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노트③]조은희, '위키드'와 함께한 600번의 무대

최종수정2021.06.16 19:30 기사입력2021.06.1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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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 앙상블 배우 조은희 인터뷰
'위키드' 국내 공연 전 시즌, 전 회차 출연
"어려움이 매력…매일 마지막처럼 공연"

[부산=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일본 극단 시키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침체기를 겪고 있는 조은희에게 '위키드'가 찾아왔다. 배우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고 치열한 오디션이었지만, '위키드'는 조은희에게 뜻깊은 재도약의 발판이 돼줬다. 그렇게 '위키드' 무대에 선지 어느덧 9년. 600번이나 같은 무대에 선 지금도 여전히 매회가 긴장과 부담의 연속이지만, 그는 "어려움이 '위키드'의 매력"이라고 미소 짓는다.


지난 12일 저녁, 뮤지컬 '위키드'가 국내 누적 공연 600회를 달성했다. 그 600번의 황홀한 축제를 오롯이 함께한 이가 있으니, 바로 배우 조은희다. 조은희는 지난 2013년 '위키드' 국내 초연을 시작으로 단 한 번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위키드' 무대에 올랐다.


[컬처노트③]조은희, '위키드'와 함께한 600번의 무대


그는 "'내가 600회나 했다고?' 라는 생각이 든다"고 웃으며 "그다음으로 '600회나 했는데 아직 이거밖에 못 한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이 해야 할 게 정말 많은, 어려운 작품이다. 600회를 했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조금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똑같은 작품을 계속 하게 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위키드'는 챙겨야 할 게 너무 많은 작품이라 매너리즘에 빠질 수가 없어요. 초연, 재연, 삼연까지 오면서 점점 진도를 나가는 느낌이에요. 이제는 초급반에서 중급반 정도 온 것 같아요.(웃음) 특히 이번에는 작품을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기억 저편에 있는 것들을 꺼내오는 데에 노력했습니다."


조은희뿐만 아니라, 정선아, 남경주, 이상준을 비롯해 백두산, 오유나, 유정희, 김수현까지 총 8명의 배우가 '위키드'의 모든 시즌을 함께했다. 조은희는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고, 정말 많은 걸 함께 경험해서 친밀감과 신뢰감이 남다르다. 오랜만에 만나도 편안한 느낌이 있다. 모두가 함께 앞으로 점점 나아가는 기분"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에스앤코

사진=에스앤코



'위키드'는 앙상블 배우들의 호흡이 중요한 작품인 만큼, 앙상블 배우들 간의 신뢰도도 남다르다. 조은희는 "전우애가 느껴진다.(웃음) 무대에서 작은 실수들이 발생해도 서로 보완을 해준다. 예를 들면, 한 배우가 무대에 소품을 떨어트리고 들어오면 다음 장면에 나가는 다른 배우가 자연스럽게 주워오는 식이다. 본인이 해야 할 것에 급급하면 그럴 수가 없는데,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있고 여유로운 마음이 있다보니 그런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앙상블 배우는 개성을 갖되 조화를 이뤄야 하거든요. 특히 '위키드'에서는 그게 더더욱 중요해요. '위키드'는 의상도, 가발도 같은 게 단 하나도 없어요. 보통 앙상블이라고 하면 '칼군무'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위키드'는 군무를 맞춰야 하는 장면도 거의 없죠. 대부분이 개별 동작이거든요. 그래서 각자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조화를 지키는 게 정말 중요해요."


조은희가 꼽은 '위키드'의 매력은 음악과 춤, 그리고 '어려움'이다. 그는 "너무 어려워서 매력 있다. 어렵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고, 더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 매회 완벽하게 하고 싶은데 매번 100점이 안 된다. 계속 찾아내도 해야 할 게 계속 나온다"고 웃었다.


'위키드'의 가장 큰 키워드는 '성장'이다. 극 중 글린다와 엘파바가 성장하는 것처럼, 조은희도 '위키드'와 함께 성장했다. 그는 "성장의 부피가 커지는 것보다 밀도가 높아지는 느낌"이라며 "처음 '위키드'를 만났을 때도 30대였다. 그때도 이미 제가 어른인 줄 알았는데, 이 작품을 계속하면서 점점 디테일한 부분들이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는 '오늘만 산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라요. 항상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해야 아낌없이 쏟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아낌없이 쏟아내면 저절로 채워지는 부분이 있어서, 항상 모든 것을 꺼내놓으려고 합니다."


사진=에스앤코

사진=에스앤코



우연히 본 오디션이, 발레를 전공하던 그를 뮤지컬 무대로 이끌었다. 조은희는 "발레를 하면서 무언가 더 발산하고, 감정을 터트리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며 "발레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예술이라고 생각했는데, 뮤지컬은 더 힘들더라.(웃음) 한 번 더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도전하면 더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어려움의 늪에 빠져서 지금까지 하게 됐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 어려움과 더불어, 관객이 보내는 에너지도 조은희를 무대에서 떠날 수 없게 했다. 조은희는 "공연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관객분들의 마음이 부풀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설레는 에너지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온다. 제가 그 에너지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라는 게 제게도 큰 힘이 된다"고 미소 지었다.


"'One Short Day' 넘버에 제가 무대에서 한 계단 내려와서, 객석 가까이서 춤을 추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러면 관객분들 표정이 정말 잘 보여요. 남자든 여자든, 어른이든 아이든, 정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재밌고 신기한 걸 봤을 때의 상기된 눈빛으로 봐주고 계세요. 그런 걸 볼 때마다 '아, 내가 잘하는 일을 하고 있구나' 싶죠."(웃음)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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