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가장 안전한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극은 가장 안전한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종수정2021.05.14 10:31 기사입력2021.05.1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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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회 백상예술대상 개최
백상연극상에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
젊은 연극상 트로피는 정진새 연출에게
최순진·이봉련, 연기상 수상
연극인들이 전한 메시지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의 주인공이 된 연극인들이 각자의 신념을 담은 메시지를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연계의 침체에 대해, 또 혐오와 차별의 사회 속 모두의 행복과 공존에 대해 자신의 뜻을 전한 연극인들의 목소리는 어떤 연극 작품보다도 깊게 보는 이의 마음에 파고들었다.


지난 13일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지난 2018년, 18년 만에 부활한 젊은연극상에 이어 시상 범위가 확장돼 연극 부문에서 백상연극상, 젊은연극상, 남자 연기상, 여자 연기상 총 네 부문에서 시상이 진행됐다.


연극 부문의 대상 격인 백상연극상은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가 차지했다. 배우 전박찬과 구자혜 연출이 무대에 올랐다.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는 여성과 남성으로 나뉘는 이분법적 사회에서 끊임없이 경계의 문을 두드리는 트랜스젠더의 삶과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를 통해 동시대의 혐오와 차별을 드러낸다.


"연극은 가장 안전한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박찬은 먼저 공연을 지원해준 성북문화재단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극장 문만 열게 해달라고 간절히 마음먹고 있던 때에 극장을 채워주신 관객들, 오밤중부터 방역을 위해 소독기를 들었던 관계자분들 없었다면 이 연극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은 이 시대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를 위해 목청을 높이고 무대 위에 서 있어 왔다. 우리는 농담도, 혼자도 아니니까"라고 소감을 마쳤다.


구자혜 연출은 "이 공연 하면서 많은 분들이 대단하다, 용기를 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용기를 낸 사람은 대본을 쓴 이은용 작가다. 그는 본인을 생존하는 트렌스젠더 작가라고 가시화하면서 객석에 앉아있는 또 다른 트렌스젠더의 삶에 마음을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올해 초 세상을 떠난 이은용 작가를 떠올렸다.


이어 "작품은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창작진들이 스스로 가치와 의미를 존중하는, 소중하고 훌륭한 연극이다. 어떤 사람의 삶과 선택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승인이 필요 없기 때문"이라며 "사람의 삶을 감히 부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나중에라는 합리화로 혐오와 차별을 방관하는 정권이 부끄러워했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연극은 가장 안전한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젊은연극상은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 통합사회탐구 영역'의 정진새 연출에게 돌아갔다. 작품에 출연한 배우 장우성이 대리 수상해 정진새 연출이 남긴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제가 저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말과 함께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고, 가족들에게도 사랑을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무대를 향해서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정진새 연출은 "연극은 실제로 현장에서 이뤄지는 예술이고, 배우들을 직접 마주함으로써 관객 여러분이 무대를 상상하게 하는 예술이다.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수많은 예술가들의 첫 시작은 어린 시절의 연극이었을 것이고, 누군가를 따라하거나 무대에 서는 경험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 연극이 지치거나 힘들지 않도록, 특히나 젊은 연극인들이 외롭지 않도록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 보내주시기 바란다. 연극은 가장 안전한 극장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연극은 가장 안전한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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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농담이 (아니)야'의 최순진이 남자 연기상을 차지했다. 최순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가족들과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특히 故이은용 작가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작업을 하면서 우리 사회 어떤 인간 존재에게는 우리 사회에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폭력적이고 차별적이고 불평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누구도 인간을 혐오하거나 차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신념을 드러냈다.


여자 연기상에서는 '햄릿'의 이봉련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햄릿'은 코로나19로 인해 개막 연기 끝에 결국 공연이 취소되고 온라인으로 관객을 만난 바 있다. 이봉련은 "'햄릿' 공연은 두 번 연기되고 마지막 최종 드레스 리허설을 마친 후에 공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취소 통보를 받고 웃지도 울지도 못했던 배우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 상은 개인의 성과가 아닌 것 같다. 이 상에 지분이 있으니 부디 함께 기뻐해 줬으면 좋겠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사진=JTBC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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