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파이프라인' 서인국 "일하며 고생하신 어머니가 롤모델"

[인터뷰]'파이프라인' 서인국 "일하며 고생하신 어머니가 롤모델"

최종수정2021.05.31 09:56 기사입력2021.05.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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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이프라인'
배우 서인국 인터뷰
도유 천공기술자 핀돌이役
'노브레싱' 이후 8년만
"고생하며 키워주신 母 존경"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묘하고 매력적이다. 서인국의 얼굴은 아래서 올려다보면 매섭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강아지처럼 순하다. 옆모습은 한없이 우아한데 그가 웃는 순간 모든 느낌을 상쇄하는 힘을 가졌다. 연출자에겐 더 없이 욕심나는 마스크가 아닐 수 없다. 시작은 음악이었다. 2009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1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가수로 활동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2012)를 통해 배우로 새로운 얼굴을 드러냈다. 유하 감독의 손 잡고 8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 그는 천공 도유꾼 핀돌이로 변신했다.


서인국은 25일 오전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영화 ‘파이프라인’(감독 유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는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 그들이 펼치는 막장 팀플레이를 그린 범죄 오락물이다. 유관에 구멍을 뚫고 기름을 빼돌려 이를 다시 판매하는 특수 범죄를 저지르는 도유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인터뷰]'파이프라인' 서인국 "일하며 고생하신 어머니가 롤모델"


'말죽거리 잔혹사'(2004), '비열한 거리'(2006), '강남 1970'(2015)를 연출한 유하 감독이 4년간 준비해온 신작이다.


‘주군의 태양’, ‘고교처세왕’, ‘왕의 얼굴’, ‘쇼핑왕 루이’,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을 비롯해 최근 방영 중인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배역을 갈아입은 서인국이 대체불가 최고의 천공 기술자 핀돌이 역으로 분한다.


이날 서인국은 “원래 핀돌이는 천공한 후 빠지는 역할을 해오다 어느 날 땅굴파기부터 기름을 빼는 것까지 총괄하는 상황에 놓인다. 막장에 들어서서 어설프지만,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오합지졸의 움직임과 유쾌함, 블랙 코미디적인 매력 속 잔잔한 웃음이 좋았다”며 다른 케이커 무비와의 차별점을 꼽았다.


극 중 막장은 세트장에 구현해 촬영했다. 배우들은 땅굴처럼 깊이 만들어진 공간에서 연기했다. 서인국은 “촬영이 즐거웠지만, 고생도 많이 했다. 땅굴은 세트장이었지만 배우들이 깊이 들어가 촬영하다 보면 숨이 턱 막힐 때도 있었고 폐쇄되는 듯한 공포감을 느낄 때도 있어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끈에 묶여서 특수한 방법으로 탈출하는 장면이 있다. 표현 방법에 관해 고민을 많이 했고 연기하며 욕심도 났다. 극한 상황에 놓였을 때의 표정을 내고 싶었다. 화면에 못 생기게 나와야겠다는 마음마저 먹고 연기했는데 그렇게 나와서 만족한다.(웃음) 악바리처럼 힘을 주고 참는 연기를 하다 보니 온몸에 압력이 구석구석 가해지는 느낌이 났다. 쉬는 시간에 잠깐 끈을 풀고 쉬는데 손가락에 마비가 오더라.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고 일주일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돌아올 거라고 했다.”


핀돌이는 세련된 명품 수트를 입은 채, 천공 작업을 한다. 서인국은 막장에서 일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멋진 외모와 위험천만한 도유 작전에 휘말리는 모습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드러낸다.


그는 “의상팀, 감독님께서 땅굴과 이질감이 느껴지는 의상으로 신경 써주셨다. 막장에서 일하지만 일하지 않을 것처럼 생활하는 게 매력적이었다. 고민하는 찰나를 짧게 비추고 행동으로 즉각 보여주는 부분, 즉각적으로 나서는 부분에 집중했다”며 “호리호리한 적당한 체격을 유지하려 했고 민첩성 있고 빠른 몸놀림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인터뷰]'파이프라인' 서인국 "일하며 고생하신 어머니가 롤모델"

[인터뷰]'파이프라인' 서인국 "일하며 고생하신 어머니가 롤모델"


서인국은 촬영을 앞두고 접새 음문석과 아크 용접을 배우기도 했다. “드릴을 잡기 전에 각각 방법이 있냐고 물었더니 일반적으로 드릴을 잡는 건 다를 바 없다더라”며 “용접을 따로 준비했다. 접새는 용접 전문가이고 핀돌이는 취미로 아크 용접을 하는 설정이다. 음문석과 실제 작업장에 가서 전문가한테 배웠다.”


실제 핀돌이와 얼마나 비슷하냐는 물음에 서인국은 “3~40% 정도”라고 답했다. 그는 “핀돌이는 극 중 ‘너희는 대체할 수 있지만, 나는 대체 불가능하다’는 대사가 나온다. 엄청난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 위아래 없고 예의도 없다. 반면 저는 그렇게까지 예의 없는 사람은 아니다. 자부심은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웃었다.


당초 서인국은 유하 감독과 다른 영화를 제작이 무산되는 고초를 겪었다. 다음으로 준비한 작품이 ‘파이프라인’이다. “감독님 사무실에 가서 다른 대본을 주셨는데 그게 ‘파이프라인’이었다. 수정도 거듭했다. 감독님께서 다양하게 물어보셔서 이런저런 의견을 냈다. 솔직해서 좋다고, 재미있다고 말해주셨다.”


앞서 진행된 ‘파이프라인’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유하 감독은 “서인국의 외모가 꽃미남은 아니지만 좋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서인국은 “맞다”며 “희한하게 생겼고 또 못생겨 보이기도 한다”며 웃었다.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서인국 씨가 잘생겼다기보다 눈매나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주셨는데 그게 굉장히 좋았다”고 떠올렸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하고, 얼굴을 알리고 인기 배우로 자리 잡기까지 12년. 서인국은 부지런히 달려왔다. 그 사이 국방의 의무도 다했다. 가수에서 영화배우로, 열심히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던 그에게 “시간을 되돌린다면 다시 ‘슈퍼스타K’ 오디션에 지원할 거 같냐”는 질문이 주어졌다.


“예전에 한 방송에 출연했을 때 같은 질문을 받고는 ‘하지 않겠다’고 답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 제 대답은 ‘돌아갈 것’이다. 당시에는 상황에 만족하지 못했다. 스스로 가다듬고 싶었던 거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지금의 제가 있다. ‘슈퍼스타K’가 아니었다면 지금 제가 또 다른 꿈을 꿀 수도 없고 지금과는 다른 행복을 찾았을 것이다.”


[인터뷰]'파이프라인' 서인국 "일하며 고생하신 어머니가 롤모델"


조심스럽게 또 다른 바람도 전했다. 서인국은 “작품에서는 인간 서인국이 비치지 않길 바란다. 오롯이 작품 속 캐릭터로만 비치길 바란다. 그게 제 궁극적인 목표이다. 아직 만족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인국은 2013년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소탈한 일상을 여과 없이 공개했다. 꾸미지 않은 자취 초보의 모습으로 공감을 더했다. 최근 해당 프로그램의 일부 출연자가 깨끗한 집과 부자연스러운 일과를 공개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서인국이 있는 그대로 일상을 공개하던 초창기 시절이 그립다며, 당시 영상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를 언급하자 그는 “봤다”며 활짝 웃었다.


“‘어느 날 우리 현관으로 어머니가 들어오신다’는 영상을 봤다.(웃음) ‘나 혼자 산다’ 촬영할 때 물론 지저분하게 살긴 했는데 모니터를 한 후 깜짝 놀랐다. 그렇게까지 지저분한지는 몰랐다. 그냥 보통 제 나이대 자취하는 남성이라면 다 그렇게 살지 않을까 생각했다. 요즘은 그렇게 안 산다. 울산에서 동생과 함께 카페와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데 당시 인테리어 전문가와 만나 이야기를 했다. 이후 관심이 생겨서 소품 등을 집에 배치했다. 그 후로는 정리를 열심히 하며 지낸다. 지금까지 구차한 변명이었다. 하하.”


서인국은 “스스로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며 “데뷔 때는 겁이 없었는데, 이제 겁이 많아졌다. 물론 발전하며 고민이 많아졌고, 많은 것들이 생겨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때보다 더 고통스럽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그때 마음가짐을 꺼내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파이프라인' 서인국 "일하며 고생하신 어머니가 롤모델"


인생의 롤 모델이 누구냐고 묻자 서인국은 주저 없이 ‘어머니’를 꼽으며 “거창한 인물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롤 모델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어머니를 존경한다. 어머니는 제가 어릴 때부터 고생을 많이 하셨다. 폐지 줍는 일을 하시며 저를 힘들게 키우셨는데 데뷔하고 나서도 어머니가 계속 일을 하신다. 일을 그만두고 편하게 쉬시면서 여행도 다니시길 바라지만 어머니는 싫다고 하신다. ‘일을 쉬면 몸도 아프고, 일하며 사람을 만나는 게 좋다’고 하셨다. 유전인가보다. 나도 쉬면 몸살이 나고 빨리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러면서 서인국은 “현재 연애는 안 하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하겠다”며 “먼 훗날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엄할 땐 엄하게 교육하면서도 친구 같은 그런 아빠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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