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성의 STAGE pick up]5. 연극 '해롤드와 모드'

최종수정2021.05.06 09:37 기사입력2021.05.0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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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의 마지막 '해롤드와 모드'
80세가 되어 다시 만난 '모드'
배우 윤석화, 연출로 참여

연극 '해롤드와 모드'는 작가 콜린 히긴스(Colin Higgins)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동명 영화(1971)로 먼저 알려졌고 이후 다시 히긴스에 의해 연극(1973)으로 만들어졌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져 화제를 이어가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1986년 초연되었고, 지금까지 총 일곱 번째 공연 중 다섯 번의 연극과 한 번의 뮤지컬에 박정자 선생이 모드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2003년 이 연극을 처음 시작하면서 '실제 여든 살까지 매년 이 연극을 하고 싶다. 80세가 되는 해까지 이 연극을 꼭 다시 하고 끝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공언하고 소망했던 것처럼 2021년 80세가 되었고, 정말로 꿈같은 연극처럼 '해롤드와 모드'로 다시 관객들과 만났다.


2003년 극장 '정미소' 개관작의 제작자로 참여했던 윤석화 배우가 이번에는 박정자 선생과의 10년 전, '마지막 연출은 네가 맡아달라'는 암묵적 약속을 지키며 각별한 우애와 신의를 지켰다. 두 사람의 각별함은 많은 분이 알고 있고 부러워하듯이, 연극계 선·후배이면서 때로는 친구, 자매처럼, 사제, 연인처럼, 더러는 각별한 모녀처럼 그렇게 오랫동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금실지락(琴瑟之樂)처럼 다정하고 아름다운 연극 인생의 동행을 이어오고 있다.


[유희성의 STAGE pick up]5. 연극 '해롤드와 모드'


이번 특별한 축제 같은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한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프로듀서 또한 흔쾌히 이 아름다운 연극적 동행을 주관하며 박정자 선생의 팔순 기념 연극 '해롤드와 모드'를 통해 우리 시대 살아있는 무대 명장의 날갯짓을 음미할 수 있는 빛나는 축제를 주관했다.


거기에 번역극 특유의 어투며 어색한 질감의 이질감을 과감히 걷어내며 박정자 선생에게 딱 맞는 옷 같은 언어로 되살려낸 재치 있는 위트와 시종일관 종달새처럼 재잘대며, 재기발랄하고 유니크한 언어의 리듬과 뉘앙스를 찾아 리딩해준 드라마트루기의 이충걸님,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흥이 폭발하는 유쾌한 에너지를 물씬 느끼게 해 준 'Be-Bop-a-Lula'를 여러 음악적 장르로 편곡해 색다른 음악적 즐거움으로 확실히 각인시키고, '모드'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기에 제격인 클래식한 쇼팽의 피아노곡과 더블 배치해 대중에게 사랑받았던 무대의 박정자 선생과 오래도록 전설처럼 클래식하게 무대 위 모드로 기억할 수 있게 배치한 김태근 음악감독의 기발한 선곡과 센스도 참 좋았다.


가기에 심플 하지만 상징적인 무대, 다양한 각을 통한 빛의 변화로 죽음과 삶이라는 인생의 테두리에 스치듯 지내 온 인생의 과정들을 명화 같은 아름다운 풍광의 영상과 더불어 세상을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과 삶의 관조를 담은 조명, 이제 생명을 얻어 살아내야 할 작은 나무와 거대한 화석 같은 오래된 괴목 나무의 대비를 통한 인생의 숭고함과 아름다움, 다음 세대를 위한 배려와 삶과 죽음의 연대를 의상과 소품 등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무대 미장센을 구축해 냈다.


[유희성의 STAGE pick up]5. 연극 '해롤드와 모드'


박정자 선생에 대해서는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공연계의 살아있는 전설, 연극계의 대모, 영원한 현역 배우, 연극 '해롤드와 모드'에서처럼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유쾌하고 지혜로운, 매력적인 할머니,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통해 무대를 지키고 무대를 즐기며, 또한 무대를 지극히 사랑한 천생 배우로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우리 시대의 무대 장인. 한 작품을 17년 동안 이어 오며 어느덧 80이 되어 극 중 모드로 현신한 배우 박정자!


누구라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끊임없는, 무대에 대한 열정과 배우로서 타고난 끼와 재능에도 불구하고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진솔하게, 그저 생활이 된 헤아릴 수 없는 무대에 대한 집념과 노력, 매번 무대를 성스러워하며 진정으로 임하는 자세와 태도,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배우로서의 삶의 경이로움과 지혜로움에 저절로 머리를 조아리게 하는 숭고함까지, 박정자 배우를 알거나 함께 작업했던 분들은 이구동성 천생 배우로서의 그 놀라움에 놀라움과 존경심을 토로하는 것을 수없이 들어 왔다.


이번 무대에서도 나이 80이라고는 털끝만치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비처럼 가볍고, 노래하는 종달새처럼 유쾌했으며 호기심 가득한 순박한 소녀스러움, 거기에 또렷한 발성과 함께 조잘거림과 묵직한 감동으로 가슴을 뜨겁게 하다가 유쾌한 웃음과 함께 느닷없는 재치와 위트, 지혜로움과 달관의 경지에서만 묻어날 수 있는 힘 빼고 내려놓음과 그 여유로움, 또한 드러내지 않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소박하고 소탈하게 그저 상대 배역들을 향해 배려하는 시선과 자세에서 고스란히 노장의 명배우에게서만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는 그런 배우 박정자 연기의 참모습을 영접할 수 있다.


'해롤드와 모드'는 오는 23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사진=신시컴퍼니



[유희성의 STAGE pick up]5. 연극 '해롤드와 모드'



[유희성 공연 칼럼니스트 겸 공연 연출가]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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