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아시안 증오 STOP" 인종차별 맞선 한국계 스타들

최종수정2021.03.22 18:10 기사입력2021.03.2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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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애틀랜타 총격사건 애도물결
산드라 오·대니얼 대 킴·에릭남外
인종차별 범죄 외면한 경찰 비판
아시안 증오 범죄 분노한 한국계 스타들
"우리 피부 자랑스럽다"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칸 영화제 취재차 갔을 때가 떠오른다. 프랑스 남부도시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공식 상영을 마치니 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영화기자 둘셋이서 함께 인근 숙소를 향해 걷고 있는데, 부르는 소리가 나서 뒤를 돌아보니 현지 남성으로 보이는 서너 명이 우리 뒤에 밀착해 영어로 동양 여성을 비하하는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우리를 일본인으로 인지한 그들은 일본 여성을 속되게 이르는 영어 욕을 연신 내뱉으며 조롱했다. 출장 중이지만 여행객이었기에 상대하지 않고 자리를 빠르게 벗어난 기억이 난다. 당시를 돌이키기만 해도 불쾌한 감정이 밀려와 어금니를 꽉 물게 된다.


아시아계를 향한 인종차별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가 세상에 생겨나기 전부터 존재했다. 만연했다. 모두가 크게 주목하지 않았을 뿐. 방관하고 덮고 외면해온 일임에 틀림없다. 혹자들은 말한다. 코로나19를 미국 전(前) 대통령 트럼프가 '중국 바이러스'라고 표현한 이후 아시안 증오 범죄가 늘었다고. 맞다. 분명 그러한 행태가 좋지 않은 작용을 일으켰다. 단지 그 발언 때문에 증오 범죄가 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혐오 인식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대부분의 북미, 유럽 등 사람들이 마찬가지다. 눈동자와 머리카락이 검은 황인을 얕잡아보고 조롱하는 사람들. 빈번히, 낮게 깔린 이러한 인식이 오늘날 터져 나왔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외 스타들의 분노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뉴스1, '킬링 이브' 스틸컷

사진=뉴스1, '킬링 이브' 스틸컷



미국 애틀랜타주에서 21살 미국인 백인 남성 로버트 애런 롱이 연쇄 총격을 가해 한국인 등 아시아계 여성 6명을 포함해 무려 8명이 희생된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 당국은 조사에서 범인의 성중독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라 발표했지만, 현지에서는 전형적인 아시아계 증오 범죄라 바라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후 미국 내에서는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범행 전 범인은 자신의 SNS에 코로나19와 중국 혐오를 담은 글을 올리며 자신의 인식을 드러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쩐 이유에서인지 경찰 당국 발표와 배치되는 부분. 미국에 거주 중인 한국계 스타들은 이를 꼬집으며 인종차별 범죄라는 것을 즉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계 미국인 대니얼 대 김은 '로스트', '하와이 파이브 오' 등에 출연하며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다. 그는 지난 18일 미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의 여동생이 2015년 증오범죄 피해를 봤다는 가족 이야기를 전하며 아시아 증오 범죄의 심각성을 이야기했다.


아울러 미국 방송사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니얼 대 김은 "여동생이 집 근처에서 조깅을 하고 있었는데 한 남성이 차를 몰고 오더니 '갓길 말고 인도로 가라'고 소리쳤다. 이를 들은 동생이 인도로 향했지만 남성은 차를 추진시켜 동생을 치어 쓰러뜨렸다"고 말했다.


경찰 당국이 사건을 아시아 증오 범죄로 규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대니얼 대 김은 "가해자는 다른 아시아 여성 폭행 전력이 있는데도 경찰은 난폭운전 혐의를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바라보는 경찰의 행태와 유사해 많은 이의 공분을 샀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대니얼 대 김은 "아시아계 미국인들 2,300만 명은 단결했고, 깨어나고 있다"고 촉구했다. 파급력은 상당했다. 방송 직후 많은 이가 그의 경험에 안타까움과 공감을 표하고 나섰다.


사진=CNN 보도화면 캡처

사진=CNN 보도화면 캡처



'그레이 아나토미', '킬링 이브' 등에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 중인 한국계 미국인 배우 산드라 오 역시 분노로 일갈했다. 그는 지난 20일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집회에서 확성기를 통해 아시아계 연대를 촉구했다.


산드라 오는 "우리의 분노와 두려움에 대해 처음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나는 아시아계 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소리쳤다. 아울러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틀랜타 총격 사건과 인종차별 범죄로 인해 희생된 많은 사람에 애도를 전하며 "아시아계 사람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자"고 독려했다.


'서치', '스타트렉' 시리즈 등에 출연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는 자신의 트위터에 '수치심은 인종차별주의자의 몫'이란 제목의 한국계 여성의 글을 공유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한국계 코미디 배우 켄 정은 영상을 통해 "우리는 외국인 혐오, 인종차별과 증오를 멈춰야 한다"고 지탄했다.


넷플릭스 영화 '내가 사랑한 모든 남자들'에게서 주인공 라라진 역으로 잘 알려진 베트남계 배우 라나 콘도어는 "아시안 친구들과 가족들이 공포에 떨며 매우 분노하고 있다. 우리에 옆에 함께 서달라. 당신의 아시안 친구가 슬픔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그에게는 당신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한국 이민 가족을 그린 캐나다 시트콤 '김씨네 편의좀'의 주인공이자 마블 첫 아시안 히어로 영화 '샹치'의 주인공인 중국계 캐나다인 배우 시무 리우는도 애틀란타 사건은 아시아 여성을 공격한 범죄라고 규탄했다. 그는 "희생자들의 가족, 아시아계 여성들, 그리고 한 남성의 무차별적 공격에 대응해야 하는 모든 여성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사진=트위터 동영상 화면캡쳐

사진=트위터 동영상 화면캡쳐



애틀랜타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가수 에릭 남은 미국 타임지 기고문을 통해 "인종적 동기가 없다고 보는 시선 자체로 인종차별적인 것"이라며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코로나19로 미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아시아계 인종차별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현지 거주 중인 아시아계 미국인 다수가 이러한 상황 속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상에서는 이러한 범죄에 맞서는 Stop Asian Hate(아시안 증오를 멈춰라)는 메시지를 담은 '#STOPASIANHATE' 해시태그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목소리를 내며 힘을 더하는 분위기다. 배우 기네스 팰트로, 나탈리 포트만, 제이크 질렌할, 클로이 모레츠, 윌 폴더, 크리스 제너, 두아 리파, 아리아나 그란데, 리한나 등이 증오와 혐오 범죄를 멈추라는 뜻의 글을 SNS에 올리며 뜻을 보탰다.


국내 스타들도 바다 건너 미국땅에서 행해지고 있는 인종차별 범죄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룹 지오디 출신 가수 박준형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 걱정없이 안전하게 마음편하게 다니던 시절"이라며 과거 뉴욕에서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그는 "동양인을 향한 정신 나간 말도 안 되고 너무나도 화나게 하는 인종차별이 있다"며 "아무 죄 없는 분들에게 너무나도 안타깝고 슬픈 일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슬프다. 어린나이에 인종차별을 겪어본 내 입장에선 정말 열받는다. 모두가 다 소중한 사람이란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분노했다.


그룹 2NE1 출신 씨엘, 타이거JK, 에픽하이 타블로, 박재범 등도 SNS에 인종차별은 행해져서는 안 될 범죄라는 사실을 명백히 밝히며 관심을 촉구했다.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국내외 스타들이 이번 범죄를 두고 너도나도 한 목소리로 규탄하고 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범죄. 단지 안타깝게 바라보는 것에 머물러선 안 된다. 우리 모두의 일 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그릇된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범죄라는 걸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스타들은 말한다. 분노에 찬 외침이 미국을 너머 아시아 전체를 울리고 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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