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성기 "5.18 가해자들, 반성하고 용서구하길"

최종수정2021.05.08 08:00 기사입력2021.05.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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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배우 안성기 인터뷰
5.18민주화운동 소재
노게런티 참여
가해자들 용서 구하길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당시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국민 대부분이 미안한 마음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화려한 휴가’나 ‘아들의 이름으로’가 제 마음을 움직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안성기는 구태여 광주의 비극적 사건을 출연 이유로 들지 않았다. 시나리오가 마음을 움직였다는 말로 영화에 출연했다고 힘주어 설명하려 했다.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다면서도 “당시의 아픔과 응어리가 여전히 남아있기에 앞으로도 계속 이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어떤 말보다 강렬한 문장처럼 다가왔다.


안성기는 6일 오전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감독 이정국)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지금 컨디션이 좋다”며 “목소리가 가라앉아서 이상하긴 한데 괜찮다”며 인사를 전했다.


[인터뷰]안성기 "5.18 가해자들, 반성하고 용서구하길"


‘아들의 이름으로’는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오채근(안성기)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1980년 5월 광주에 대한 뜨거운 화두를 던진다. 5.18 민주화운동을 그린 최초의 장편 극 영화인 '부활의 노래'(1990)로 데뷔해 '편지'(1997), '산책'(2000), '블루'(2002) 등을 연출한 이정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안성기는 영화에서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복수를 결심한 오채근 역으로 분한다. 1980년 5월 광주, 그곳에 오채근이 있었다. 매일 괴로움 속에서 살아가는 그와 달리 가해자들은 잘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그는 오래 품어온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복수를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반복되서는 안 될 아픔.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 출연이 쉽지 않았을 터. 안성기는 “오채근을 따라가며 광주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짜임새 있었고 나중에 어느 지점에 도달하는 과정이 강렬했다”며 “진희(윤유선 분)와의 관계도 묘했다. 영화에서 이런 관계는 본 적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봤다. 5.18에 대한 아픔이 여전히 남아있기에 큰 울림을 줄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광주에서 먼저 시사회를 열었다. 안성기는 “영화가 끝나고 우는 분들이 많았다. 시사회를 진행하는 사회자도 계속 울면서 진행하셨다. ‘아, 끝난 일이 아니구나. 슬픔이 계속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인터뷰]안성기 "5.18 가해자들, 반성하고 용서구하길"


영화는 5.18 민주화 운동 41주기를 맞이하는 2021년 5월, 그날의 광주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당시 아픔은 과거에 끝난 게 아닌 아닌 현재진행형 이라는 데 방점을 찍는다. “80년 5월,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이라는 영화를 찍고 있었고 사건에 대해 전혀 몰랐다. 너무도 비극적인 사건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거 같지만 현재 미얀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아픔과 응어리가 여전히 남아있고 풀리지 않은 상태라는 걸 알아야 한다.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거론될 문제가 아닌가. 물론 영화로도 계속될 수 있다고 본다. 모두 반성하고 용서를 구해야 맞다고 생각한다.”


안성기는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영화가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용서받고 화해하는 작품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를 보고 느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당시 아픔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상처가 남아있는 광주의 모습을 통해 주제를 더욱 선명하게 비춘다. 안성기는 “섬세한 시나리오 덕에 연기자들이 잘 몰입해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며 “실제 광주 시민들도 많이 참여해주셨는데, 당시를 겪었던 분도 계셨다”고 말했다.


안성기는 ‘아들의 이름으로’에 노게런티(출연료를 받지 않음)로 참여했다. 아울러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며 제작에 힘을 보탰다. 그는 “출연을 결정할 때 노개런티라는 걸 알고 참여했다. 애초에 예산도 많지 않았다. 예전에도 그렇게 참여한 적이 종종 있다”며 “투자라고 하긴 이상하지만 힘을 합쳤다”고 전했다.


영화에 남다른 의미도 부여했다. “현장이 굉장히 열악했다. 의상, 분장 담당이 없어서 배우들 각자 구해서 옷을 입었다. 상대 연기자 피 분장도 제가 해줬다. 아마추어 배우,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다 보니 촬영하면서는 조금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오래 남을 거 같다.”


[인터뷰]안성기 "5.18 가해자들, 반성하고 용서구하길"


인상적인 장면으로 오채근의 독백 장면을 꼽은 안성기는 “영화상 감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봤다. 하지만 너무 감정적으로 처리된다거나 그렇게 비추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상당히 절제하려 노력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안성기는 “지난해 개봉하려 했는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1년 미뤄 개봉하게 됐다”며 “최근 제작사, 투자사, 극장 모두 어려운데 빨리 해결되면 좋겠다. 온라인으로 영화를 많이 보지만 극장 상황이 좋아지면 극장에 관객들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매력이 있으니까. 극복되는 날을 기다린다”고 바랐다.


앞으로 계획에 관해 안성기는 “신연식 감독과 저예산 신작을 함께 할 것 같다”며 “영화 자체가 원동력이다. 영화의 매력, 영화의 힘이 저를 계속 연기하게 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라고 영화를 향한 애정을 드러내며 다음 작품을 기약했다.


안성기가 건강하게 연기하는 모습을 다음 작품에서 다시 만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사진=엣나인필름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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