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고질라VS.콩' 세상의 운명을 걸고 맞붙은 두 전설

최종수정2021.03.25 17:51 기사입력2021.03.2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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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질라VS.콩' 리뷰
거대 두 괴수의 대결
할로우어스 세계관
몬스터버스의 피날레
VFX·음향 블록버스터 재미 충실
허술한 스토리 아쉬워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본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돼 있습니다. 햇살 눈 부신 어느 날, 잠에서 깬 콩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하품을 한다. 몸을 긁적이며 주위를 둘러보고는, 158톤의 거대한 몸을 이끌고 성큼성큼 걸어나간다. 울창하게 우거진 숲. 깨끗한 물과 빽빽이 자라난 풀이 산뜻한 공기를 생산한다. 흥겨운 팝송이 흘러나오고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평화로운 아침이 이어진다. 거대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은 지 3년 후, 여유로운 콩의 일상이 '고질라 VS. 콩'의 문을 연다.


콩은 스컬 아일랜드를 떠나 거대한 돔에 꾸며진 인공 숲에서 인간의 보호 관찰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콩도 안다. 마치 고향의 거대 자연처럼 심어진 풀과 나무 등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인공적인 환경이라는 것을. 가끔 나무를 꺾어 천장을 향해 던지는 반항도 한다. 콩에게는 유일한 친구인 지아가 있다. 청각장애를 가진 꼬마 지아는 콩을 연구하는 앤드류스 박사에게 입양됐다. 두 사람은 깊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며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이처럼 콩은 단순한 괴수가 아닌 지적이고 위트 있는 생명체로 그려진다.


[영화리뷰]'고질라VS.콩' 세상의 운명을 걸고 맞붙은 두 전설

[영화리뷰]'고질라VS.콩' 세상의 운명을 걸고 맞붙은 두 전설


한편 인간들에게 등을 돌린 고질라는 비밀연구회사인 에이펙스에 존재하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쑥대밭을 만든다. 위기 속 지구 안의 또 다른 지구인 할로우어스의 에너지원을 찾아야만 인류가 안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콩의 보호자들은 지아와 함께 타이탄들의 고향일지도 모르는 곳으로 위험한 여정을 떠난다.


영화를 지탱하는 할로우어스 세계관은 46년간 인류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 행성에 또 다른 지구가 존재한다는 가설인 지구공동설을 바탕으로 창작됐다. 우리보다 수백 년 더 발달한 문명 속에서 다른 생명이 살고 있으며 남극과 북극의 입구를 통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주장. 이러한 세계관은 고질라와 콩의 대결을 위한 명분이 된 설정이다. 오랜 세월 대립해온 콩과 고질라는 육지와 해상을 오가며 정면으로 맞붙는다. 지구 중력과 반대되는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과정이 스릴 있게 펼쳐진다. 새로운 생명체의 등장도 흥미롭다. 강력한 대결을 펼치며 몬스터버스의 피날레를 향해 달린다.


고질라와 콩의 결투는 영화의 백미다. 동양 괴수 고질라와 서양 괴수 콩이 전 세계를 누비고 공격하며 뜨겁게 싸운다. 두 괴수의 압도적 스케일에 뉴욕, 도쿄 도시의 높은 빌딩조차 작은 블록처럼 보일 지경. 거대한 바다조차 둘에겐 풀장처럼 그려지며 강렬한 존재함을 발휘한다. 이들의 결투는 아이맥스 화면에 더 생생하게 펼쳐진다. 괴수의 무빙과 타격 장면이 실감 나게 펼쳐지고 음향도 효과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묵직하게 주고받는 액션을 통해 블록버스터 영화로의 재미에 충실한 모습이다.


'고질라와 콩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영화는 할로우어스로 세계관을 확장하며 SF영화로의 덩치를 키웠으나, 액션의 쾌감을 제외하고 설계된 스토리는 허술한 편이다. 일본 배우 오구리 슌이 출연하는데 평면적으로 묘사되고 만다. 악당의 편에 서서 단순한 역할을 하는데 그친다. 이는 할리우드에서 동양계 배우를 편견 속 소비해온 전형적 방법이기에 아쉽다.


[영화리뷰]'고질라VS.콩' 세상의 운명을 걸고 맞붙은 두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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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콩이 필요해. 이 세상이 콩을 필요로해"…인간들은 말한다. 콩을 원한다고. 필요하다고. 인간의 터전인 지구를 지키기 위해 콩을 이용하려 한다. 콩은 나아간다. 잃었던 자신의 터전을 찾기 위해. 고질라도 싸운다. 자신의 생활 터전을 지키기 위해. 고질라와 킹콩 모두 생존을 걸고 맞붙는 셈이다.


누가 악당일까. 고질라와 콩의 모습은 연민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누가 두 생명체를 목숨 걸고 싸우게 만들었나. 바로 인간이다. 인간이 이익을 위해 계산적으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둘을 내세운 것이다. 둘이 싸워서 이득을 취하는 쪽은 인간이다. 이들을 이용해 방패 삼은 사실이 후반 부 고개를 들면, 둘의 결투를 보는 일이 불편하게 다가온다. 의도된 연출이든 아니든 말이다. 극 후반, 빌런으로 등장한 인간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면 긴장감이 고조된다. 영화를 보며 고질라를 응원했든, 콩을 응원했든, 극 후반에는 결국 인간들이 최대 빌런이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게 된다. 아울러 도심에서 벌이는 결투로 인해 희생될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냥 웃으며 볼 수만은 없다.


후반 등장하는 메카 고질라도 강렬하다.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2019), '콩: 스컬 아일랜드'(2017)와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지만, 전작을 보고 보면 각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더 쉽다. 영화는 블록버스터로서의 장르적 재미에 충실한 편이다. VFX 효과와 사운드 작업에 공을 들인 전형적인 형태로 완성됐다. 그러나 두 괴수를 아우르는 부자연스러운 서사와 허술한 설정, 불필요하게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지루한 전개 등은 아쉽다. 다소 진부하고 뒷심도 떨어지지만, 아이맥스 극장에서 즐기기 좋다. 러닝타임 113분. 12세 이상 관람가. 25일 개봉.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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