본 추구를 나쁘다고 손가락질하던 때는 지났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사회는 급속한 변화와 마주했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돈이 인간의 중요한 가치라는 사실은 틀림없고, 더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콘텐츠 시장이 확장되며 소재도 다양해졌다. 주식 콘텐츠는 이러한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다. 물론 전문가 검증 문제와 주가에 관여하는 연출 등은 지양되어야 할 터. 높은 관심만큼 당분간 주식 콘텐츠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능적 허용 범위 안에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검증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경제 콘텐츠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좋은번호가 좋은 기운을 나만의 골드넘버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