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비틀쥬스' 정성화, '고생 전문 배우'의 새로운 도전

[인터뷰]'비틀쥬스' 정성화, '고생 전문 배우'의 새로운 도전

최종수정2021.07.23 17:36 기사입력2021.07.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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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 정성화 인터뷰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의 주역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정성화는 자기 자신을 '고생 전문 배우'라고 소개한다. 그간 '킹키부츠', '라카지'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고, 체력적으로도 소모가 큰 작품에 주로 출연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또 한 번 고생길을 자처했다. 이번엔 98억 살 먹은 유령 '비틀쥬스'다. 하지만 정성화의 열정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유령이 된 부부 아담과 바바라가 자신들의 집에 리디아 가족이 이사 오자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유령 비틀쥬스와 벌이는 이야기를 다룬다.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2019년 브로드웨이 공연 이후 한국에서 최초로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이게 됐다.


[인터뷰]'비틀쥬스' 정성화, '고생 전문 배우'의 새로운 도전


정성화는 "창작진도 투어 공연을 한 적이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에게 작품이 어떻게 읽힐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며 "현지화가 관건이었다. 그래서 배우들과 연출이 많은 대화를 나눴다. 무대도 해외 공연장에 최적화된 느낌이다 보니 우리나라 극장으로 가져오면서 줄여야 하는 부분, 넓혀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틀쥬스'는 안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개막을 2주가량 연기했다. 오랜 시간 무대에 서온 배우의 입장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정성화는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다. 가장 크게 든 생각은 우리의 텐션이 떨어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연습을 게을리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때부터 연습을 쉬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정성화가 말하는 '비틀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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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는 타이틀롤 비틀쥬스 역에 캐스팅됐다. '비틀쥬스'가 국내 개막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비틀쥬스 역으로 점쳐졌던 정성화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원작 속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로 호평받고 있다. 그는 "첫 공연을 나름대로 좋은 모습으로 보여드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 영광스럽다"고 국내 최초 비틀쥬스로 무대에 선 소감을 전했다.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할 만큼 작품을 향한 애정이 크다. 정성화는 "'비틀쥬스'라는 작품을 처음 접하고 어떻게 저런 세트가 가능할까, 대단하다 싶었다. 우리나라에서 한다고 해서 기뻤고, 꼭 출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미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세종문화회관에서 코미디를 공연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장 이상적인 코미디 뮤지컬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모든 것이 약속에 의해 관객을 웃기는 작품이기 때문이죠. 그동안은 한 배우의 개인기에 의해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비틀쥬스'는 모든 배우의 약속과 호흡을 통해 매력을 보여줘야 하거든요. 합과 장치와 약속을 존중해야 하는 코미디라서 가장 진보된 뮤지컬 작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비틀쥬스' 정성화, '고생 전문 배우'의 새로운 도전


정성화의 비틀쥬스는 악동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는 "비틀쥬스는 죽음을 즐겁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사람"이라며 "이미 비틀쥬스라는 캐릭터를 알고 계시는 분이라면, 제가 그 비틀쥬스의 느낌을 가장 한국적으로, 나름대로 잘 살리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준상 배우도 마찬가지다. 누굴 선택해도 만족하실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인 만큼, 작품이 지닌 메시지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있었다. 정성화는 "죽음도 삶의 일부분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죽음 때문에 두려워하고 슬퍼하거나, 다가올 죽음으로 인해 현재의 삶을 행복하지 않게 살면 안 되겠다, 죽음도 받아들이면 이 삶도 행복해지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관객 여러분들도 이런 메시지를 꼭 받아가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죽음'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가지고 '더 희망적으로 멋지게 살아보자, 활력 있게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팬데믹 상황에서 어렵고 힘드시겠지만 이 작품을 통해 관객 여러분도 새로운 희망을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가득 채우는 에너지
[인터뷰]'비틀쥬스' 정성화, '고생 전문 배우'의 새로운 도전


화려한 무대 장치가 매력인 작품이다. 정성화는 "무대 기술의 집약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연의 모든 부분이 사람이 직접 움직이는 게 아니라, 오토메이션을 통해 움직인다. 컴퓨터로 모든 게 조절되는 것이다. 그러니 모든 대사와 춤, 노래가 약속한 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배우의 움직임도 무대 장치의 일환이라는 느낌을 주는 공연이다. 배우로서도 도전적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집 모양의 세트가 앞뒤로 움직여요. 큰 덩어리가 움직이다 보니 배우가 살짝만 부딪혀도 중상으로 이어지죠. 그리고 오토메이션으로 움직이는 작품이다 보니 에러가 날까 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요. 무조건 정해진 자리에 서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더라고요."


비틀쥬스는 쉴 새 없이 무대를 휘젓고, 장르를 오가는 노래를 소화해야 하며, 앙상블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안무도 소화해야 한다. 체력적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성화는 "처음 런 스루를 했을 때 제가 얼굴이 하얗게 될 정도로 지쳤던 기억이 난다. 춤, 대사, 노래도 많고, 약속도 많다. 신경 쓸 부분이 정말 많은 작품"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체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분장실이 각종 약으로 가득하다. 가장 중요한 건 잠이다. 집에 가서 잠을 잘 자는 게 공연의 질에 있어서 정말 중요해서, 잠을 잘 자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인터뷰]'비틀쥬스' 정성화, '고생 전문 배우'의 새로운 도전


비틀쥬스 역에 더블 캐스팅된 유준상은 "60세가 될 때까지 '비틀쥬스'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정성화는 "저는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웃으며 "저도 60세까지는 가능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체력이 떨어져서 텐션이 떨어지면 관객 여러분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줄 수 없기 떄문에 체력 관리가 가장 중요해요. 그래서 나름대로 절제하면서 살죠. 먹고 싶은 거 덜 먹고, 안 먹고 싶은거 먹고.(웃음) 체력적인 부분을 잘 보완해서 매일 좋은 공연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비틀쥬스' 뿐만 아니라, 정성화는 '킹키부츠', '라카지' 등 도전적인 작품에서 활약한 바 있다. 그는 "스스로 고생 전문 배우라고 소개한다. 고생이 많이 들어가는 역할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이 작품은 내가 도전을 하면 해낼 수 있겠다 생각을 하고, 작품을 선보여서 관객 여러분에게 인정을 받는 것만큼 짜릿한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무난한 모습의 역할보다는 도전적인 모습의 역할을 즐기는 편이다. 그게 저에게 주는 행복감이 더 크다"고 열정을 보였다.


사진=CJENM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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