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스테이지]자신의 때를 만날 배우 김하준

최종수정2021.06.06 10:13 기사입력2021.06.0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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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감염병이 휩쓸고 간 공연계. 달라진 풍경 위에서도 희망의 내일을 꿈꾸는 이들을 서정준 문화전문기자가 비대면으로 만나봅니다.

배우 김하준 프로필. 사진=본인제공

배우 김하준 프로필. 사진=본인제공


[뉴스컬처 서정준 문화전문기자] 최근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이 화제가 됐었다. '존버돌'이란 수식어를 얻은 브레이브걸스처럼 세상에는 '존버' 중인 이들이 참 많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인 배우 김하준 역시 마찬가지다.


어릴 때 영화 '타이타닉'을 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연기의 꿈을 키운 그는 대학 시절 '레미제라블'을 만나 합창과 협업의 매력에 눈을 떠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걸었고 2015년 뮤지컬 '파리넬리'의 합창단 역할을 통해 뮤지컬에 데뷔했다. 스스로 '유명하지 않은 배우'라고 말하지만, 배역의 크기에 관계 없이 정성을 다해 무대에 임한지 6년이 흘렀다. 그 정성이 통했기 때문일까. 지금까지 뮤지컬 '아폴로니아'를 비롯해 '텔로미어', '만덕', '시민게임', '묘순암뎐' 등 여러 작품에서 활약했다. 그는 코로나19가 터지던 그 시기에도 가족뮤지컬 핑크퐁에 출연해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사실 제가 데뷔했던 2015년에도 메르스(MERS: 중동 호흡기 증후군)가 터졌었기 때문에 이러다 곧 진정되겠지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무대에 서는 배우를 한다는 건 무대를 만들고 올리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함께하며 생기는 시너지를 얻는 건데 그게 모두 사라졌죠. 그래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던 것 같아요. '내가 잘하고 있었나?' 하고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는 유명한 작품의 유명한 역할은 아니어도 열심히 공연을 했었는데, 내가 갈 곳이 순식간에 사라졌으니까요. 난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지금까지 잘 해온걸까 고민하게 됐어요."


배우 김하준 일상사진. 생일축하 받고 기분 좋아진 채로 셀카를 찍었다고. 사진=본인제공

배우 김하준 일상사진. 생일축하 받고 기분 좋아진 채로 셀카를 찍었다고. 사진=본인제공



그는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며 운동을 시작하는 등 자기관리에 힘을 쏟았다며 2020년을 회상했다.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 지속됐잖아요. 혼자만의 시간인데 뭘 할까 하다 자전거를 많이 타러 다녔어요. 따릉이 연간회원권이 있어서(웃음), 수시로 2~30km씩 타고 다니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어요. 내게 도움되는 걸 조금씩이라도 해보자. 체력이라도 길러보자 하면서요."


또 "사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고민해오던 부분이 발현된 것 같다"며 이야기했다. 배우는 작품 사이마다 쉬는 시간이 생기기 마련인데 누군가에겐 휴식의 시간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다음 구직을 기다리는 인내의 시기기도 하다. 배우 김하준에겐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방법을 궁리하는 시간이었다.


"코로나19와 관계 없이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으니까 거기서 오는 불안함이나 어려움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제가 뮤지컬 처음 시작할 때 딱 지금 제 나이대 형들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저도 코로나19 때문에, 혹은 별개로 '그래서 그때 형들이 고민했구나' 싶었죠. 그래서 더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 뭐라도 해봐야겠다 생각하게 됐어요."


배우 김하준 일상사진. 마스크 쓰기 전 여유로운 시절. 사진=본인제공

배우 김하준 일상사진. 마스크 쓰기 전 여유로운 시절. 사진=본인제공


배우 김하준은 2020년을 "잘 기억나지 않는 해"라고 말하며 웃었다. '묘순암뎐'에 출연했던 것 외에는 특별한 이슈 없이 연습과 운동을 반복한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라고. 그러다 올해부터는 아예 평소에 하기 어려웠던 것들에 도전하기 위해 칵테일과 커피를 배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가진 꿈이 있어요. 그냥 공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음료나 술을 마실 수도 있는 곳에서 왁자지껄하게 공연을 즐기는 거죠.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꽃꽂이를 하셔서 꽃도 좋아해요. 그래서 이 시기에 칵테일과 커피를 배우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걸 조금씩 채워가고 싶어요.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 공연 외에도 제가 좋아하는 걸 같이 나누고 싶다. 그런 거죠(웃음)."


선한 인상과 목소리가 인상적인 그는 눈에 띄어야 살아남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자신의 중심을 가지고 조금씩 길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어봤다.


"희망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제 곧 백신도 풀리고 하니 공연계가 예전처럼 돌아가서 배우로서 제 커리어를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하지만 막연히 낙관적으로 볼 순 없으니 어떤 상황에서든 살아남을 수 있게끔 하는 게 목표에요. '아폴로니아' 공연할 때 함께한 배우들이 잘되는 장면을 봤잖아요(웃음). 배우는 언제든 때가 온다고 생각하니까 희망을 갖고 길게 보고 있어요."


배우 김하준 프로필. 사진=본인제공

배우 김하준 프로필. 사진=본인제공


브레이브걸스는 숙소를 정리하고 해체 직전의 상황에서 급반등하며 역주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게 우연의 일치라기엔 그들이 쌓아놓았던 내공이 대중과 만나기까지 오래걸렸을 뿐일 것이다. 배우 김하준 역시 언젠가 자신만의 때를 맞이하지 않을까? 그때가 기다려졌다.



서정준 객원기자 newsculture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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