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복' 이용주 감독 "삶과 죽음, 담론에 매몰되지 않기를"

[인터뷰]'서복' 이용주 감독 "삶과 죽음, 담론에 매몰되지 않기를"

최종수정2021.04.16 17:38 기사입력2021.04.16 15:33

글꼴설정

영화 '서복' 이용주 감독 인터뷰
'건축학개론' 이후 9년만
극장·OTT 동시공개
새 배급 돌파구 되길
차기작 항상 두려워

*본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이용주 감독이 ‘건축학개론’(2012) 이후 9년 만에 복제인간 소재 SF드라마 ‘서복’으로 돌아왔다. 데뷔작 ‘불신지옥’(2009)으로 무속신앙과 기독교를 절묘하게 연결해 공포를 그려내며 인간의 두려움을 들여다본 그가 ‘서복’을 통해 이를 확장했다. 유한한 삶을 사는 기헌(공유 분)과 죽지 않는 무한한 존재 서복(박보검 분)이 서로를 알아가며 이해하고 연민을 가지며 서로를 구원하는 내용이 그려진다. 험난한 여정을 함께 하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삶의 의미와 마주한다. ‘서복’은 주제 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영화다. 감독은 서복의 입을 빌려 관객에게 삶과 죽음에 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인간의 두려움을 본격적으로 확장시킨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영화가 항상 두렵다”며 자신이 가진 두려움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지난 15일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OTT) 티빙 공개와 동시에 극장 개봉한 영화를 둘러싼 관객들의 다양한 반응과 마주한 소감도 밝혔다. 기대, 부담, 확장 등 다양한 키워드가 읽혔다.


16일 이용주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서복’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는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 분)이 서복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특별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박보검, 공유가 주연을 맡았으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두 차례 개봉 연기 끝에 티빙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됐다.


[인터뷰]'서복' 이용주 감독 "삶과 죽음, 담론에 매몰되지 않기를"


-9년이라는 시간에서 적지 않은 부담도 느껴진다. 시나리오 집필에 시간이 걸린 건가.

‘서복’의 초고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후 시나리오 형태로 완성하는 데도 시간이 꽤 필요했다. 캐스팅 후 촬영 기간도 길었고, 후반 작업도 오래 걸렸다.


-언론시사회 직후 기자자간담회에서 ‘불신지옥’의 확장판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건축학개론’ 이후 차기작으로 ‘서복’을 집필한 이유가 있으신가.

‘건축학개론’은 33살에 쓰기 시작한 시나리오다. 감독을 준비하기 시작하며 쓴 시나리오이고 데뷔작으로 선보이길 바랐는데 제작이 무산됐다. 그래서 30대 후반에 ‘건축학개론’을 포기하며 다른 걸 써야 하는 상황에서 쓴 게 ‘불신지옥’이었다. 운 좋게 감독으로 데뷔하고 나서 ‘건축학개론’을 제작할 기회가 주어져서 제작한 것일 뿐이다. 시나리오를 쓴 순서는 ‘불신지옥’에 이어 ‘서복’이었다. 전편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과정이 자연스러웠다.


-‘건축학개론’은 2012년 400만 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이후 멜로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힐 만큼 회자되고 있다. 이후 멜로 연출 제안도 받았을 것 같은데.

멜로 영화 제안을 많이 받았는데 다 거절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연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기 때문이다. ‘건축학개론’도 멜로를 찍을 생각으로 연출한 건 아니었다. 혹자는 ‘각기 다른 장르를 연출하려는 의지가 있는 거냐’고 물으시는데 그런 것도 아니다. 이야기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완성된 이야기에 어떤 장르가 적합하다고 판단할 뿐이다. 멜로라서 거절했던 건 아니었다.


-‘서복’이 새로운 배급 방식을 타진한 첫 작품이 됐다. 여기에 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책임감을 느낀다. 이러한 새로운 배급 방식이 묘안이 되는 새 형식으로 자리매김해 답답한 상황에 숨통을 틔우는 시발점이 된다면 좋겠다. 어제 9시부터 티빙을 통해 온에어 됐는데, 제가 할 일은 다 했으니 결과를 지켜볼 뿐이다. 남은 일이라면 이제 다음 영화를 구상하는 게 아닐까. 영화 제작사 대표 또는 이후 영화를 준비하는 작품들에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나길 바란다. 관객과 만날 기회가 다양해진다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나 관객에게 윈-윈(Win-Win)이 되지 않을까. 티빙의 제안이 아니었다면 4월 개봉이 힘들지 않았을까. 언제 개봉할지 모르는 상황이 답답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언제 종식될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형식으로 개봉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안방에서 영화를 보고 또 극장에서 영화를 볼지 궁금하다고 하셨는데, 이러한 상황에 염려되는 점은 없었나.

극장에서 상영될 영화를 기획하고 개봉하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는데 온라인과 동시에 보인다는 게 색다른 지점이다. 온라인용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닌데 극장과 온라인을 통해 함께 보인다는 점이 새롭다. 이러한 형식이 영화계에 새로운 유통방식으로 자리 잡아 돌파구가 되길 바란다. 관객들도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라고 순기능을 하길 바란다.



[인터뷰]'서복' 이용주 감독 "삶과 죽음, 담론에 매몰되지 않기를"


-‘서복’이 꼭 박보검이어야 했던 이유가 있나. 박보검이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던 거로 아는데.

기헌 쪽 캐스팅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기에 박보검이 출연을 확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거다. 박보검 측에서는 ‘서복’에 대해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박보검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제작진이 박보검이 아니면 신인배우로 가자는 방침을 세웠고 보검 씨가 하겠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기헌을 공유한테 제안한 이유는.

‘건축학개론’ 끝나고 공유한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감독으로서 공유와 함께 일하고 싶었다. 공유가 선택한 영화들을 보며 궁금했고 만나서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 자연스럽게 ‘공유 씨한테 물어볼 수 있을까’ 했는데 이어졌다.


-영화를 보며 연출자가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인간의 죽음, 두려움을 다루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창작에 있어 논리적 이유를 대기는 힘들 것 같다. 일종의 큰 테마였다.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고 여전히 제게 유효한 질문이라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삶을 되돌아보고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감독이 서복의 입을 빌려 계속해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주제의식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해답을 찾았나.

어제 개봉한 후 영화를 둘러싼 반응을 봤는데 담론에 영화가 매몰되는 건 아닌가 걱정을 했다. 제가 썼던 대사나 기헌의 질문이 영화를 즐기는 하나의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밸런스를 조율하려 했는데 그런 쪽으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게 의아했다. 원초적 질문에 답을 얻기보다 질문을 끌어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한 거다. 극한 상황에 처해본 적은 없지만 죽음을 앞둔 기헌과 영원히 사는 서복. 둘 다 두려움이 있는 거다. 마지막에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과정에서의 질문들이 선택의 근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서복’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려 했을 때 '어둡지 않을까', '제작비가 꽤 들지 않을까' 하는 여러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도 용기 낼 수 있는 지점은 그러한 질문을 가지고 우리가 살기 때문이다. 감독들은 다 마찬가지겠지만 항상 다음 영화가 두렵다. 결과도 두렵다.


-직접적으로 서복의 입을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연출방식을 택한 이유가 있나. 이러한 방식을 선택할 때 다소 우려되는 지점은 없었나.

그 질문을 어떻게 직접적이지 않게 던질 수 있겠나. 바꿔 이야기해서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불편해한다기보다 누군가 그러한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불편하지 않나. 영화에서 서복은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인데 기헌은 불편해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고 누구나 맞이하는 순간인데 그걸 외면하고 회피하려 하기에 그러한 물음이 불편한 게 아닐까. 왜 똑바로 바라보지 못할까 궁금했다. 서복을 통해 기헌도 똑바로 응시하게 되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엔딩을 맞이한다. 그런 질문을 간접적이고 세련되게 질문하는 다른 방식이 떠오르지 않았다. 반응을 예상했지만 가장 직구라고 생각했다.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를 SF 액션 장르가 아닌 드라마 장르에서 그려낸 이유가 궁금하다.

드라마가 아닌 액션으로 풀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왜 드라마가 길고 액션이 짧냐고 묻는 말일 수도 있을 텐데, SF액션 장르의 법칙이 있는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복제인간 소재를 선택했을 때 오는 선입견이 아닐까. 장르적으로 그렇게 많은 분에게 알려진 바가 없어서 죄송한데 그러한 기대 때문에 실망하실까 봐 브로맨스, 드라마를 많이 강조했다. 복제인간이라는 단어가 갖는 힘이 크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만들어진 영화가 어떻게 소비되고 알려지느냐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감독 입장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가 중요하고 이후 어떤 장르로 자리할지는 이야기가 결정한다.


[인터뷰]'서복' 이용주 감독 "삶과 죽음, 담론에 매몰되지 않기를"

-복제인간 소재를 차용하며 미래가 아닌 현재로 설정한 이유가 있나.

왜 미래여야 하나. 황우석 박사가 복제 소를 만든 지 10년이 지났고, 복제 양 돌리가 태어난 지도 한참 전이다.(1996년 영국) 인간 복제는 법 때문에 못 하는 거지 기술이 안 돼서 못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비밀리에 인간 복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인간은 판도라의 상자를 항상 열지 않나. 설득력 있는 상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이 아닐까 싶어서 설정한 것이고. 안 하고 있을 뿐, 못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봤다.


-임세은 연구원이 서복은 실험실에서 자랐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다고 설명한다. 실험실에서 그의 능력에 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설정인데, 사전에 서복한테 총격도 제압하는 것도 불가하다는 걸 짐작할 수 없었던 건가.

일단 실험실에서 몰랐다고 생각했다. 임세은과 서복의 이야기와 연구원들은 몰랐을 거라고 생각했다. 억제제를 맞지 않아서 힘이 가속도가 붙는 거라고 봤다. 물론 그게 의아해서 몰입이 안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임세은과 서복의 은밀한 대화를 넣을까도 고민하기도 했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다 보면 그때그때 선택을 할 수밖에는 없다. 기헌이 그 능력에 놀라야 하기도 하고 설명하다 보면 지루해질까 봐 걱정했다. 설명하는 장면이 많은데 그런 면에서는 설명을 빼고 되지 않을까 싶었다. 영화적 상상력으로 메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도 듣게 됐다. 불친절하기에 재미있을 수 있고 불친절해서 몰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종이 한 장 차이라서 앞으로도 영화를 찍으며 고민하게 될 것 같다.


-공유와 박보검, 두 남자의 로드무비 설정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건가. 여기에 부여한 의미가 있나. 일각에서는 퀴어 코드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둘 사이 애정이나 멜로는 아니지 않나. 서로를 이해하는 이야기라고 봤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 서복이 만약 여성이었다면 더욱 그렇게 바라볼 것 같았다. 동성인데도 퀴어에 관한 반응이 나오지 않나.


-공유가 꿈에서 강물에 빠졌다 탈출하는 장면 위로 달이 크게 떠 있다. 이후 바닷가에서 세떼가 원형 무리 지어 날아간다. 원형의 이미지가 영화 곳곳에 나오는데 의도한 건가. 부여한 의미가 있나.

반복적으로 물의 이미지와 원형의 이미지를 쓰려고 했다. 서복의 능력에서도 그러한 흔적을 많이 남기고 가장 근원적 형태라고 생각했다. 지구도 둥글고 새 생명이 시작되는 세포도 동그랗다. 원형이 가진 힘이 균등하게 펼쳐지기에 원초적 근원적 형태라고 바라봤다. 반복적으로 비쳐 관객들의 심상에 남게 하고 싶었다. 기헌의 판타지와 서복의 세떼를 비슷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예지몽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 때 형태나 색, 미장센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쓴다.


-엔딩에서 기헌이 돌무덤처럼 보이는 곳에 돌을 쌓는데,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인가.

직접적으로 죽는 장면을 그리고 싶지 않았고 서복이 기헌의 무덤을 만들어준 것으로 생각했다. 옛날에는 무덤을 많이 만들고, 화장하더라도 흔적을 남기는 게 인간의 본능이 아닌가. 본능적 행위라고 생각했다. 돌무덤 위에 마지막 돌 하나를 기헌이 얹는 장면을 영화적 암시 정도로 그렸다.



[인터뷰]'서복' 이용주 감독 "삶과 죽음, 담론에 매몰되지 않기를"


-중국 진나라 시절 진시황제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구하러 떠난 신하 서복에서 떠올리셨는데, 다른 여러 설정을 두고 서복에 착안한 이유가 있나.

아담과 이브로도 해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아담은 동명 사이버 가수 아담이 있어서 식상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서복은 모르는 사람도 꽤 있으니 좋은 제목이라고 봤다. 또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지만 서복은 영생을 얻고자 하지만 실패하는 상징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와 어울린다고 봤다. 단어가 주는 광범위한 의미에 대한 차용이다.


-최근에 자연스럽게 끌리는 소재나 이야기가 있나. 차기작은 언제쯤 볼 수 있나.

고민하고 있는데 확실한 건 뭐가 됐든 빨리해야 한다 정도는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 정말 솔직한 심정이다. 장르는 중요치 않다.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매치되는 게 장르 아닌가.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이 아닌 관객의 편의를 위해 설정한 카테고리일 뿐이다.



사진=CJ ENM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좋은번호가 좋은 기운을 나만의 골드넘버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