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터뷰]'블루레인' 이진우·박준형, 새로운 발견

최종수정2021.04.20 16:18 기사입력2021.04.16 16:12

글꼴설정

뮤지컬 '블루레인' 이진우·박준형 인터뷰
이진우 "선과 악의 경계에 대한 고민 생겨"
박준형 "사일러스로서 충실히 살 것"

뉴스컬처가 한 작품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을 담아보고자, '트윈터뷰'(TWIN+INTERVIEW)를 기획, 연재합니다. 서로 다른 매력, 다른 역할로 무대를 채우는 배우, 스태프를 만나 작품에 대해 심도 있게 다가갑니다.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처음 보는 얼굴인데,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성량과 인물의 아슬아슬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디테일이 심상치 않다. 기대 반, 의심 반으로 객석에 들어섰다가, 공연이 끝난 뒤 공연장을 나서면서 캐스팅 보드에 적힌 이름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만든다. '블루레인'을 통해 처음 얼굴을 알린 두 배우, 이진우·박준형의 이야기다.


뮤지컬 '블루레인'(연출 추정화, 제작 씨워너원)은 도스토옙스키의 명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폭력적인 아버지 존 루키페르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는 아들 루크, 테오의 모습을 통해 '선과 악의 경계'라는 묵직한 주제를 풀어낸다. 2019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트윈터뷰]'블루레인' 이진우·박준형, 새로운 발견


이진우와 박준형은 존 루키페르 저택에서 일하는 사일러스 역을 맡았다. 이제 막 배우 활동을 시작한 두 사람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블루레인'에 합류하게 됐다. 이진우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쭉 읽었다. 다 읽고 나서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선과 악의 경계에 대한 질문도 생겼고, 악의 대물림에 대해서도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구축해서 무대에 올리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박준형은 "캐릭터마다 확실한 결핍이 있다는 게 느껴져서 대본을 정말 재밌게 읽었다. 대본을 받기 전까지는 '블루레인'에 대해 잘 몰랐는데, 대본을 읽고 보니 사일러스가 사건의 중요한 열쇠더라. 그런 부분에서 큰 매력을 느꼈고,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일러스는 극 중 반전의 키를 쥔 인물이고, 섬세하면서 폭발적인 감정 표현이 필요한 인물이기에 부담감도 컸다. 박준형은 "우선 영상으로만 보던 선배님들과 함께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영광이었다. 그래서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컸던 것 같다. 첫 작품이다 보니 공연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모르지 않나. 여유가 없고, 벅차고 힘들었던 부분이 많다. 그래도 주변에서 선배들이 도와주셔서 해낼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부담감을 떨치기 위해 산에 자주 올라갔어요. 생각이 많은 편인데, 무작정 걷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들이었어요. 막상 공연을 하고 보니, 내가 공연을 사랑하고, 즐기고, 열심히 하면 되는 거라는 걸 느꼈어요."


이진우 역시 부담감 속에 연습을 시작했다. 그는 "저도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하는 마음이었다. 정말 어렸을 때부터 공연에서, 영상으로 보던 형, 누나들과 공연을 하게 된 것 아닌가. 너무 신인이다 보니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자유로움을 100% 표출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주변에서 너무 편하게 대해주셔서 적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블루레인' 오디션, '그라피티' 오디션, 소속사 오디션에 연이어서 합격했거든요. 좋은 일들이 한 번에 찾아오니까 '이런 일이 한 번에 찾아와도 되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하루하루 감사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지만, 할수록 디테일한 감정들이 생겨서 더 재밌는 것 같아요."

[트윈터뷰]'블루레인' 이진우·박준형, 새로운 발견


두 사람이 표현하고자 하는 사일러스는 어떤 모습일까. 박준형은 "그 시대의 하인은 어떤 제스쳐를 취하고, 어떤 모습을 하는 사람일까 생각했다. 또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관객분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가 의도한 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이야기했다.


"형들이 하는 걸 보고 정말 많이 배웠어요. 형들은 제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표현했거든요. 사일러스는 제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 인물이더라고요. 훨씬 깊은 정서를 써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번 작품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트윈터뷰]'블루레인' 이진우·박준형, 새로운 발견


이진우는 "사일러스라는 인물의 전사에 초점을 뒀다. 사일러스가 누구인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왜 거기 있는지. 연출님과 대화를 통해 디테일한 사일러스를 만들었다. 학생 시절 공연할 때는 계산적으로 연기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대한 사일러스로서 움직이려고 했다. 이진우로서 움직이는 것과 사일러스로서 움직이는 것 사이를 좁혀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고 열정을 드러냈다.


"이진우로서는 이렇게 움직였을 것 같은데, 사일러스로서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무대에서 나로서 움직이고 표현하는 건 결국 한계가 있더라고요. 물론 제 안에서 꺼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인물로서 하나하나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많이 연습했던 것 같습니다."


극 중 사일러스가 부르는 넘버인 '그림자처럼'을 기점으로 그의 정체가 차차 드러난다. 박준형은 '그림자처럼'에 대해 "그 장면만큼은 루크가 됐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한다. 그래서 짜릿한 느낌이 있다. 사일러스도 매일 핍박 받다가 그 순간만큼은 루크라는 생각을 하면 행복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윈터뷰]'블루레인' 이진우·박준형, 새로운 발견


이진우는 "처음에는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욕심이 들었다. 그런데 연출님이 클리셰적인 연기를 하지 말자고 하셨다. 저희가 끓는 물 같은 연기를 했다면 연출님은 끓어서 수증기가 된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정말 어려웠다.(웃음) 그래서 상황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일러스의 마지막 선택에 대해서는 "'악마가 있다는 건 신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말하는 마지막 대사가 사일러스와 '블루레인'을 관통하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사일러스 안에 믿음이 있고, 구원받을 수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준형 역시 "그 모습이 진짜 사일러스라고 생각한다. 사일러스는 아프고 힘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을 것이다. 아무리 신에게 기도를 해도 응답이 없으니 신이 없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자신의 의지로 존의 빙의에서 벗어나 마지막 선택을 하는 사일러스의 모습이 진짜 진실된 모습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진우는 '그라피티',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의 작품에서 앙상블 배우로 활동하다가 이번 작품을 통해 첫 배역을 맡게 됐고, 박준형은 '블루레인'을 통해 처음으로 무대에 섰다.

[트윈터뷰]'블루레인' 이진우·박준형, 새로운 발견


오디션 현장에서 박준형과 처음 만났다는 이진우는 "너무 잘생겼는데 심지어 연기도 잘하더라. 저도 열심히 준비해갔는데, 준형이를 보고 '나는 안 되겠다' 싶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웃었다. 그렇게 둘은 나란히 오디션에 합격했고, 서로에게 둘도 없는 버팀목이 됐다.


박준형은 "제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웃음) 열정 있는 모습에 가능성을 봐주신 것 같다. 데뷔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 부족한 점이 많았을 텐데 열정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이진우는 "저는 오디션장에서 긴장을 정말 많이 하는데, 준형이 덕분에 마음을 내려놔서(웃음) 그냥 외운 걸 편하게 보여드린다는 생각으로 오디션장에 들어갔다. 여태 오디션 봤던 것 중 가장 집중력 있게 본 것 같다.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트윈터뷰]'블루레인' 이진우·박준형, 새로운 발견


배우로서의 시작점. 고민도, 생각도 많다. 박준형은 "몇 달 전까지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갑자기 배우가 된 것 아닌가. 공연을 하지 않을 때는 어떤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지에 대해 공허함을 느낀다. 연습할 때는 매일매일 연습을 하니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니 공연이 없는 날에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이진우는 "누군가에게 비춰지는 직업 아닌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었다. 또 '흔들리지 않는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중심을 잘 지킬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단단한 내면을 드러냈다.


이어 "가슴 뛰는 삶을 살자고 마음먹었다. 그 순간부터는 가슴을 뛰게 하는 게 제 의무가 된 것 같았다. 10년, 20년 뒤에는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가슴 뛰는 삶을 살자는 것이 제 인생 목표"라고 덧붙였다.

[트윈터뷰]'블루레인' 이진우·박준형, 새로운 발견


"선생님들이 해주신 말이 있었어요. 너는 매일 하는 공연일 수 있지만 관객에게는 첫 공연이라고. 나이가 조금 더 들어서는 첫 공연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의 마지막 공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블루레인'이 끝나는 날뿐만 아니라 배우를 그만하는 날까지 누군가의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항상 소중한 무대라고 생각하면서 무대에 서고 싶어요."


박준형은 "저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다. 아직 제 그릇이 작아서 지금 상황을 온전히 다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있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항상 오늘도 거짓말 하지 않고 사일러스라는 인물로 충실히 살아보자는 생각을 한다. 그 신념 하나만큼은 끝까지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아직도 제가 배우라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저도 학교에서 교수님이 해주신 말이 있거든요. 티켓값하는 배우가 되라고. 그만큼 무대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열정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관객분들이 좋은 공연 보고 왔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좋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사진= 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좋은번호가 좋은 기운을 나만의 골드넘버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