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지윤, 슬럼프를 고백했는데 미쓰양이 되었다

최종수정2021.05.11 14:40 기사입력2021.05.11 14:40

글꼴설정

'빈센조'의 미쓰양, 배우 정지윤
"고치려 했던 단점을 오히려 미쓰양으로 확대"
"부가세 신고 기간 꼭 체크하세요"
"공백기와 슬럼프, 사람들 덕에 이겨내"

[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나름 잘 꾸미려고 했는데 어딘지 부족한 인싸 패션, 자세히 보면 갈라져 있는 얼굴에 딱 붙는 단발머리, 본래보다 훨씬 밝은 톤의 피부, 피폐하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나는 짙은 색의 립스틱. '빈센조'의 미쓰양은 겉모습부터 강렬했다.


"반응을 잘하자." 미쓰양을 연기한 정지윤이 코미디의 제왕 주성치에게서 영감을 받아 '빈센조'에서 풀어낸 코미디의 방식이다. 김희원 감독과의 미팅 자리에서도 주성치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빵 터지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한다. 뭔가 하려는 순간 코미디를 망친다는 걸 알고 있는 그는 같이 연기한 배우들에게 리액션을 보내는 것에 무엇보다 주목했다.


[인터뷰]정지윤, 슬럼프를 고백했는데 미쓰양이 되었다


"사실 회의감이 컸어요"

정지윤은 '빈센조' 캐스팅이 꾸려질 즈음 연기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고 한다. 감독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솔직하게 고백했는데 오히려 미쓰양으로 캐스팅되는 결과가 나왔다. 그는 "내가 어떤 작품에 들어갔을 때 쓰임새 있는 돌이 될 수 있을까? 트라우마가 있는 상태였다. 솔직하게 말씀드렸더니 감독님이 웃으시면서 뭐든지 하라고 하셨다.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것처럼 딱 맞는 작품이 지금 나에게 와서 미쓰양을 만났나 싶다"고 말했다.


회의감에서 벗어나게 해준 작품, 트라우마에서 꽤나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작품,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었던 작품이 '빈센조'였다.


"저의 단점을 확대시켜서 미쓰양을 연기했어요. 말이 느린 것이나 무표정한 시선, 저음도 콤플렉스였는데 마음껏 해봤습니다. 너무 저음인가 싶어서 '조금만 피치 올릴까요?' 물어보면 너무 좋았다고 반응해 주셨어요. 제가 항상 고치려고 했던 것들이고 연기할 때 버리려고 했던 것들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 나 연기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어서 슬럼프가 길었어요. '빈센조'에서는 타협을 해봤죠. 많이 바꾸려 하지 않아도 내가 사랑 받을 수 있는 배우구나 그런 감동이 있었어요. 저를 많이 사랑하게 됐습니다."


"부가세 오늘 꼭 내야합니다"

미쓰양의 시그니처 대사가 탄생했다. '부가세 요정'으로 단숨에 등극했다. 정지윤은 "작가님께 국세청 블로그에도 그 장면이 올라왔다고 말했더니 작가님께서 글을 쓰실 때 국세청에서 연락이 자꾸 와서 짜증나는 걸 그대로 대본에 쓰신 거라고 하더라. 저한테 종합소득세 신고에 관해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다. 제때 신고를 안 하면 가산세가 붙는다"며 "꼭 체크하세요"라고 덧붙였다.


빈센조가 떠날 때 울었던 장면에서는 "직장인들의 먼데이무드 짤에 제 얼굴이 합성돼서 돌아다니더라. 모든 스태프들을 위해 시원하게 운 느낌"이라며 이 장면이 꼭 영화 '타이타닉'의 엔딩 같다는 독특한 감상을 내놓았다. 반려견인 희동이가 등장한 점도 정지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다. 더불어 "미쓰양의 빗도 빨간거, 하얀거, 검은거 서랍 안에 넣어놨었는데 다 못 써서 아쉬웠다. 깃털 볼펜이나 오래된 나무 주판도 준비했었다. 쓰이지 않아도 행복했다"며 다 보여주지 못해도 그저 좋았던 현장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정지윤, 슬럼프를 고백했는데 미쓰양이 되었다


"'우리 팀'이라고 표현한 건 처음"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연기한 바이바이벌룬 식구들을 말할 때는 '우리팀'이라고 표현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김영웅 선배님은 준비해온 애드리브를 리허설 때 보여주시면서 저희를 설득시켰다. 선배님의 스타일을 알게 되니까 입을 씰룩거리거나 시선을 주거나 항상 준비할 수 있었다. 같이 만들어가는 그 느낌이 되게 좋았다. 냉동창고 장면에서도 뒷부분은 거의 애브리드였는데 석도 사장님에게 질 수 없어서 중얼중얼거린 기억이 난다"고 이야기했다. 전수남 역의 이달에 대해서는 "크게 될 배우"라며 "자세가 진지하고 대충이 없다. 대본이 너덜너덜할 정도로 그날 찍을 내용 생각만 한다. 바이바이벌룬 옷도 두 세 시간 일찍 입고 있더라.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했다"고 칭찬했다.


빈센조를 향한 미쓰양의 짝사랑 연기는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다. 정지윤은 "송중기 씨는 그냥 빈센조였다. 섬세한데 터프한, 그냥 상남자"라며 "주연이라는 왕관의 무게를 잘 받치고 있다. '저래서 송중기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려가 마음에서 나온다. 마지막 신에 나오지 않아도 기다려주고 때가 되면 항상 뭘 사려고 했다"고 전했다. "피부가 너무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함께 한 배우들을 향한 칭찬은 마르지 않았다. 정지윤은 "(전)여빈 씨도 굉장히 성숙하다. 밤을 새고 왔을텐데도 분장하시는 선배님들 옆에서 대화를 나누고, 신을 다 체크하더라. 기사가 있으면 단체방에 올리는 역할도 했다"며 "'빈센조'에는 연대 의식이 확실하게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에 대한 정의를 바꿔준 작품
[인터뷰]정지윤, 슬럼프를 고백했는데 미쓰양이 되었다

정지윤의 활동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2015년 드라마 '닥터 이안'과 2020년 '터치' 사이에 5년의 공백기가 있다. "배우가 일을 못하면 공백기"라며 "항상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트러블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에게 문제가 있나? 싶어서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존감도 많이 낮아졌고, 연기를 그만해야 하나 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디자인과를 전공했는데, 캐스팅이 없을 때는 알바를 했다. 먹고 사는 걸 떠나서 연기로 인정을 받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저 자신을 많이 탓했던 것 같다. 그때마다 할 수 있다고 등을 세게 때려주신 분이 김종수 선배님"이라고 말했다.


"할 수 있다"라고 주변인들이 말해주는 힘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정지윤은 "항상 나를 탓하고 단점이 무엇일지만 생각했는데 결국은 사람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그렇게 견뎠더니 미쓰양 같은 역할을 만났다는 것도 알았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기다리고 또 기다릴 거다. 그 시간을 어떻게 건강하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격려해주는 선배, 주요 업무가 있음에도 현장을 따라다니면서 하나하나 신경 써준 스타일리스트, 마음이 잘 맞았던 동료 배우들 등이 있었기에 '빈센조'를 잘 끝낸 지금은 의욕으로 가득하다.


"이제는 연기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어요. 저의 매력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다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수동적인 인물을 많이 연기했어요. 아프고, 당하고... 배우들과 교류도 활발하게 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통나무도 같이 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빈센조' 단톡방에서 '금가프라자 식구들 다른 데 가서도 기죽지 말고 멋진 모습 보여주자'라고 하는데 눈물이 났어요. 이제는 저를 많이 보여줄 수 있도록 치열하게 매력을 뿜뿜 뽐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김태윤 기자



권수빈 기자 ppbn0101@asiae.co.kr
<ⓒ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좋은번호가 좋은 기운을 나만의 골드넘버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