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스테이지]연출 오기택, 코로나19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언택트 스테이지]연출 오기택, 코로나19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최종수정2021.06.20 13:00 기사입력2021.06.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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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감염병이 휩쓸고 간 공연계. 달라진 풍경 위에서도 희망의 내일을 꿈꾸는 이들을 서정준 문화전문기자가 비대면으로 만나봅니다.

오기택 연출 프로필. 사진=본인제공

오기택 연출 프로필. 사진=본인제공


[뉴스컬처 서정준 문화전문기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마치 모두 세상이 끝난 것처럼 이야기할 때, 어디선가는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고, 희망의 목소리가 시작되기도 한다. 아티스트 그룹 '숨'의 오기택 연출이 그러한 경우가 아닐까. 그를 인터뷰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연극 '라이어'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운 그는 배우 전공을 하고, 배우로 데뷔한 '배우 오기택'이었지만, 젊은 청년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는 상황에서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결심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다.


"배우라는 직업은 연출이나 작가의 색깔을 '표현하는' 직업이잖아요. 저는 연기를 하는 게 재밌고 좋고 사랑스럽지만 남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결국 그는 독학으로 연출공부를 하며 1년 동안 돈을 모으고, 연습실을 만드는 등 준비를 한 끝에 '아티스트 그룹 '숨'을 창단했다. 올해 30세를 맞이한 오기택 연출이 가장 연장자인 팀으로, 20대 청년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날 것의 느낌 가득한 팀이다. 그런데 문제는 창단시점이 바로 2019년 12월이었다. 3개월 만에 코로나19가 전국에 유행하게 된 상황에서 젊은 연극인의 선택이 궁금했다.


"사실 그 때(2020년 3월)까지만 해도 배우로서도 일하고 아르바이트도 병행하던 시기였어요. '와 큰일났네' 이런 느낌은 사실 아니었죠. 그런데 계약됐던 공연들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저희 극단의 공연을 만들려고 했는데 도무지 기회가 생기지 않는 거에요. 4~5월이 지나면서 '진짜 큰일났구나' 싶었죠. 그런데 이정하 연출님이 좋은 기회를 주셔서 '29아나 관람전'에 참여하게 됐죠. 그렇게 겨우 첫 공연 'When I Live My Dream'을 올릴 수 있었어요."

'When I Live My Dream'의 연습 브이로그 중 한 장면. 사진=아티스트 그룹 '숨' 유튜브 캡쳐

'When I Live My Dream'의 연습 브이로그 중 한 장면. 사진=아티스트 그룹 '숨' 유튜브 캡쳐



그도 처음에는 공연이 강제로 취소되거나 올라가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 상황에서 어렵게 얻은 기회가 사라질까 위축도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신을 포함한 단원들이 극단의 이름을 담은 첫 작품을 올리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관객이 없더라도 도전하자'는 열의에 타올랐다고.


"다행히 원금회수에 성공했어요(웃음). 관객이 아예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말이죠. 그리고 제가 속한 연극협회가 서울이 아니거든요. 연말에는 지역으로 내려가 제천, 청주에서 마당극을 했어요. 또 거기서 운 좋게 배우로서 출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출을 하는 경험도 얻게 됐으니 운이 좋았죠. 코로나19는 처음이지만, 저희도 처음이었어서 다행이고 감사한 해였어요."


그는 말미에 '운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곤 했다. 운이 좋다는 건 사실 도전하고, 부딪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오기택 연출의 도전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하지만 운이 좋지만은 않았어요. 올해 4월에는 극단에서 직접 기획한 단독공연 '레알솔루트'를 진행했는데 크게 낭패를 봤죠. 적을 때는 관객이 다섯 분만 오신 날도 있었어요.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이 남아요. 사실 다른 공연이 많이 취소되면서 단원들이 이 공연에 더 힘을 쏟은 상황이었거든요."


배우 오기택은 코로나19가 터지기 이전 시대의 사람이고, 연출 오기택은 코로나19와 함께 태어났다. 그는 "저희('숨')는 코로나19와 같이 시작한 셈이라 방역을 준수하는 게 어렵거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요즘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유튜브를 보며 자라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것과도 비슷하리라.


오기택 연출 프로필. 사진=본인제공

오기택 연출 프로필. 사진=본인제공



"그보다 배우에서 연출이 되면서 제 시야가 변했어요. 배우로서 무대에 설 때는 정말 좋은 작업을 하는 게 중요하고, 내 연기를 좋게 만들면서 사람들과 재밌게 작업하는 게 중요했다면 지금은 저와 누군가의 관계만이 아닌 그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중요해졌죠. 그런 식으로 나에서 팀으로 시야가 확장된 점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그는 코로나19 이후 연극에 대한, 공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발견되는 점이 재밌다고 했다. 무대에서 하는 공연을 예매해서 봐야 한다는 기존의 인식이 이미 변하기 시작한 상황.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하는 점이 즐겁다고. 또 끝으로 지역의 문화예술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며 한마디 덧붙였다.


"저희 아티스트 그룹 '숨'이 남양주에 위치한 극단이거든요. 사람들이 연극하면 대학로 가서 봐야된다는 이미지를 바꾸는데 일조하고 싶어요. 지방에서도, 야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예술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서정준 객원기자 newsculture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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