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카메라 꺼져도 반듯한 배우 찾습니다

최종수정2021.04.19 16:28 기사입력2021.04.19 16:24

글꼴설정

강하늘·박보검·엄태구
충무로 이끄는 3인방
착실한 미담 제조기
'미투'·학폭 캐스팅 영향
철저해진 배우 검증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확실히 달라졌다. 거칠고 제멋대로 구는 모습을 매력이라 바라보던 때가 있었다. 더듬어보자면 1990년대 '터프가이'가 있었다. '사랑을 그대 품 안에'(1994), '모래시계'(1995) 등 당시 인기를 얻은 드라마 속 남성 주인공들은 박력 있는 모습으로 여성을 이끌었다. 큰 소리로 오토바이를 끌거나 눈에 힘을 잔뜩 준 채 고압적인 목소리로 사랑을 말했다. 이후 터프가이는 다정하고 따뜻한 남성 캐릭터에 밀려 매력을 상실했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며 '츤데레'(쌀쌀맞지만 실제로는 따뜻한 사람)라는 또 다른 캐릭터로 옷을 갈아입었다. 츤데레는 마음에 없는 말을 내뱉으며 상처를 주거나 뜻하지 않은 행동을 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캐릭터로 묘사되기 일수였다. 작품은 현실의 반영이란 말이 있다. 시대가 달라지며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는 남성상도 달라졌다. 2021년 관객·시청자들은 터프가이와 츤데레에 더이상 열광하지 않는다. 그들의 과격하고 돌출된 행동은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말로 더는 설득력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랑해서 그랬다'는 식의 행동이 연민을 얻는 시대는 지났다.


최근 충무로를 이끄는 배우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바르고 착실한 이미지를 지닌 배우라는 점이다. 박보검, '비와 당신의 이야기'의 강하늘, '낙원의 밤'의 엄태구는 최근 공개된 영화를 이끄는 남성 주인공으로 분한다. 이들은 크고 작은 미담으로 화제가 된 배우들이다. 이들은 카메라 앞에서의 모습이 아닌 일상에서의 바른 모습이 여러 사람에게 오르내리며 미담을 제조해왔다. 작품에서의 이미지 역시 비슷하다. 올곧고 착실한 모습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제 카메라 앞에서의 이미지와 카메라 불이 꺼졌을 때 이미지가 다른 배우는 많지 않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 세상. 언제 어디서나 카메라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실제로는 착해요'라는 말은 변명에 지나기 십상이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착한남자 박보검

박보검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 분)이 서복(박보검 분)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특별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서복'에서 서복을 연기했다. '건축학개론'(2012)으로 411만 명을 모은 이용주 감독이 무려 9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박보검이 주연을 맡았다. 박보검은 오랜 고심 끝에 '서복'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복'은 지난해 개봉을 타진했으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로 두 차례 연기 끝에 지난 15일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 티빙에서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됐다. 같은 날 극장에서 동시 개봉해 업계 시선이 쏠렸다.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이후 새로운 배급 형태로 자리 잡을 수도 있기에 주목됐다. 개봉 첫 주말 16만3,523명을 모아 누적 21만 233명을 기록 중이다.


박보검은 영화 '블라인드'(2011)로 충무로에 얼굴을 알린 뒤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올랐다. 1,700만 명을 모은 영화 '명량'에서는 이순신(최민식 분) 장군에 토란을 건네며 대장선 탑승을 부탁하는 소년을 연기했다. '차이나타운'에서 김혜수와 모자 호흡을 맞추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입대 전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 촬영을 마쳤다.


그는 평소 행실이 바르고 착실하기로 유명한 터. 광고 업계에서는 박보검의 바른 이미지와 자기관리 등을 고려해 일찌감치 뜨거운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지난해 입대했지만, 침대 앞에서 여전히 춤추고 있다. 제대 후 그는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국방 의무를 다한 그에게 더 많은 대본이 건네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 스크린과 안방을 오가며 분주히 활약할 전망이다.


[포커스]카메라 꺼져도 반듯한 배우 찾습니다

[포커스]카메라 꺼져도 반듯한 배우 찾습니다


미담 제조기 강하늘

강하늘은 우연히 편지를 주고받으며 비 오는 12월 31일 만나자는 약속을 한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멜로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메이킹 패밀리', '수상한 고객들'을 연출한 조진모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제대 후 첫 영화로 관심을 받고 있다.


2019년 제대한 강하늘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순박한 순애보를 간직한 청년 용식을 연기해 인기를 얻었다. 입대 전 출연한 영화 '기억의 밤'(2017), '청년경찰'(2017) 이후 4년 만에 스크린 복귀다. 앞서 '스물', '쎄씨봉' 등에서 싱그럽고 순박한 청춘을 연기한 그가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 다시 한번 빛나는 청춘의 설렘과 추억을 되새기게 할 예정이다.


강하늘은 '미담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살뜰히 주변 사람을 챙기기로 유명하다. 촬영장에서 성실하게 임하고 스태프들 사이에서 예의 바른 배우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군 복무 중 휴가 때 부모님 칼국수 집에서 일손을 돕는 모습이 포착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제대를 앞두고 일찌감치 다수 영화의 러브콜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바른생활 사나이 엄태구

엄태구는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낙원의 밤'에서 라이벌 조직의 타깃이 되어 제주로 몸을 피한 범죄 조직의 에이스 태구를 연기한다. 영화는 'VIP'(2017), '마녀'(2018)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으로 지난해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OTT) 넷플릭스에서 지난 9일 공개됐다.


영화 '기담'(2008)로 데뷔한 그는 이후 '차이나타운', '잉투기', '밀정', 택시운전사', '안시성' 등 다수 작품에서 활약했다. 작품 속 무시무시한 에너지와 달리 선한 내면을 지닌 배우로 잘 알려져 있다. 앞서 본지와 인터뷰에서 그는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밝히며 삶의 중심을 지탱하는 신앙의 힘에 대해 말한 바 있다. 그는 "최대한 반성하고 기도하며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바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늘 고민한다"고 했다.


엄태구와 함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들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착실한 성품을 칭찬한다. 아울러 카메라 앞이 아닌 일상에서 미담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 분향소 앞에 설치된 기독교실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추모 예배를 본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그를 목격한 사람들은 그가 하루는 지방 출장이 있다며 몇 주 못 나올 거라고 알렸는데 얼마 후 영화 '밀정'에 나왔다고 전했다. 그제야 그가 배우인 줄 알았다는 따뜻한 일화가 전해지기도 했다.


[포커스]카메라 꺼져도 반듯한 배우 찾습니다


철저한 검증·빠른 손절, 달라진 충무로

'미담 제조기'라 불리는 세 배우가 충무로를 이끄는 현재 분위기는 우연이 아니다. 활발히 작품을 선보이며 활동 중인 한 영화 제작자는 "영화 한 편은 많은 이의 노력으로 탄생한다. 배우뿐 아니라 제작 스태프, 투자자 등이 힘을 합쳐 개봉까지 달린다. 감독이 선장이라면 주연배우는 작품의 얼굴이다. 성공적으로 돛을 올리기까지 배우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어떤 배우가 출연하느냐가 관객을 영화관으로 이끄는 하나의 선택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캐스팅 과정에서 배우 섭외는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8년 미투(나도 당했다, Me Too) 운동 당시 일각에서는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법률 검토를 했지만 대부분 오래 함께한 사이기에 법적 대응 하지 않고 제작배급사에서 손해를 떠안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국내 일부 대형 배급사의 경우 출연 계약에 약물 등 스캔들이 발생할 경우 책임을 진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미투' 당시 청구하지는 않았다"라며 "이후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캐스팅 과정에 엄격한 기준을 세웠다. 성추문 등 각종 폭로를 비롯한 스캔들 대응에 백신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제작 시장이 위축되며 검증은 더욱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 리스크가 크지 않고 오래 신뢰 관계에 있는 배우에 더욱 의지하게 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이 확장되며 창구가 많아졌다. 어디에서 어떤 폭로가 나올지 모르지 않나. 폭로가 시작되면 시한폭탄처럼 여기저기서 터지는 분위기다. 최근 들어 검증을 철저히 하고는 있지만, 배우가 과거에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까지는 파악하기 어렵다"며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여지가 있거나 리스크가 있는 배우는 최초 캐스팅 과정에서 배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최근 최고 주가를 달리던 모 배우한테 많은 영화 출연 제안이 들어갔으나 학교 폭력 폭로 이후 전부 철회됐다. 연기력이 좋고 배역에 부합한다고 해서 여러 잡음이 있는 배우를 기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빠른 손절과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를 고려할 때 평판 좋고 자기관리에 철저한 배우들을 찾는 손길은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진=각 영화 스틸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좋은번호가 좋은 기운을 나만의 골드넘버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