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스테이지]멈춤의 시대, 움직이기 시작한 배우 송광일

[언택트 스테이지]멈춤의 시대, 움직이기 시작한 배우 송광일

최종수정2021.05.08 15:00 기사입력2021.05.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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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감염병이 휩쓸고 간 공연계. 달라진 풍경 위에서도 희망의 내일을 꿈꾸는 이들을 서정준 문화전문기자가 비대면으로 만나봅니다.

배우 송광일 프로필 사진. 사진=본인 제공

배우 송광일 프로필 사진. 사진=본인 제공


[뉴스컬처 서정준 문화전문기자] 항상 소년 같은 해맑음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온 배우 송광일. '난쟁이들', 나쁜자석', '알앤제이', '비스티', '환상동화',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헛스윙밴드' 등 출연작 하나하나가 대표작이기도 한 그는 올해 서른셋의 대학로 대표 동안 배우 중 하나다. 해가 지날수록 동안 이미지에 감춰진 매력을 발산 중인 그와 이번 '언택트 스테이지'를 진행했다.


그는 '뭐하고 지내냐'는 물음에 "'알앤제이' 끝나고 쉬고 있다"며 웃으며 화답했다. 그는 자신은 다른 배우들에 비해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크진 않은 편이라고 이야기했다.


"작년 '환상동화' 쯤부터 코로나19가 시작됐잖아요. 그런데 다행히 저는 크게 피해를 입진 않은 편이에요. 그래도 공연을 올리려고 노력하는 분들이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점점 공연을 올리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 그에게 '송광일에게 2020년이 어떤 해였는지' 묻자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도 있었지만 오히려 '감사한 해'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020년은 '감사한 해'였어요. 어떻게든 공연을 올리려고 애쓴 분들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저도 공연을 계속할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좋은 동료들도 만날 수 있었죠. 작년에 신유청 연출님과도 운좋게 만났어요. 덕분에 무대 위에 오를 수 있다는 것 자체도 감사하지만 전에 없었던 새로운 장르, 새로운 공연을 하게 된 것도 재밌었죠. '궁극의 맛'이란 작품할 때는 강애심 선배님, 이봉련 선배님 등과도 함께했죠. 이전에 했던 작품에선 함께할 기회가 없었던 분들이라 너무 감사했어요. 합을 맞추던 배우들과 함께하며 쌓아가는 것도 있지만 새로운 합을 맞추는데서 얻는 경험도 컸죠. 또 요즘에는 영화도 잘 안 보러 가는 시대인데 여전히 극장을 찾아주시는 관객분들께도 무척 감사드리게 됐어요."

송광일 배우가 보낸 사진. 피가 이어진 건 아니지만 '소중한 가족'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제주도 가족들의 사진. 장난치며 놀던 추억이 많은 할머니는 작년에 돌아가셨다고. 사진=본인 제공

송광일 배우가 보낸 사진. 피가 이어진 건 아니지만 '소중한 가족'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제주도 가족들의 사진. 장난치며 놀던 추억이 많은 할머니는 작년에 돌아가셨다고. 사진=본인 제공


그는 그 과정에서 '배우 송광일'의 걸음을 돌이켜 볼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전에는 멈추지 않고 공연을 계속해야 한다는 게 1순위였다면 이제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봤어요.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무대 위에 계시는 선배님들이 어떻게 배우 생활을 계속 하실 수 있었을까?', '나도 앞으로 수십 년을 이어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내 작품을 내가 선택하는 배우가 돼야 그 '버티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원래는 스케줄이 들어오면 어떻게든 다 소화하려고 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행복한 시기도 있었고, 행복하지 않은 시기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배우 송광일로서 선택의 시기가 지금이 아닌가 싶었어요."

송광일 배우가 보낸 사진. 왼쪽은 어릴 때의 동생과 본인, 여천중 얼짱시절 사진. 사진=본인 제공

송광일 배우가 보낸 사진. 왼쪽은 어릴 때의 동생과 본인, 여천중 얼짱시절 사진. 사진=본인 제공


그래서 그는 올 하반기에 '스스로의 선택'으로 빈 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휴식을 갖고 다음 작품을 하겠다거나 그런 빈 칸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에 도전하기 위한 빈 칸이라고. 이전에는 공연을 계속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있었다면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모두의 멈춤'이 되려 그에겐 스스로 움직이는 발판이 된 셈이다.


"데뷔 후 공연을 거의 쉰 적이 없어요. 그러다 2018년 겨울에 공백기가 있었는데 그 때 너무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것을 느꼈어요. 다행히 제주도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힘을 얻었죠. 올해도 사실 점점 공연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라서 제주도에서 몇 달 동안 일을 하려고도 했어요. 그런데 저보다 더 적은 기회 속에서도 간절함을 갖고 공연에 임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내성이 없었구나 싶었죠. 힘든 상황이라고 해서 공연에서 멀어져있지 말자. 이 상황을 버텨보자, 부딪혀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제적인 어려움은 아르바이트든 뭐든 하면서 돌파해보려고요. 작품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제 직업이 배우가 아닌 건 아니니까요."

배우 송광일 프로필 사진. 사진=본인 제공

배우 송광일 프로필 사진. 사진=본인 제공


끝으로 어느덧 삼분의 일이 지난 2021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물었다. 그는 '오늘 할 일', '이번 주 할 일'이 아닌 '앞으로의 계획'은 잘 생각해두지 않는다며 '계획만 세워두는 건 무의미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장 기존에 하던 필라테스나 요가가 아닌 헬스 같은 다른 운동을 하고 싶다거나, 오세혁 연출이 추천한 책들이 많다며 '책도 좀 읽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에 송광일 배우는 공연이 유연하게 흘러갈 때 배우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처럼 지금의 상황에 맞는 삶을 살겠다고 말하며 훗날 송광일이 어떤 작품을 했고 어떤 연기를 한 사람인지 돌이켜 볼 수 있도록 앞으로의 길을 걷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에게 앞으로 큰 시련이 닥치거나, 자신의 선택이 좋지 못한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그가 가진 마음은 분명 그를 더 단단한 배우로, 버티는 배우로 만들어주지 않을까. 5년, 10년이 지난 뒤에도 그와의 인터뷰가 계속되기를 기대했다.



서정준 객원기자 newsculture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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