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성의 STAGE pick up]2. 창극 '나무, 물고기, 달'

최종수정2021.03.25 08:54 기사입력2021.03.2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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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나무, 물고기, 달'
동양 설화에서 영감 얻은 창극
배요섭 연출·이자람 작창·작곡·음악감독

창극 '나무, 물고기, 달'은 소원 나무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우리네 마음과 마주하는 순간들을 동양의 구전 설화들을 만나게 하여 새로운 영감과 상상을 바탕으로 창작되었다.


제주도 구전 설화 '원천강본풀이', 즉 빈 들판에서 태어난 오늘이가 부모를 만나기 위해 원천강으로 떠난다는 이야기와 작품의 핵심 모티브인 수미산의 소원나무는 인도의 신화 '칼파타루'(Kalpa Taru)의 원형을 활용했으며, 누구나 삶을 살아가는 동안 드는 두려움, 공포, 슬픔 등의 어두운 생각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엮어내는 '운명의 붉은 실'은 중국의 구전 설화에서 가져와 작품 속 세 명의 '달지기' 캐릭터와 연결했다.


그렇게 하여 저마다의 사연과 아픔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는 각자, 때로는 서로 섞여지며, 바라보는 이들에게 우리 마음과 생각에 스며드는 저마다의 기억과 생각을 통해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는 우리들, 그런 삶의 모습에 대한 깊은 사유를 경험하게 한다.


'나무, 물고기, 달' 공연 장면. 사진=국립창극단

'나무, 물고기, 달' 공연 장면. 사진=국립창극단



그렇게, 우주라는 거대하고도 달의 변화와 순환 속에서 변화되는 상징과 더불어 누구나 크고 작든 한 그루 나무처럼 세상에 머물다 사라져 갈 운명 속에서,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또 만나게 되는, 운명의 수레바퀴를 전전하며, 크고 작은 부대낌으로 살아가는 인생의 순간과 토막들을 들춰 내는 작품으로 거듭나, 상징적인 단아함과 함께 시각적 유려함과 깊은 상상으로 배우와 관객을 직접 보여지는것과 더불어 자유롭게 사유하며 유영하게 했다.


그동안 전통의 원형과 재발견이라는 슬로건과 동시대 관객들을 고려한 현대적인 접근으로 창극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다양한 작업을 해 온 바 있는 국립창극단이 이번에는 젊은 창작진들과 함께 마치 법고창신(法古創新)처럼, 동양의 설화를 바탕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오늘과 내일을 향해 자신만의 삶의 대한 사유와 성찰을 유도하게 한다. 즉 내 안의 드러나지 않았던 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순간, 온전한 자기 자신을 응시할 수 있는 어른이 읽는 동화처럼 사유의 화두를 건넨다.


여기서 신 창극이라고 명할 수도 있고 신 마당놀이, 신 남사당패 라고도 할 수 있는 '나무, 물고기. 달'의 주요 창작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배우의 몸, 소리, 움직임, 오브제의 본질에 주목하며 상징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꾸준히 펼쳐 온 배요섭 연출은 그동안 '하륵이야기'. '노래하듯이 햄릿', '휴먼 푸가' 등의 공연을 통해 관객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사유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소통의 화두를 던져 왔다. 이번 작업도 일련의 연장 선상에서 그냥 보여주기식이 아닌, 보여지는 것뿐이 아닌 상상과 사유의 문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생각 이전과 이후의 경계에 선 자신을 마주하게 했다.


그렇게 판소리 본연의 전통적인 요소를 살리면서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보이는 소리의 움직임과 연기를 상징화시킨 창극의 새로운 시도는 국가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 오광대 이수자인 허창렬과의 조우로 전통 탈춤의 리듬을 기반으로 한 움직임(탈짓, 어깨짓, 오금)의 재창조로 한국적인 호흡과 정서를 창극으로 극대화하거나 축약시켜 이미지화되어 작품을 신명나게 시각화시키며, 작품의 요소요소에 자연스레 스며들게 했다.


'나무, 물고기, 달' 공연 장면. 사진=국립창극단

'나무, 물고기, 달' 공연 장면. 사진=국립창극단



또한 무엇보다도 작창과 작곡을 맡은 이자람의 판소리와 창극의 재해석과 시도는 판소리와 창극의 내, 외연의 확장과 더불어 글로벌 한 미래와의 조우를 예견하게 하며 그 진가를 톡톡히 발휘했다.


판소리의 전통적인 요소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소리꾼들이 함께 쌓아 올리는 화성을 구사하며 그동안 판소리나 창극에서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작업들로 주목받았다. 즉, 한 곡 안에서도 장단의 변화뿐 아니라 메이저, 마이너, 조 바뀜까지 자유자재로 진행하며 단조로운 음악적 결을 구조화, 입체화시키고 선율과 선법, 조성들이 폭 넓게 구사되어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는 월드뮤직으로서도 독보적이고 대중적인 음악적 완성도의 결을 찾아냈다.


거기에는 '달지기'로 분한 서정금, 이소연, 유태평양, 이 출중한 연기력을 겸비하고 탁월한 가창력을 구사하는 창극단의 대표 소리꾼들의 재기발랄한 노련함도 있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시도를 흔쾌히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한 창극단의 대표 소리꾼들의 무한 역량이 두드러진 활약이 감탄스러웠다. 특히 유태평양은 남자와 여자의 청을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성음을 구사하며 화성의 층을 폭넓게 음악적 조화로움으로 이루어 냈다. 이는 판소리의 음악적 확장성과 무한한 가능성의 완성도를 구현하는데 큰 몫을 해냈다.


또한 작은 거인 민은경과 만능 캐릭터의 소유자 조유아의 '소년'과 '소녀', 매번 몸을 사리지 않은 적극적인 열연과 다양한 소리와 울림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최호성의 '순례자' 등 믿고 보는 소리꾼들의 혼신을 다 한 소리와 열연은 공간을 후끈 달아 오르게 했다. 거기에 이번에 국립 창극단의 신입 단원이면서 기존 콩쿨과 대회에서 수상 이력이 많은 '사슴 나무' 역의 왕윤정과 김우정, 그리고 '물고기' 역의 김수인의 재발견과 활약은 창극단의 미래를 더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우주의 섭리처럼 달은 기울고, 사라지고, 다시 차오른다. 달은 단지 변화하는 것일 뿐이다. 그저 그런 것일 뿐. 우리가 딛거나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우주와, 아무것도 아닌 듯한 우리에 관한 노래인 '몰라 몰라 암 것도 몰라. 몰라 몰라 뭘 모르는지도 몰라, 몰라.'


창극 '나무, 물고기, 달'은 그렇게 '몰라'의 무수한 고백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소리, 놀이 그 모든 것의 하나인 우주 속의 우리를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유희성의 STAGE pick up]2. 창극 '나무, 물고기, 달'

[유희성 공연 칼럼니스트 겸 공연 연출가]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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