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없이, 사뿐하게…박정자의 마지막 '해롤드와 모드'

최종수정2021.03.25 08:53 기사입력2021.03.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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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에 선보이는 박정자의 마지막 '해롤드와 모드'
2003년 첫 만남 이후 일곱 번째 무대
처음과 끝을 함께하는 윤석화 연출
박정자 "더 이상 욕심 없어"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배우 박정자가 마지막 '해롤드와 모드' 무대에 선다. 작품을 처음 만난 후 약 20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극 중 인물인 모드와 같은 80세라는 나이로 작품과 재회한 그는 모두가 박수칠 때 자신의 대표작과 애틋한 작별 인사를 나눈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연출 윤석화, 제작 신시컴퍼니)는 죽음을 꿈꾸는 19세 소년 해롤드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80세 모드를 만나면서 사랑을 배우는 이야기를 다룬다. 콜린 히긴스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동명 영화로 먼저 알려졌고, 이후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1987년 초연돼 현재까지 총 일곱 차례 공연됐다. 처음에는 '19 그리고 80'이라는 제목으로 관객을 만났고, 지난 2015년 '해롤드&모드'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박정자는 그 중 초연을 제외한 여섯 번의 공연에 모드 역으로 출연해 '해롤드와 모드'의 아이콘이 됐다.


배우 박정자. 사진=신시컴퍼니

배우 박정자. 사진=신시컴퍼니



2003년 첫 '19 그리고 80'에서는 이종혁이 해롤드로 호흡을 맞췄고, 예수정, 권병길, 전국환 등 탄탄한 조연들이 함께했다. 장두이가 연출을 맡았다. 이후 2004년, 2006년 두 시즌 연이어 공연됐다. 2008년에는 장두이가 연출을 맡아 처음으로 뮤지컬 버전의 '19 그리고 80'을 선보였다. 박정자의 6년 만의 뮤지컬 출연이었다.


이후 2012년에는 박정자의 연극 인생 50년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약 2주간 한국 연극의 상징적인 공간인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관객을 만났다. 지난 2015년 공연된 여섯 번째 시즌에는 강하늘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고, "연극계 대모와 청춘 배우의 환상 호흡"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다시 6년이 지나 2021년, 박정자는 일곱 번째 '해롤드와 모드'를 만났다. 오는 5월 개막에 앞서, 박정자의 '해롤드와 모드'를 소개하는 자리가 열렸다. 수줍은 듯 웃는 얼굴로 공식 석상에 선 박정자는 작품을 향한 깊은 애정과 연기 인생에 대한 진정성 넘치는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전했다.


박정자는 "이 나이를 기다렸는지, 기다리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만나게 됐다"며 "일곱 번째로 만나는 작품이다. 2003년에는 한 번으로 공연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저보다도 관객분들이 작품을 더 좋아하시더라. 그래서 '이 공연 80세까지 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박정자의 아름다운 프로젝트 '19 그리고 80'이었다"고 80세에 다시 '해롤드와 모드'를 만나게 된 소감을 이야기했다.


지난 2015년 '해롤드 & 모드' 공연 장면. 사진=뉴스컬처 DB

지난 2015년 '해롤드 & 모드' 공연 장면. 사진=뉴스컬처 DB



2003년 첫 출연 당시 "80세까지 이 작품을 공연하고 싶다"고 다짐했던 그는 실제로 80세가 되어 '해롤드와 모드'와 재회했다. 이번 시즌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박정자가 관객에게 선보이는 마지막 '해롤드와 모드'이기 때문이다.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함께한 작품. 떠나보내기 아쉬울 법하지만 박정자는 "더 이상 욕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벼울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사뿐하게, 이쯤에서 무대를 내려오는 게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볍고 싶다"고 연륜 넘치는 심경을 전했다.


내년이면 연기 인생 60주년을 맞는 이 대배우는 스스로 "여전히 미성숙하다"고, 또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정자는 "내가 굉장히 성숙할 줄 알았다. 그런데 미성숙한 상태로 나이를 먹었다. 이번 무대가 그동안의 '해롤드와 모드'보다 더 나으리라는 자신은 없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열정을 보였다.


지난 2015년 '해롤드 & 모드' 공연 장면. 사진=뉴스컬처 DB

지난 2015년 '해롤드 & 모드' 공연 장면. 사진=뉴스컬처 DB



박정자는 극 중 인물인 모드를 롤모델로 꼽을 정도로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모드는 해롤드에게 매일 새로운 걸 해보자고 한다. 매 순간 살아있다. 연기를 하면서도 배운다. 저도 매일 새로운 걸 해보자는 생각"이라며 "배우가 항상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무대에 있는 건 직무유기다. 다른 모습으로 무대 위에 있을 때 관객분들도 기쁨을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정자가 모드를 롤모델로 삼듯이, 관객분들도 모드를 바라보면서 '모드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배우 박정자와 윤석화 연출. 사진=신시컴퍼니

배우 박정자와 윤석화 연출. 사진=신시컴퍼니



이번 '해롤드와 모드'에는 박정자의 첫 '19 그리고 80'을 함께했던 윤석화가 연출로 나서 더욱 뜻깊다. 윤석화는 "처음과 끝을 함께 하게 됐다"며 "여섯 번의 공연을 다 봤는데, 첫 무대의 모드가 가장 맑고 사랑스러웠던 것 같다. 작품에서는 배우들의 연기가 오롯이 보이는데, 그 행간이 시가 되길 바랐다. 선생님의 맨 처음, 첫사랑으로 회귀하기를 바라면서 시작했다"고 마무리를 함께하는 소감을 전했다.


그간 해롤드 역에는 강하늘, 김영민, 윤태웅, 이종혁 등이 거쳐 갔다. 이번 시즌에는 오승훈과 임준혁이 캐스팅됐다. 이와 더불어 홍지영, 오세준, 최명경, 이경미가 함께한다. 오는 5월 1일부터 23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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