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성의 STAGE pick up]4.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

최종수정2021.04.19 09:38 기사입력2021.04.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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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오페라 축제 참가작 '달이 물로 걸어오듯'
비극적 사랑의 무대화
오페라 대중화 향한 기대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지난 6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 소극장에서 진행 중인 한국 소극장 오페라 축제의 참가작 중 한 작품이다.


올해로 제19회를 맞는 한국 소극장 오페라 축제는 그동안 주로 대극장에서 올렸던 대극장 그랜드 오페라와는 다르게 오케스트라와 출연 인원을 최소화하며 정통적인, 기존의 클래식 오페라와는 다르게, 텍스트의 소재나 음악적 양식 또한 다양하고, 현대적이거나 미래적인 소재에서부터 동시대인들이 누구라도 공감하거나 사회적 이슈까지 다루어 다시 한번 재고할 수 있게 하는 등 실험적인 창작 작품이 주가 되는, 오페라의 미래를 가름할 수 있고 오페라의 저변 확대와 대중적인 부흥을 기대하는 소극장 오페라 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오페라는 그동안 기존 외국 작품을 공연할 때, 이탈리아어, 불어, 독어, 영어 등 원어를 주로 활용했으며, 그 이유는 언어의 음절이나 멜로디가 작곡자가 창작한 선율에 최적화되어 있는 음악적 라임을 유지하거나 발성과 딕션까지도 명료한 음가를 표현해 내는데 최적화된 표현으로 되어 있다고 판단해서이기도 하다. 또한 자막이 있다 하더라도 전문가나 미리 알고 있지 않으면 감상하는데 다소 한계가 있었는데, 이번 소극장 오페라 축제에서는 주로 창작이 대부분이지만 외국 작품이라도 우리말로 번안해 전달력의 간극을 좁혀 즉각적으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유희성의 STAGE pick up]4.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


이러한 시도는 1999년 소극장 오페라축제 시작 후 처음 있는 일이며 4월 한 달간 총 4작품, 22회 공연이 진행된다.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고연옥 작가가 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오페라 텍스트로 구성해 인간 내면 생각의 확장과 그로 인한 사실과의 연계와 파생되는 상태에 주목했다.


나이 50이 넘도록 혼자 살아온 화물차 운전기사 '수남'은 우연히 술집에서 일하는 '경자'를 만나 결혼까지 한다. 하지만 계모와 이복 여동생을 살해한 경자의 얘기를 듣게 되고, 경자와 태어날 아기를 위해 본인이 살인죄를 뒤집어쓰기로 한다.


이후 감옥에 가게 되고 조사과정에서 갈수록 변해가는 경자는 배 속의 아이를 내세워서 자신을 변호하며 심지어 수남을 폭력 남편이자 진짜 살인자로 몰고 간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남은 경자가 한순간 이라도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었는지 그 진심을 알고 싶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겪게 되는 가슴 아픈 순정남의 진실을 알고 싶어했던 비극적 사랑의 상태를 무대화했다.


거기에 이미 오페라뿐 아니라 클래식의 다양성을 주도한 통영국제음악제와 여러 연극과 뮤지컬 작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 내면의 생각이 더해질수록 증폭되는 혼돈과 이탈, 그 과정과 결과를 음악적 주제 선율의 변주와 구성으로, 인간 내면의 본성 그 자체의 본질을 포착해 적재적소에 생각의 변이를 음악적 구조로 치밀하게 빚어낸 선율과 배치로 작품의 주제 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음악적 구성과 캐릭터별 선율, 생각과 상황의 변화에 따른 리듬의 템포와 전반적인 음악적 안배가 탁월하게 배치했다.

[유희성의 STAGE pick up]4.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


수남 역의 박찬일은 가창에 드라마틱한 캐릭터의 상태를 적절하게 운용했으며 경자 역의 신은혜는 캐릭터의 극적 상황과 상태에 이입한 감정의 변화를 명료한 발성과 발음으로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며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역할로 거듭나게 했다.


또 최근 매체뿐 아니라 모든 장르에서 실제 나이뿐 아니라 남녀 성별을 구별하지 않은, 젠더프리가 유행처럼 행해지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술집 마담 역의 카운티 테너 이희상의 범접할 수 없는 외형적 조건과 보이스, 그리고 섬세한 표정 연기와 울림 있는 소리는 작품에 캐릭터로서의 중심뿐 아니라 재미까지 덤으로 안겨 주었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이다. 하지만 화려하고 스펙타클한 무대장치의 볼거리는 있지만, 전환의 스피디함이나 무엇보다도 발 연기를 포함한 발성과 딕션의 자연스럽지 않은 불친절한 장르로 인식되어 대중적인 저변 확대에서는 멀어지기도 했다. 대중예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뮤지컬도 그 근간은 오페라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오페라는 정통적인 클래시컬한 양식을 고수하는 경향이 강해서 대중적인 호응을 끌어 들이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었다.


뮤지컬은 오페라의 양식을 가져오되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진입 장벽을 낮추거나 예술적인 가치와 감성은 충만하게 느낄 수 있게 하되, 판타지를 통한 문화적 경험을 통한 충족감뿐 아니라 과감한 스타 기용과 발굴 등 끊임없는 시도와 도전, 소재의 다양성과 미래를 예고한 사회문제뿐 아니라 대중문화까지 적극 유입하여 예술성과 대중성을 확보한 특별한 공연 예술 장르로 거듭났다.


한국의 뮤지컬도 30년 전부터 대학로 소극장을 중심으로 한 소극장 창작 뮤지컬이 활성화되어, 한국의 창작 뮤지컬이 공연시장을 섭렵하고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 그 위상을 높여가듯이, 오페라 소극장 페스티벌로 거듭 난 한국의 창작 오페라가 오페라 대중화에 대한 창작 산실이 되어 대중들과 오페라 애호가들, 나아가 오페라 매니아들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현대 오페라와 더불어 한국의 소극장 오페라를 선호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한국에서, 소극장 오페라와 더불어 창작 오페라 제작이 활성화되는 그날들을 기대해 본다.


사진=예술의전당


[유희성의 STAGE pick up]4.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


[유희성 공연 칼럼니스트 겸 공연 연출가]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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