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노트②]"'아이위시', 배우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

[컬처노트②]"'아이위시', 배우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

최종수정2021.04.16 10:17 기사입력2021.04.1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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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위시' 이석준 연출·류찬 음악감독 인터뷰
2016년 '신과 함께 가라' 이후 5년 만의 재회
이석준 연출 "웃음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작품"
류찬 음악감독 "배우의 이야기면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마냥 반짝이는 줄만 알았던 배우의 숨겨진 모습이 무대 위에서 낱낱이 파헤쳐진다. 오디션 현장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신인 배우의 모습부터, 거들먹거리는 스타 배우, 그런 그의 비위를 맞춰줘야 하는 또 다른 배우들의 모습까지.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공연을 보고 나오면 입가에는 웃음이 남아있지만, 끊임없는 풍자 속에서 느껴지는 배우들의 애환을 곱씹다 보면 이내 짙은 여운이 남는다. 그러다 문득 무대 위에서 펼쳐진 배우들의 삶이 결국에는 우리의 삶과도 맞닿아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뮤지컬 '아이위시'의 이야기다.


뮤지컬 '아이위시'(연출 이석준, 제작 아이엠컬처/원작 I wish My Life were like a Musical)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해했을 무대 위 배우들의 실제 삶과 화려한 무대 뒤에 숨겨진 공연계의 뒷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이다.


2018년 영국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카바레쇼' 형식을 차용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웨스트엔드 공연에서는 키보드 한 대만 존재하는 무대 위에서 배우의 노래만으로 공연이 진행됐지만, 한국 버전에서는 이를 한층 발전시켜 네 명의 배우가 따로, 또 같이 무대에 올라 배우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컬처노트②]"'아이위시', 배우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


뮤지컬 '신과 함께 가라', 연극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현', '썸걸즈' 등 다양한 작품을 연출해온 배우 이석준이 연출로 나섰다. 뮤지컬 '봄을 그대에게', 음악극 '낭랑긔생' 등을 선보인 류찬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오랜만에 연출가로 돌아온 이석준은 "약간 어색한 느낌이다. 원래 공연이 시작되면 배우로서는 본격적으로 달려야 하는 시기인데, 연출로서는 내 손을 떠나게 되는 시기이니까. 배우에게 맡겨야 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그게 부담이 있더라. 뭔가 허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제작사 아이엠컬처의 정인석 대표와 이석준 연출이 2018년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방문해 작품을 관람한 뒤, 작품의 매력에 빠져 국내 공연을 추진하게 됐다. 이석준 연출은 "한 번도 보지 못한 형식으로 깔깔거리면서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무대에 올려놓고 싶었다. 우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고 내려올 때까지의 과정을 관객분들이 엿보면서 공감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작품을 선보이게 된 이유를 전했다.


실제 카바레쇼처럼 좁은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이 함께 맥주도 마시고, 배우들이 분장하는 과정도 지켜보는 등 깊게 소통하는 분위기 속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부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석준 연출은 "즉각적인 반응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연이어야 했다. 배우와 관객의 교감도 필요했고, 배우가 얘기를 던졌을 때 받아줄 수 있는 관객이 필요했다. 그 공간을 뛰어넘어 소통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처음 이 공연을 본 후 프로시니엄 무대에서 공연을 할 생각이 없었다"고 프로시니엄 무대에서 공연을 선보이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실 이 공연은 무대가 필요 없는 공연이에요. 노래 세 곡만 가지고도 공연을 할 수 있죠. 곡과 곡이 연결되는 부분이 없으니까요. 한 곡 당 완성도가 있기 때문에 작품은 어떤 길이로 진행되어도 상관없어요. 코로나19가 끝나면, 원래 기획하던 형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컬처노트②]"'아이위시', 배우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


2016년 뮤지컬 '신과 함께 가라'에서 이석준 연출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류찬 음악감독이 '아이위시'에서도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다. 류찬 음악감독은 넘버 편곡은 물론, 직접 무대에 올라 피아노를 연주하며 깨알 같은 연기도 선보이고 있다. 류 감독의 표정 연기를 확인하는 것도 '아이위시'의 놓칠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류찬 음악감독을 향한 이석준 연출의 강한 믿음이 류 감독을 '아이위시'로 이끌었다. 이 연출은 류 감독에 대해 "극을 적극적으로 분석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신과 함께 가라'를 하면서도 뭐가 더 좋은지 알고, 그걸 음악적으로 드러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와 닿아있었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극 안에 들어와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을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했다"고 신뢰를 표현했다.


류찬 음악감독은 "저에게 제안을 주셔서 왜 저랑 하시느냐고 물어봤다. 뭔가 불안함이 있었다. 이례적인 작품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렇더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음악 자체는 장르 문법에 충실한 음악들이었다. 음악을 즐기면서 서사를 따라갈 수 있는 느낌이었다. 음악을 전부 새롭게 쓰지는 않았지만 이 자체로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공연성 있는 요소를 넣어 무대에 올리는 게 관건이었다. 그래서 음악을 만들면서 '라이선스 작품을 하는 건지 창작 작품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공연 준비 과정을 떠올렸다.


"음악을 다시 만들 거라는 건 예상했거든요. 근데 음악감독 장면이 너무 많은 거예요. 처음에는 못 한다고 했죠. 그래도 이제 다 내려놓고 나름대로 깨알 같은 메소드 연기를 해요. 오늘은 비굴한 음악감독이라면, 내일은 자존심이 있는 음악감독.(웃음) 캐릭터 분석까지는 아니어도, 계속 고민은 하고 있어요. 내 행동이 다 보인다는 것에 압박이 있더라고요. 배우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아이위시'의 넘버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곡은 '내 인생이 뮤지컬 같다면'이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등 국내 관객에게 잘 알려진 뮤지컬의 넘버를 곡 속에 녹여냈는데, '빨래'처럼 국내 창작 뮤지컬의 넘버도 담아내 귀를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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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감독은 "이석준 연출의 아이디어였다"며 "원 작곡가가 유명 뮤지컬 넘버를 넣어서 만들었는데, 한국 관객의 입장에서 들었을 때는 저희가 아는 작품이 세 개 정도밖에 없었다. 저희도 유명한 작품이 많지 않나. 그런 작품들을 통해 원곡의 의도를 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연출은 "원곡 악보에 노래 제목이 쓰여있는 데도 모르겠더라. 우리는 우리가 아는 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편곡하는 김에 우리 뮤지컬 노래도 넣어달라고 했다. '참 예뻐요'가 들어가 있는데, 가능하면 한두 곡을 더 넣고 싶었다. 관객분들이 내가 앉아있는 땅의 노래를 들으면서 흐뭇하게 웃을 수 있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극 중 실제 유명 배우들의 이름이 언급되는 장면은 자신의 삶을 풍자하는 무대 위 배우들의 모습을 더욱 강조한다. 흔히 말하는 '잘 나가는' 배우로 조승우, 홍광호, 옥주현, 황정민, 엄기준, 송강호 등이 언급되는 것. 이석준 연출과 류찬 음악감독은 이를 일종의 '명예의 전당'이라고 설명했다.


이석준 연출은 "원작에도 실명이 언급되는 장면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실명을 언급하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지만, 위트와 풍자로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곡과 곡 사이 배우들의 술자리 대화를 엿듣는 듯한 음성이 흘러나오는 것도 독특한 설정이다. 이 역시 이석준 연출의 아이디어다.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뿐만 아니라, 김도빈, 윤나무, 손지윤 등 무대에서 활동 중인 배우 총 20여 명이 함께 녹음에 참여했다.


이 연출은 "녹음본이 짜여진 것처럼 나오는 게 아니라, 술자리에서 말하는 본심처럼 들려야 연결고리가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술자리에서 나누는, 숨겨진 얘기들이 무대에서 유쾌하게 펼쳐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컬처노트②]"'아이위시', 배우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


배우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 만큼, 연출이자 배우인 이석준이 공감하는 바도 많았다. 그는 "백조를 닮았다. 물밑에서는 미친 듯이 다리를 젓고 있는데 물 위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공연을 하는 모습이. 그래서 이 작품이 통쾌할 정도로 재밌다. 코미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이 일이 내게 직업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삶이에요. 제 인생이 여기에 있어요. 이 외에 다른 삶을 살아볼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저는 이 삶을 잘 살아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거예요."


류찬 음악감독 역시 "배우들의 이야기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무대는 전투 현장이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다른 환경이 최적의 상황일 때에도 내가 최적이지 않으면 불안하다. 어느 공연이나 그런 긴장이 있다. 그걸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걸 비틀어서 보여주는 해학극이잖아요. 근데 마지막 넘버에 압도당한 것 같아요. 인생처럼 힘든 일도, 웃긴 일도, 슬픈 일도 많지만 그래도 공연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거. 그런 순간순간이 나를 만들어나간다는 게 좋았어요. 일하면서 '내가 왜 이 일을 하려고 하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작품이 그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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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위시'를 시작으로 배우가 아닌 연출로서의 작품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석준. 당황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여러 작품을 마주하고 있다. 이석준은 "이렇게 넘어오는 것에 순응하고 있다"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는 중이다. 원래 배우와 연출의 시선이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작업하는 방식이 다르게 느껴지진 않았다. '앞으로는 연출을 해야 하니 이렇게 준비해야지'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오랫동안 배우로 활동하면서 '이런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어' 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시야가 넓어지고, 필요성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석준이 말하는 좋은 연출은 '무언가를 제시하지 않는 것'이다. 연출가가 방향성을 잘 설정하고, 개입을 적게 할수록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것. 이 연출은 "공연 예술은 총체극이다. 다양한 장르가 모여서 총천연색의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출이 독특한 틀을 꾸미면 배우들과 스태프의 재능이 튀어나오는, 연출이 의도할 수 없는 자유로움이 펼쳐질 때 정말 재밌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내가 풀어놓으면 당황하는 경우가 많았다. 배우는 무대에서 주체적인 표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예상을 깨고, 혼란스럽다가 안정이 되는 순간에 상상 이상의 빛이 발하는 순간이 온다"고 깊이 있는 생각을 꺼내놨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도 배우들의 애드립이 대사가 된 경우가 많아요. 대신 대사로 느껴지게 하지 말고, 항상 살아있게 하라고 부탁했죠. 배우가 최대한 놀 수 있게 했어요. '아이위시'라는 작품이 가진 매력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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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위시'는 이석준 연출에게도, 류찬 음악감독에게도 엄청난 도전이었던 작업이다. 힘든 과정이지만, 서로를 향한 신뢰와 믿음이 큰 힘이 됐다. 이 연출은 "제가 만난 첫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이지 않나. 제가 공연을 하게 되면 1순위에 류찬이 있다. '신과 함께 가라'도 류찬 감독을 만나지 않았으면 못 올렸을 것이다. 그 작업이 뮤지컬을 만드는 과정의 바이블처럼 남아있다. 그 이후로 '뮤지컬 작업'하면 류찬이 떠오른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류찬 음악감독은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모든 걸 바치게 하는 면모가 있는 분이다.(웃음) 나를 압박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하는 걸 다 받아준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끌어내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꼭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고 함께 작업하는 파트너로서 이석준을 향한 믿음을 표현했다.


사진=김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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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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