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포미니츠' 교도소에서 만난 두 여자, 이해와 치유

뮤지컬 '포미니츠' 교도소에서 만난 두 여자, 이해와 치유

최종수정2021.04.13 17:37 기사입력2021.04.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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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여성
독일 영화 원작으로 국내 창작 초연
마지막 4분의 피아노 연주가 백미
"살아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는 시간"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교도소에서 만난 두 여자. 나이도,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음악을 대하는 태도도 정반대이지만, 인생의 전부인 '피아노'라는 공통점 하나로 가까워지고,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각자의 상처로부터 해방된다. 뮤지컬 '포미니츠'의 이야기다.


뮤지컬 '포미니츠'(연출 박소영, 제작 정동극장·몽타주컬처앤스테이지)는 천재적 재능을 지닌 피아니스트지만 살인수로 복역 중인 18세 소녀 제니와 2차 세계 대전 이후 60년 동안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온 크뤼거가 루카우 교도소에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피아노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여성은, 서로를 통해 각자의 상처를 치유한다.


동명의 독일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으로, 8년이라는 긴 제작 기간으로 화제를 모았다. 높은 완성도 덕분에 2007 독일 아카데미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세계 37개 영화제에서 2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유럽 바바리안영화제, 상하이 영화제 등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과 관객상을 휩쓸었다.


뮤지컬 '포미니츠' 교도소에서 만난 두 여자, 이해와 치유


이처럼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를 국내 창작진이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우연히 영화를 접한 후 무대화에 욕심을 갖게 된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예술감독으로 나섰다. 이와 더불어 뮤지컬 '호프'와 '검은 사제들'을 탄생시킨 강남 작가, 뮤지컬 '워치', '공동경비구역 JSA'의 맹성연 작곡가, 뮤지컬 '펀홈', 연극 '오만과 편견' 등의 박소영 연출가가 함께했다.


뮤지컬은 영화의 상징성과 은유, 인물의 심리 변화를 무대로 옮겨냈다. 사실적인 공간 연출이 아닌 연극적 약속과 어법이 빛나는 무대를 통해 제니와 크뤼거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작품의 제목인 '포미니츠'를 뜻하듯, 공연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제니의 4분간의 피아노 연주는 작품의 백미다.


13일 개최된 '포미니츠'의 프레스콜에는 제니 역의 김환희, 김수하가, 크뤼거 역의 김선영, 김선경을 비롯해 전 배우가 참석해 무대를 선보였다. 양준모 예술감독과 강남 작가, 맹성연 작곡가, 박소영 연출 등 창작진도 함께했다.


양준모 예술감독은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흔히 접할 수 없는 인물들의 감정들이다. 그 인물들을 통해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 마지막까지 그런 여운을 가슴에 담아가실 수 있게 구성했다. 어떤 분은 제니, 어떤 분은 크뤼거 등 다양한 인물을 보며 마음에 와닿는 것이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뮤지컬 '포미니츠' 교도소에서 만난 두 여자, 이해와 치유

뮤지컬 '포미니츠' 교도소에서 만난 두 여자, 이해와 치유


또 "인물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에 크게 감명받았다. 마지막 4분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퍼포먼스를 옮기는 걸 가장 먼저 생각했다. 또 인물의 감정을 대사와 노래로 보여드려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인물의 드라마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선영은 "피아노가 주인공인 만큼 음악이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의 이야기를 깊게 담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와 달리 뮤지컬만의 매력이 있다. 모든 인물이 살아가는 모습이 각자 다르지만 그 안에서 보고자 하는 것들이 정확히 있다는 것을 느끼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수하는 "제가 정말 못하고 자신감 없는 피아노 천재인 친구를 만나서 몇 개월 전부터 레슨 받았다.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있었다. 이 자리에 서보니 불가능이란 없다는 게 정말 뼈저리게 느껴졌다. 아직도 노력하고 도전하고 있다"고 고충을 전했다.


또 "무대 위에서 퇴장이 거의 없다.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노래, 연기도 극적인 부분이 많아서 힘들었지만 행복하게 공연 중"이라고 덧붙였다.


뮤지컬 '포미니츠' 교도소에서 만난 두 여자, 이해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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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희는 "제니는 상처가 많고, 세상과 단절됐다. 그런데 크뤼거를 만나 그가 제니에게 주는 눈빛과 행동으로 제니가 바뀌어 가는 모습을 봤다. 크뤼거 선생님 때문에 사는 것도 있지만 지워진 아기를 위해서 마지막 4분의 연주를 바치는 것도 있다. 또 제니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으로 연주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크뤼거 한 명으로 인해 제니가 바뀌는 모습을 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고 제니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근 두 여성의 우정과 연대, 성장을 담은 작품이 꾸준하게 관객을 만나고 있다. 뮤지컬 '위키드'와 '시카고', 연극 '관부연락선'이 대표적이다. '위키드'는 초록마녀 엘파바와 금발마녀 글린다의 우정과 성장 스토리를, '관부연락선'은 배 위에서 만난 홍석주와 윤심덕이 서로의 상처를 꺼내놓으며 치유해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오는 6월 개막을 앞둔 뮤지컬 '유진과 유진' 역시 상처를 지닌 두 명의 유진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를 전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특히 '시카고'는 교도소에서 만난 두 여성이라는 점에서 '포미니츠'와 콘셉트를 같이한다는 점이 시선을 끈다. 하지만 작품의 결은 전혀 다르다. '시카고'가 밝고 경쾌한 분위기 속 경쟁에서 우정으로 나아가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면, '포미니츠'는 다소 묵직한 분위기 속에서 두 인물이 서로의 존재를 통해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모습을 담아낸다.


뮤지컬 '포미니츠' 교도소에서 만난 두 여자, 이해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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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성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펼쳐낸다는 공통점을 지녔지만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네 작품이다. '포미니츠'가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제니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크뤼거 역의 두 배우는 작품이 지닌 메시지를 전하며 기대를 높였다. 김선영은 "제니를 통해 과거로 여행을 하기 시작하고,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린다. 그렇게 자신이 갇혀있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책임감을 갖기 시작하는 것 같다. 제니에게 단순히 재능만 있기 때문이 아니라, 재능을 가진 아이의 반짝거림을 꺼내주고 싶고, 세상이 살 만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제니를 향한 크뤼거의 애정을 드러냈다.


김선경은 "제가 젊었을 때 크뤼거 같은 선생님을 만났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모습이었을 것 같다. 재능은 특별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하는 걸 재능이라고 생각하면 살아가는데 이유가 되는 거고, 그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연을 보신 분들이 살아야 하는 이유가 너무 큰 게 아니라, 내 앞에 있고 내 안에 있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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