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녕, 여름' 이예은, 상처를 치유하는 힘

최종수정2021.05.18 09:04 기사입력2021.05.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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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안녕, 여름' 이예은 인터뷰
세상 떠난 아내 여름 役
첫 연극 도전 "배우로서 채워지는 느낌"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여름이가 첫 장면에 노래를 불러요. '아침이슬 두 방울, 따스한 햇살, 살랑살랑 바람'처럼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것들이 가사에 담겨있죠. 태민을 위한 치유의 내용이자, '안녕, 여름'을 통해 관객분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감정이에요. 내면에 상처가 있는, 이 시대의 태민이들을 위한 노래인 것 같아요."


사랑, 소중함, 익숙함, 후회, 그리움 등 인간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는 '안녕, 여름'. 그중에서도 이예은이 가장 가깝게 마주한 키워드는 '치유'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사랑하는 이의 소중함. 가슴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이 사랑 이야기에, 이예은은 특유의 사랑스러움을 가득 담아 관객의 상처를 치유한다.


연극 '안녕, 여름'은 6년 차 부부 태민, 여름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삶에 대한 의미를 전하는 작품이다. 지난 2016년 초연 돼 5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인터뷰]'안녕, 여름' 이예은, 상처를 치유하는 힘

이예은은 전직 작사가이자 태민을 향한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여름 역을 맡았다. 이예은이 말하는 '안녕, 여름'은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이다. 그는 "인간의 본질적인 것을 건드리는 이야기는 다 좋다. 여러 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는 것 같다.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어도, 사람으로 치유 받는다. 결국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는 걸 일깨워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여름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그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리워하는 태민의 이야기를 담는다. 퉁명스럽고 무관심한 태민의 모습에 상처받을 법한데, 그럼에도 "그것도 사랑의 모양"이라고 말하는 이예은은 여름을 닮아 있었다.


이예은은 "태민을 보면 여름이를 향한 애정이 느껴진다. 보시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여름이 힘들겠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여름이 매 순간 상처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태민의 사랑이 여름이의 눈에는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모습은 쉽게 잃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내가 봐온 것을 믿게 되죠. 본질적인 것이 흐려질 수는 있겠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믿어요. 사람이 변한다는 게 씁쓸하기만 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도 변할 때가 있을 것이고, 그럴 때도 옆에 있어 주는 게 가족이니까요."


[인터뷰]'안녕, 여름' 이예은, 상처를 치유하는 힘

'안녕, 여름'은 태민의 현실과 태민의 상상 속 여름의 모습이 오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예은은 여름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내야 할지 많은 고민을 거쳤다. 그는 "태민의 상상 속 모습일까, 아니면 두 사람의 현실을 녹여낸 부분일까 질문을 정말 많이 했다. 반전이 있지 않나. 여름이의 죽음이 드러나기 전에는 상처도 받고, 답답함을 느끼는 여름이의 모습으로 있는다면, 그 이후부터는 태민이를 위한 여름으로 존재하자는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극의 후반부, 여름이 자신을 떠났다는 것을 깨달은 태민은 환상 속의 여름에게 "왜 죽었냐"고 묻고, 여름은 말없이 환하게 웃는다. 이예은은 "여름이는 태민이가 그렇게 현실을 떠나서 상상 속에서만 살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는 연이 끝났지만 주변 사람의 소중함을 아는 채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고 여름의 마음을 꺼내놨다.


이어 "여름은 이 사람이 원할 때까지 상상 속에서 시간을 갖다가 나중에 진실을 알아차리게 되면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마침내 태민이 죽음을 인지했을 때 '잘했어, 맞아 그거야'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밝게 웃어준다. 처음 그 장면을 연습했을 때는 웃음이 안 나오더라. '우리가 헤어질 시기가 왔구나' 둘 다 알게 된 시점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여름이라면 웃어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삶을 돌아보면 여름이는 많은 사랑을 받은 여자였다고 생각해요. 그게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아빠를 향한 애정도 컸을 것이고, 깊고 단단한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멋진 여자였고, 사랑으로 충만했던 인생이었죠."


[인터뷰]'안녕, 여름' 이예은, 상처를 치유하는 힘

특히 이예은은 이제 막 결혼 1주년을 맞은 만큼, 부부의 일상을 담은 '안녕, 여름' 속 이야기가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이예은은 10년간 연을 맺어오던 남자친구와 지난해 결혼했다. 그는 "여름의 대사들이 제가 한 번쯤은 해봤던 대사"라며 "아무래도 무게감 있는 대사를 할 때보다 일상의 대사들을 하다 보니 더 재미있다. 남편과의 하루하루가 '안녕, 여름'을 위한 연습 기간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로 여름의 대사를 남편에게 해보기도 했다"고 웃었다.


신혼의 즐거움을 한껏 누리고 있는 이예은은 결혼 생활과 남편을 향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어릴 때는 고민도, 생각도 많았다. 예민한 면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남편을 만나면서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남편 덕분에 알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제가 10년 동안 남편을 만나면서 여름이 같은 성격으로 변한 느낌이다. 제가 20대 때 여름이를 만났다면 여름이를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즐거운 게 최고라는 생각을 남편 덕분에 알게 됐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남편 생각이 많이 난다"고 덧붙였다.


"주변 사람들이 신혼 생활에 대해 물어보면 너무 좋다고, 빨리 결혼하라고 해요.(웃음) 모든 걸 공유하는 또 하나의 가족이 생긴 거잖아요. 나를 지켜주는 또 다른 가족이 생겼다는 점에서 든든하고 따뜻해요. 결혼이 주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안녕, 여름' 이예은, 상처를 치유하는 힘


이예은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서게 됐다. 그는 "첫 연극이지만, 일상을 연기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두려움이나 걱정보다는 설렘과 즐거움이 더 컸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걸 표현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극 무대를 향한 열정을 드러낸 그는 "일상적인 작품도 좋고 깊이감 있는 고전도 좋다. 다양한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런 감정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많이 없다. 정말 귀한 경험이고, 앞으로도 이런 작품을 많이 만나고 싶다. 배우로서 제 안이 조금 더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작품과 운명이 있다고 믿어지는 게, 저는 제게 필요한 역할이 찾아와요. 연극을 하고 싶고, 일상적인 연기를 하고 싶을 때 '안녕, 여름'이 제게 왔죠. 마침 결혼을 하기도 했고요. 돌이켜 보면 그동안 그 나이대의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역할을 맡아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대돼요."


[인터뷰]'안녕, 여름' 이예은, 상처를 치유하는 힘


'안녕, 여름' 속 여름이 그렇듯, 이예은도 하루하루를 긍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또 한 번 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그는 "이제 눈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니 계획을 세우는 것도 무의미하지 않나. 안정적이지 않다 보니 혼란스러운 시기인 것 같다. 예전에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2주간 자가격리를 거치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상황을 다 겪고 있다"며 "이런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아프고 속상하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내가 얻는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면 나쁘지만은 않다"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오히려 역이용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극복했다. 주변 사람들과 연락도 자주 하고, 생산적인 취미 생활도 하고, 독서도 하고. 그렇게 집에 있는 법을 알게 됐다. 원래 정말 바쁘게 돌아다니는 성격인데, 그동안은 그러질 못하니 집에 갇힌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자가격리를 하면서 '집에서도 이렇게 보낼 수 있구나'를 알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시작이 있으니 끝도 있겠죠. 조금 더 단단하게, 넓은 마음을 가지고, 주변 사람을 배려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단한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하는 게 관객분들에게 예의이고 도리라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가짐이 건강하게 배우 생활을 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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