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여행을 통해 마주한 삶과 역사…연극 '클럽 베를린'

[공연리뷰]여행을 통해 마주한 삶과 역사…연극 '클럽 베를린'

최종수정2021.07.04 20:24 기사입력2021.07.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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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클럽 베를린' 리뷰
여행 연극 선보여온 '플레이위드' 신작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공간지원사업 선정
베를린 여행기 통해 전하는 삶과 역사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공연장에 들어섬과 동시에 흥겨운 음악이 몸을 들썩이게 한다. 실제로 베를린의 한 클럽에 와있는 것처럼, 배우들은 자유롭게 몸을 흔들고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를 달군다.


본격적으로 막이 열리면, 정장을 차려입고 클럽에 찾아가는 박동욱과 전석호의 모습이 담긴 영상으로 베를린 여행기가 시작된다. '클럽 베를린'이라는 제목에 충실히 하는 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100분간의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을 나설 때면, 씁쓸하고 묵직한 여운이 가슴 깊은 곳을 잠식한다. 연극 '클럽 베를린'만이 줄 수 있는 묘한 매력이다.


연극 '클럽 베를린'(연출 박선희, 제작 플레이위드)은 박선희 연출과 배우 박동욱, 전석호의 실제 베를린 여행기를 스탠드업 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공연리뷰]여행을 통해 마주한 삶과 역사…연극 '클럽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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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 블로그', '터키블루스', '라틴아메리카 프로젝트' 등 여행 연극을 주로 선보여온 창작 집단 플레이위드의 다섯 번째 여행극 레퍼토리다. 2019년 '베를린 어게인'이라는 제목의 낭독 공연으로 첫선을 보였고, 올해 CJ문화재단의 스테이지업 공간지원사업에 선정돼 관객을 만나고 있다.


박동욱과 전석호는 새로운 여행 연극을 위해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나지만, 전석호는 촬영 스케줄로 인해 열흘 만에 한국으로 돌아간다. 홀로 여행을 시작한 박동욱이 베를린을 기점으로 체코 프라하, 폴란드 크라쿠프를 거쳐 다시 독일로 돌아오기까지, 관객은 무대 가득 펼쳐지는 영상과 사진을 통해 그 여정에 발을 맞춘다.


단순히 평화롭고 아름다운 유럽 여행기를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작품은 크게 두 개의 흐름으로 나뉘는데, 먼저 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박동욱의 고뇌가 큰 축을 담당한다.


작품 구상을 위해 유럽까지 왔지만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해하는 모습, 매진된 공연의 티켓을 구하기 위해 이틀 동안 공연장 앞을 떠돌았던 열정,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엔 제자리라며,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영원히 반복해야 하는 '시지프스 신화'에 빗대어 표현한 배우의 고충까지. 솔직하면서 담담하게 꺼내놓는 이야기는 관객의 마음까지 찡하게 한다. 평범한 일상을 떠나, 낯선 여행지이기에 진솔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삶에 대한 고찰이다.


[공연리뷰]여행을 통해 마주한 삶과 역사…연극 '클럽 베를린'


또 다른 축은 '다크 투어리즘'이 맡는다.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를 방문해 교훈을 얻는 여행을 뜻한다. 박동욱은 오시비엥침(아우슈비츠) 수용소, 홀로코스트 추모비 등 전쟁으로 인한 상처가 남겨져 있는 곳을 방문하며 느낀 소회를 먹먹하게 이야기하면서 아픈 역사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이와 더불어 박동욱이 만들어낸 인물로,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지닌 채 유대인 수용소에 갇힌 연인을 찾아 헤매는 '한스'의 이야기는 역사적 아픔을 더욱 극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이처럼 '클럽 베를린'은 '클럽'의 흥겨움으로 시작해 '베를린'의 잊어서는 안 되는 상처로 마무리된다. 그 사이를 박동욱과 전석호의 유쾌한 에피소드, 임승범과 김현식의 춤과 노래가 채우면서 전체적인 흐름이 다소 어지럽게 흘러간다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여행과 삶, 역사, 그리고 약간의 웃음까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오는 18일까지 CJ 아지트 대학로에서 공연된다.


사진=CJ문화재단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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