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노트④]'유진과 유진' 임찬민, 같은 듯 다른 '데칼코마니'

[컬처노트④]'유진과 유진' 임찬민, 같은 듯 다른 '데칼코마니'

최종수정2021.06.11 15:44 기사입력2021.06.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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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유진과 유진' 임찬민 인터뷰
큰 유진·작은 유진 동시에 연기
"관객의 어린 시절 돌아볼 수 있는 데칼코마니 같은 작품"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유진과 유진이 마주 보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관객과 유진이 마주 보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유치원 때 데칼코마니 놀이를 하잖아요. 양면이 똑같은 것 같은데 어느 부분은 노란색이 많고 어느 부분은 적죠. 어떤 부분은 나비 같기도 하지만, 또 어떤 부분은 아니기도 하고요. '유진과 유진'이 관객분들의 데칼코마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다시 펼쳐봤을 때, 우리가 아는 모양일 수도 있고, 생각과는 다른 모습일 수 있겠죠. 작품을 통해 관객분들이 어떤 모양의 그림을 보게 되실지 기대돼요."


뮤지컬 '유진과 유진'(연출 이기쁨, 제작 낭만바리케이트)은 중학교 2학년이 된 첫 날 같은 반에서 만난 두 명의 유진이 과거의 사건에 대한 어긋난 기억을 돌아보고,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금이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기억을 강제로 삭제당해 혼란을 겪는 '작은 유진'과 상처를 마주하며 당당하게 살아온 '큰 유진'의 이야기다. 임찬민은 두 인물을 동시에 맡는 '캐릭터 프리'에 도전했다.


[컬처노트④]'유진과 유진' 임찬민, 같은 듯 다른 '데칼코마니'


임찬민은 "두 역할을 다 맡게 됐을 때, 제가 처음 한 말이 '도와주세요' 였다.(웃음) 작품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니지 않나. 다른 유진이들의 덕을 많이 봤다. 이 배우들에게 의지해도 되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나 기본적인 에너지가 다들 단단하다. 이 정도로 단단한 친구들이라면 내가 만약 길을 헤매더라도 같이 호흡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이 바라보는 지점이 같다고 생각했다"며 "결국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 자기 자신을 믿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이야기다. 두 인물이 지닌 알맹이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소설로 작품을 처음 접한 임찬민은 "두 시간 만에 다 읽었던 것 같다. 무거운 내용을 어떻게 이렇게 한 번에 읽히게 써놓으셨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학창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누가 읽어도 자신과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고, 타인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대본으로 봤을 때는 유진이들이 주변의 인물을 연기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살아가면서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모습을 요란하지 않게 보여주는 느낌이었거든요. 정말 각색이 잘 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님이 지닌 아우라 자체가 따뜻해서, 그 따뜻함이 글에 담겨있는 것 같아요."


[컬처노트④]'유진과 유진' 임찬민, 같은 듯 다른 '데칼코마니'


아동 성폭력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쓰여진 '유진과 유진'은 어린 시절의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두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임찬민은 "유진이들이 서로에게 소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서로가 서로의 아픔을 재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희 작품도 타인의 아픔을 쉽게 재단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설명했다.


또 "관객분들에게 너무 아픈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음악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 저희 작품은 무거움이 커지면 노래가 된다. 음악만 들어도 서사가 느껴진다. 중학생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선을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잘 담아냈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안예은 작곡가님의 음악에는 한의 정서가 담겨있어요. 노래가 신나는 것 같은데 슬프고, 슬픈 것 같은데 기뻐요. 그게 저희 작품의 핵심인 것 같아요. 왔다 갔다 하는 화음도 작품이 지닌 감정의 파도를 묘사하는 것 같고요. 너무 슬픈 가운데서도 그 안에 다양한 감정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아요."


여러 감정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중학교 시절을 겪어온 입장에서, 또 현 사회를 살아가는 여자로서 작품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임찬민은 "사실 많은 여성이 고통에 노출되어 있지 않나. 그런 문제들을 사회가 어떻게 품어야 할까에 대해 저도 고민 중"이라며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위로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유진이들에게는 어떤 위로도 부족하다. 그냥 손 한번 잡아주고, 등 한번 쓸어주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몫 아닐까"라고 깊이 있는 생각을 꺼내놨다.


[컬처노트④]'유진과 유진' 임찬민, 같은 듯 다른 '데칼코마니'


'유진과 유진'은 두 유진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임찬민은 "작은 유진 같은 시기도 있었지만, 큰 유진처럼 아픔을 충분히 치유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는 게 요즘 저의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20대 때는 작은 유진처럼 모두에게 밉보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자유로워졌다. 어떤 말을 듣던 내가 가지고 있는 걸 최선을 다해서 갈고닦아서 내실을 다지자는 생각이다. 결국에는 '내가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귀결시키려고 노력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이렇게 말했다고 365일을 단단하게 살 수는 없겠죠.(웃음)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도 오겠지만 그럴 때도 그냥 '나 지금 힘들구나' 생각하다가 다시 단단해지려고요. 말랑말랑하든 단단하든 저는 저니까요. 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 신념 덕분일까. 임찬민이 풍기는 아우라에는 항상 단단함이 섞여 있다. 그는 "배우로서 평가를 많이 당해왔다. 주연감이 아니다, 키가 작아서 안 된다, 목소리가 특이해서 안 된다…그런 말을 들어도 '그래 너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생각하고 저는 제 할 일을 했다"고 웃었다.


"그렇게 절 평가하는 사람들 말고, 정말 제 주변 사람들은 제게 한계를 두지 않았거든요. 제가 단단해지려고 한 게 아니라, 주변에서 저를 정말 많이 쓰다듬어 줬어요. 제 개성을 인정해주고, 제 자존감을 높여줬죠. 주변 사람들이 저를 키워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컬처노트④]'유진과 유진' 임찬민, 같은 듯 다른 '데칼코마니'


'해적', '제인' 등 여성 2인극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임찬민은 또 한 번 만난 여성 서사극에 대해 "같은 여성은 한 명도 없다. 여성이 존재하는 한 여성 서사 작품도 존재할 것"이라며 "여성에 대해 꺼내놓을 얘기가 무수히 많이 있다. 시류를 타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제 그냥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에 힘을 실었다.


중학교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 만큼, 실제 그 시절로 돌아간 듯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연습에 임하고 있다. 임찬민은 "여중, 여고, 여대를 나왔다. 정말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 그때 느낀 재미와 행복을 지금 연습실에서 느끼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이기쁨 연출을 필두로 안예은 작곡가, 김솔지 작가, 양지해 음악감독까지 네 명의 창작진이 '유진과 유진'을 이끈다. 여기에 임찬민부터 강지혜, 이아진, 김히어라, 정우연까지 총 다섯 명의 여성 배우가 작품을 완성시킨다. 임찬민은 "정말 다 다른 모양의 여성이 모여있다. 작은 유진도, 큰 유진도, 연출님도 다 다르다. 오케스트라 팀 같은 느낌"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저희 팀은 있는 그대로를 본다. 개개인에게 어떤 모양이 있어도, '너는 그런 모양이구나'라고 받아들인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런 느낌을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이렇게 좋은 프로덕션에 몸담고 있다는 게 행복"이라고 덧붙였다.


"배우들의 목소리가 다 달라요. 누군 루비 같고, 누군 에메랄드 같고, 누군 오펄 같고, 누군 사파이어 같죠. 정말 묘해요. 또 어느 순간에는 저희가 오로라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출님도 배우들 배려를 정말 많이 해주셔서, 다들 높은 행복도 속에서 준비 중입니다."(웃음)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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