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은 악으로 처단한다, 다크히어로

최종수정2021.04.21 14:03 기사입력2021.04.2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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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을 모두 지닌 다크히어로
정석에서 벗어난 복합적 면모
현실의 부조리함을 해소해주는 그들

[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나와 함께 복수하지 않겠나. 악에 지지 말고 나만의 방식으로 이기는 거야. 우리 주변 쓰레기들을 수거해서 그들을 세상으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킬 생각이야."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의 장성철(김의성 분)은 연쇄살인마에 의해 어머니를 잃은 김도기(이제훈 분)에게 범죄자들을 함께 처단하자고 제안한다. 범죄자는 재판을 받고 범죄에 따른 형량으로 처벌 받는다. 하지만 장성철이 김도기에게 제안한 것은 법에 따른 심판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복수'를 하자고 말한다.


'모범택시'의 김도기(이제훈). 사진=SBS '모범택시'

'모범택시'의 김도기(이제훈). 사진=SBS '모범택시'


'모범택시'의 장성철(김의성). 사진=SBS '모범택시'

'모범택시'의 장성철(김의성). 사진=SBS '모범택시'


현재를 살아가는 드라마들은 선역과 악역이라는 단순한 분류로 캐릭터를 나누지 않는다. 인간은 원래 복합적인 면을 가지고 있고, 가상의 인물들도 실제의 인간처럼 복합적인 면모를 지니고 이야기 속에서 살아숨쉬고 있다. '다크히어로'라고 불리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모범택시'의 무지개운수는 겉보기에는 보통의 택시회사 같지만 '사적 복수'를 행하는 집단이 숨어있다. 악명 높은 성범죄자 조도철이 출소하는 날 김도기의 팀은 그를 납치해 지하금융계의 큰손 백회장(차지연 분)의 사설감옥에 집어넣었다. 몸을 겨우 누울 만큼의 좁은 공간과 창살로 막힌 사실감옥에는 수많은 범죄자들이 갇혀 울부짖고 있었다. 사회기업가로 위장해 젓갈 라벨갈이, 경찰 유착, 노동 착취 등을 일삼는 이들에게는 사기를 쳐서 돈을 빼돌리거나 가면을 쓰고 나타나 폭행을 가한다. 그들이 약자를 상대로 폭행하고 착취한 것처럼. 학교폭력을 일삼으며 군림한 10대 범죄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리다고 죄의 무게가 가벼워지지는 않는다"며 피해자를 대신해 철저하게 복수해준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의 빈센조 까사노(송중기 분) 또한 다크히어로다. 빈센조는 바벨그룹의 각종 악행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항한다. 마피아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그는 "이건 나한테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내가 지켜온 룰에 관한 문제"라고 말한다. 신약 원료창고에 불을 지르고, 악한 자들을 무력으로 다스린다. 비리 형사들을 협박하고 킬러들의 목숨을 위협하기도 한다. 사람의 목숨만은 빼앗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그이지만 "피의 대가 반드시 치르게 할 거다"라며 분노하고, 변호사 홍차영(전여빈 분) 또한 "지금 필요한 건 변호사가 아니다"라며 동조한다.


'빈센조'의 홍차영(전여빈), 빈센조(송중기). 사진=tvN

'빈센조'의 홍차영(전여빈), 빈센조(송중기). 사진=tvN


사진=tvN

사진=tvN


악에는 악으로 맞서는 다크히어로다. 골탕을 먹이는 수준을 넘어 진짜로 목숨을 위협하고 목숨을 두고 거래한다. 방화나 협박도 서슴지 않으며 법망을 피해가는 이들을 그들의 방식으로 처리한다. 공권력의 처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할 경우에는 개입하기도 한다. 오히려 "지은 죄보다 덜 고통스럽게 죗값을 치르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범택시'에서 장성철을 연기하는 배우 김의성은 "요즘 많은 사람들이 공권력이 공정한지, 공권력의 심판은 적당한 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데 이런 사회 문제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법이 심판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 '우리가 통쾌하게 심판을 한다면 어떨까' 그려보고, 통쾌함을 넘어 과연 그것이 올바른 일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점, 생각해야 될 점까지 제시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한가'라는 화두는 항상 존재한다. 현실에서도 대중은 오히려 범죄자의 인권이 보호 받고, 권력에 따라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는 듯한 재판에 분노하며 법의 테두리를 교묘히 피해가는 악인들에 분통을 터뜨린다. 다크히어로들은 현실에서 풀리지 않는 답답함을 드라마 속에서나마 대신 해소해준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다크히어로에 열광하고 있다.



권수빈 기자 ppbn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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