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터뷰]'미드나잇' 조환지·이석준, 비지터의 새로운 가능성

[트윈터뷰]'미드나잇' 조환지·이석준, 비지터의 새로운 가능성

최종수정2021.04.20 16:52 기사입력2021.04.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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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조환지·이석준 인터뷰
두 사람이 말하는 '비지터'
젊은 에너지로 표현하는 새로운 매력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두 사람의 '비지터'는 고민에 고민을 거쳐 완성됐다. 인위적인 묵직함은 덜어내고, 능청스럽고 도발적인 젊은 에너지를 더했다. 그러면서도 비지터가 지녀야 할 위압감은 잃지 않았다. 그들의 몸에 딱 맞는 비지터의 옷을 찾기 위해 긴 시행착오를 겪은 덕분이다. 그렇게 조환지와 이석준은 비지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뮤지컬 '미드나잇: 액터뮤지션'은 매일 밤 사람들이 어딘가로 끌려가는 공포의 시대를 견뎌내고 있는 부부 '맨'과 '우먼'에게 12월 31일 자정 직전 불길한 손님 '비지터'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네 명의 액터뮤지션이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전하는 '액터뮤지션' 버전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두 사람이 맡은 '비지터'는 정체 미상의 인물로, 맨과 우먼이 숨겨둔 비밀을 수면 위로 올리는 역할을 한다. 조환지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이석준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미드나잇' 무대에 서게 됐다.


뮤지컬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출연 중인 배우 조환지(좌), 이석준.

뮤지컬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출연 중인 배우 조환지(좌), 이석준.



이석준은 "제가 원래 책을 잘 못 읽는데(웃음) 대본을 한 번에 읽었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비지터가 하는 말들 자체가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면서 일침을 가하는 게 있지 않나.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여러 방향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라서 재밌게 느껴졌다"고 '미드나잇'과 비지터의 첫인상을 전했다.


이어 "사실 너무 열려있는 캐릭터라서 힘들기도 했다. 제가 형들처럼 몸을 화려하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연기를 어마어마하게 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최대한 맨과 우먼 곁에 있는 인간처럼 표현하려고 했다. 잘하면 더 무서워질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싱거울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비지터가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장면이 있어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본인이 표현하는 비지터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진짜 첫인상은 '기타'였어요. 원래 기타를 하나도 못 쳤거든요. 오디션 보기 전부터 환지 형 영상을 보면서 '기타를 어떻게 저렇게 치지?'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기타를 어떻게 쳐야 할까'가 '미드나잇'의 첫인상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배우 이석준.

배우 이석준.



다시 한번 '미드나잇' 무대에 오르게 된 조환지는 처음 비지터로 분했던 지난해를 떠올리며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까에 대한 막막함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비지터가 중심을 잡아주는 단단한 역할이지 않나. 처음에는 그렇게 연기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더라. 그래서 저만의 느낌으로 풀려고 했다. 웃기고 깐죽거리는 느낌. 그렇게 하다 보니 비지터의 갭이 더 보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만났을 때는 더 막막했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도 별로 없었고, 지난 시즌에 보여드린 모습에 더 덧붙여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긴장감도 있었다. 시즌이 바뀌면서 달라진 부분이 많아서 그걸 절충시키는 게 어려웠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열정적이고 텐션 높은 비지터였다면, 이번에는 조금 차분해진 느낌이에요. 비지터가 침착해지니까 맨과 우먼이 보이더라고요. 비지터가 마음대로 연기해도 되는 캐릭터라고 하지만,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극 안에서 집중한 상태에서 인물들의 템포를 맞춰야 하는 역할이어서 아직도 어려워요."


배우 조환지.

배우 조환지.



앞서 두 사람이 말했듯 '미드나잇'에서 비지터는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야 하는 인물이다. 정체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존재로 등장해 맨과 우먼을 공포에 몰아넣고, 두 사람 내면의 밑바닥까지 드러내면서 극의 분위기를 주도해야 하기 때문. 팀의 막내를 담당하는 두 사람이기에, 나이에서 오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석준은 "같이하는 형, 누나들이 귀여워해 주시는 건 좋지만, 극 중에서는 비지터가 휘어잡는 모습을 전달하지 못하면 관객분들에게 웃기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제가 생각하는 비지터는 겉으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뱉는 말마다 맨과 우먼의 충돌을 일으키는 인물이었다. 연출님이 생각하는 비지터는 FM적인 비지터였다. 카리스마 있고, 빠져야 할 때 빠지고, 잡아줘야 할 때 잡아주는. 그렇게 하려고 하니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제가 어려움을 느끼는 걸 알고 연출님이 조언을 해주셨어요. 어떤 부분에서도 애처럼 해도 되는데, 비지터로서 보여줘야 하는 모습은 꼭 보여주라고. 연출님의 제 의견을 많이 들어주셨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쉬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더 많이 공부하고 연구했어요. 대본을 정말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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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지 역시 같은 고민을 지니고 있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에 비해 어린 나이이기에 비지터가 줘야 하는 무게감에 부담을 느낀 것.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지난 시즌에 비지터로서 텐션을 높인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다. 비지터가 일을 귀찮아하는 모습을 오히려 열정적인 것처럼 표현하면 깐죽거리는 것 같고, 맨과 우먼을 농락하는 것 같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캐릭터와 맞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먼저 '미드나잇'을 만난 조환지가 이석준에게 큰 힘이 됐다. 이석준은 "형과 얘기를 정말 많이 나눴다. 기타도 알려줬고.(웃음) 형의 영향이 없지 않다. 다른 형들과 연습을 할 때 본 비지터와 형이 들려준 비지터의 갭이 엄청났다. 그런 부분을 잘 섞어야 저만의 비지터가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환지는 이석준이 'FM적인' 비지터가 되지 않길 바랐다. 그는 "대본만 읽으면 FM 비지터밖에 생각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꼬아볼수록 재미있는 게 많은 작품 아닌가. 작품이나 캐릭터 자체로 힘을 지녔지 않나. 괜히 무거운 척하는 것보단 어릴수록 에너지 있게 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희에겐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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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터는 해석의 여지가 많은 인물이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비지터는 어떤 존재일까. 조환지는 "결국에는 성악설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악함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항상 자기의 이익을 선택하면서 살아가지 않나. 인간은 모두가 악하지만, 악하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다. 인간의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는 작품 아닌가. '미드나잇'이 인기 있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비지터는 그냥 비지터에요. 저희가 정하는 게 아니고 관객분들이 정하는 거죠. 누구는 심판자, 누구는 악마, 누구는 양심. 그게 다 정답인 것 같아요. 같은 사람이 오늘 보고 내일 또 봐도 다를 수 있죠."


이석준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작품이다. 비지터가 양심이라고 생각해서, 맨과 우먼을 심판하러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치우치지 않고, 이입하지 않고 두 사람을 바라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사실 어떻게 이입이 안 되겠어요. 제 상황이었다면 저도 맨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오히려 우먼이 이해가 안 돼요. 자신의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 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버지로부터 받은 내재적인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추악함, 폭발적인 모습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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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터를 그려내면서도 어려움을 느꼈듯, 20대 초반부터 배우 생활을 시작한 두 사람에게 어린 나이의 틀에 갇혀버린 이미지는 가볍게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이었다. 두 사람은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고민을 조심스레 꺼내놨다.


조환지는 "어떤 상황에도 '나이가 어리니까'라는 인식이 있다. '어린 것 치고 잘한다'는 말이 마냥 칭찬은 아니지 않나. 계속 열심히 하려고 하는 이유가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나이를 떠나 잘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서. 그런데 이제는 많이 내려놨다. 너무 잘하려고만 하지 않고, 상대가 주는 에너지를 충분히 느끼려고 한다"고 고충을 이야기했다.


이석준은 "나이는 극복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그냥 제가 캐릭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캐릭터에 설정된 나이대가 있어도, 그냥 제 나이대라고 생각하고 접근한다. 어설프게 그 인물의 나이대를 따라 했다가는 정말 비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제가 연기하는 인물은 저로 인해 파생되는 부분이 많다. 내가 하는 게 맞다고 믿으면서 가고 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무너지는 순간이 오면 멘탈이 흔들린다. 이번에 '미드나잇'을 하면서 그걸 느꼈다. 주변의 말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한다. 비지터로서의 모습을 끄집어내려고 노력 중이다"고 고민의 흔적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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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데뷔 전,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어느덧 같은 무대에 서게 됐다. 이석준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더 느꼈는데, 형은 기죽지 않는다. 누가 뭐라고 하든 뚝심 있게 버티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 내가 모르는 걸 상대방이 알면 멋있게 보이지 않나. 그런 모습이 많다. 다재다능하다"고 조환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환지는 "제가 원석을 발굴한 느낌"이라고 웃으며 "스스로 다이아몬드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갈수록 잘하고, 앞으로 더 잘 될 거라는 게 보인다. 제가 더 뿌듯하다"고 칭찬했다.


조환지는 2017년 '서편제'로 데뷔한 후 4년째, 이석준은 2019년 '그리스'로 데뷔한 후 2년째 꾸준하게 무대에 서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두 사람에게는 배우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배우로서의 지난 4년 중, 조환지는 코로나19로 인해 힘겨웠던 작년을 떠올렸다. 그는 "'세자전' 공연이 중단됐을 때 뼈저리게 느꼈다. '나 정말 뮤지컬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그때 배달 아르바이트도 했다. 충격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뮤지컬 말고 다른 걸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이 평생 할 수 있는 직업도 아니니까. 그래서 오히려 그때 이후로 더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 이렇게 관객분들이 찾아주시는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이석준은 "발전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했던 작품이 아쉽고, 지금 하면 더 채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다들 한다고 하더라. 항상 그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저의 최선을 키워서, 정말 엄청나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재밌게, 행복하게, 잘하자는 각오다"고 단단한 내면을 드러냈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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