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30주년⑥]배해선은 아직도 '학전 소극장'에 있다

최종수정2021.04.12 17:36 기사입력2021.04.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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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해선의 기억 속 극단 학전
"극단 학전은 아마존"
'지하철 1호선' 특별 출연의 기억
"많은 배우의 에너지 모여있는 곳"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학전소극장에 가면, 아직 제가 거기 있어요. 그냥 그곳에 가면 제가 있는 느낌이에요. 그곳에 가면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게 돼요."


배우 배해선이 말하는 극단 학전은 '아마존'이다. 호락호락하진 않아도, 배우들이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공간. 그곳에서 숨 쉬고, 마음껏 뛰놀고, 풀과 나무를 가꿨던 시간은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배해선에게 그런 것처럼, 극단 학전은 많은 배우들에게 고향과도 같은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배해선은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학전 시절을 떠올리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고, 그 처음이 쉽지 않지 않나. 지독하게 고민하고 몸부림쳤던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배우들이 많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크레빅엔터테인먼트

사진=크레빅엔터테인먼트



이어 "아마존이 지구의 심장이라고 하지 않나. 김민기 선생님이 아마존 같은 숲을 마련해준 분이고, 그 숲은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우리 몸이 쉽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몸 안에서 많은 과정이 있지 않나. 숨을 쉬어 피를 돌게 하고, 뇌를 움직이게 하는 것처럼, 학전은 우리가 쉽게 행동하고, 쉽게 숨 쉴 수 없게 했다. 진짜가 되기 위해 애썼던 시간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진심을 다해 진짜가 되려고 애썼던 시간들이에요.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 같은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고, 다른 작업을 할 때도 그런 걸 베이스로 작업을 했었던 것 같아요. 연기는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거든요. 진짜의 순간을 얻어내기 위해 고심했던 순간들이 지금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많은 배우들에게 고향으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


30년째 학전을 이끌고 있는 김민기 대표를 향한 믿음 역시 굳건하다. 배해선은 "마음이 흐릿해졌을 때 학전에 다녀오면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런 공간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게 감사하다. 김민기 선생님이 그 자리에 계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배우든 선생님 앞에서는 '그때 그 시절의 누구'가 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배해선은 1998년 '의형제'를 통해 처음 학전 무대에 섰고, 2000년에는 극단 학전의 대표작인 '지하철 1호선'의 선녀 역으로 활약했다. '지하철 1호선'은 1994년 초연돼 2008년까지 15년간 공연될 정도로 깊은 역사를 지닌 작품으로, 지난 2018년 10년 만에 공연을 재개했다. 이에 극단 학전을 거쳐 간 대다수의 배우가 공연 재개를 기념하기 위한 특별 공연 무대에 섰고, 배해선 역시 함께했다.


짧은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와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본공연 때 '선녀' 역을 맡았던 것과 달리 특별 출연 당시에는 '소녀 가장' 역할을 맡았다. 처음 연기해보는 인물이었기에 짧은 연습 시간에도 '나다운 소녀 가장은 뭘까'라는 고민 속에 캐릭터를 마주했다.


사진=크레빅엔터테인먼트

사진=크레빅엔터테인먼트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위해 직접 삼선 슬리퍼와 수면 양말을 구했고, 실제 공연 소품인 것 마냥 낡아 보일 수 있게 직접 발로 밟아 흙먼지를 묻히면서까지 노력했다. 배해선은 "실제로 학전에 있을 때도 거의 다 스스로 소품을 준비했다. 물론 소품팀, 의상팀이 있지만 배우가 쓰는 소품이다 보니 직접 아이디어를 내는 게 가장 좋다"며 "소품이 낡아 보일 수 있게 다른 배우들에게 밟아달라고 하는 과정이 상대 배우의 기를 받을 수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여건상 특별 출연이 어려웠던 황정민이 갑작스레 무대에 올랐던 날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배해선은 "제가 특별 출연하는 날 그냥 공연을 보러 왔다가, 갑자기 '소녀 가장'의 동생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 즉석에서 분장을 하고 바로 무대에 올라갔다. 오빠가 나오니 다들 놀라셨다. 심지어 알아보지 못한 분들도 계셨다. 저희도 추억할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이 됐다"고 미소 지었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공연 장면. 사진=김태윤 기자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공연 장면. 사진=김태윤 기자



학전 무대에 처음 선 지 어느덧 20여 년이 지났지만, 배해선은 자신이 여전히 '학전 소극장'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학전은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많은 예술가들에게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작의 공간이 됐다"며 "그 숲을 헤쳐나갔던 사람들의 에너지가 모여있다. 저는 지금도 학전에 가면 경건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학전 소극장은 아직도 하나의 분장실을 다 같이 공유해요. 특정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에요. 많은 선배님들이 공연을 하셨고, 그런 특별한 시간을 보내 주셨기 때문에 그 에너지가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학전만의 공기와 에너지와 흐름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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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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