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스테이지]자유와 마주한 배우 전예지

최종수정2021.07.26 08:26 기사입력2021.07.26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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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감염병이 휩쓸고 간 공연계. 달라진 풍경 위에서도 희망의 내일을 꿈꾸는 이들을 서정준 문화전문기자가 만나봅니다.

[언택트 스테이지]자유와 마주한 배우 전예지

[뉴스컬처 서정준 문화전문기자] 전예지는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들어봤을 배우다. 대표작인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비롯해 인생캐로 불리는 '콜롬비아'를 연기한 '록키호러쇼', '인터뷰', '원스어폰어타임 인 해운대', '그림자를 판 사나이' 등등 소극장부터 대극장까지 두루 섭렵했다.


하지만 전예지는 스스로 '배우 전예지'로 불러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자기소개 할 때도 그냥 '무슨 역을 맡은 전예지입니다' 정도로만 자신을 표현했다고. 그의 말에 따르면 전예지는 어릴 때부터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 준비했던 사람이 아니고, 차근차근 배우로서의 계단을 밟아 데뷔한 것도 아니다. '브로드웨이 42번가' 속 페기 소여처럼 어느 날 갑자기 대극장 뮤지컬의 주인공으로 데뷔한 사람이다.


덕분에 늘 주변의 눈치를 보며 움직였고, 주어진 역할을 어떻게든 소화하는데 최선을 다해왔다. 만약 그 시절 요즘처럼 MBTI가 유행했다면 '인싸' 같아 보이는 외모와 달리 상당히 '아싸' 기질 가득한 그의 내향적인 성격에 대한 오해가 덜 쌓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전 계속 배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거의 없었고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온 공백기는 배우 전예지의 마음을 뚜렷하게 만들었다. 보통의 배우들은 공백기를 마음 편하게 즐기기 어렵다. 대중과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전예지는 달랐다.


"모든 프리랜서가 그렇지만 일이 없으면 기다리는 게 무척 고통이고 자존감이 떨어지죠. 다들 바빠보이는데 나만 일이 없으면 '내가 별론가' 그런 게 원동력일 때도 있지만, 고민이 되기도 하죠. (코로나19 때문에)생각했던 것보다 일을 꽤 오래 쉬고 있는데 갑자기 이 상황이 편했어요. '평생 연기를 할 거니까 좀 쉬어도 되지'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면서 나라는 사람이 배우를 계속할 수 있겠다 생각도 들었어요."


[언택트 스테이지]자유와 마주한 배우 전예지

그는 최근 뮤지컬 '온에어-비밀계약'을 마쳤다.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하며 동시에 스트리밍으로도 내보내는 특이한 형태의 뮤지컬이었는데 덕분에 주어진 자유를 마음껏 즐겼다고.


"전 '온에어'가 진짜 재밌었어요. 뮤지컬은 배우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한계가 있잖아요. 이렇게 저렇게 해야되고 어디를 봐야되고 어떤 감정이고. 그런 게 많이 정해져있죠. 그런데 '콜롬비아' 연기할 때도 그렇고 '온에어'에서도 '예지야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해서 좋았어요(웃음). 공연 내용도 계속해서 바뀌고, 라이브 시트콤이라는 컨셉트여서 공연이 멈출 수 없으니 무대에서 뭐라도 계속해야 됐거든요. 공연 전에도 뭘 준비해야 하는지 여쭤보니 '배짱만 준비하라'고 하셨죠(웃음)."


코로나19는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에게 여러 의미로 다가오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좋았던 점, 나빴던 점, 힘든 점, 즐거운 점을 이야기했고 전예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것 때문에 작품이 엎어진 것도 맞지만, 생각보다 많이 흔들리진 않았어요. 주변을 돌아보면 코로나19로 인해 너무 힘들고 어려워졌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공연이 엎어진 건 엎어진 거고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싶어서 연기 외에도 이런 저런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공연이 줄면서 뭔가 다른 방향으로 바쁜 일상을 보냈던 것 같아요. 코로나19가 물론 체감은 되고 내가 변했다는 것도 있었지만 그게 고통스럽진 않았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전예지에게 2020년이 어떤 해인지 물었다. '조금 더 당당해졌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조금 더 당당해진 해'인 것같아요. 그동안 남 눈치를 너무 많이 봤던 것 같아요. 그냥 평범하게 학교 다니던 중 갑자기 데뷔하니깐 아직 부족한 것도 많잖아요. 그러니 제 행동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따라붙는 것에 대해서 눈치를 본 것 같아요. 왜 그랬나 싶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잖아요. 그러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단단해진 것 같거든요."


[언택트 스테이지]자유와 마주한 배우 전예지


코로나19의 출현으로 인해 '브로드웨이 42번가'나 '록키호러쇼' 같은 열정적인 퍼포먼스로 관객과 가깝게 소통하는 작품들이 상당히 어려워졌다. 그러한 작품들 외에도 공연만이 가지는 '소통의 매력'이 사라져가는 지금, 전예지가 꿈꾸는 내일은 어디에 있을까.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묻자 '아직은 알 수 없다'는 이야기가 돌아왔다.


"다들 비슷하게 이야기할 것 같아요. 지금 이 상황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모든 게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잖아요. 거기에 적응해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코로나19가 선사한 강제적인 자유와 맞닥뜨리고 나서야 진정 배우로서의 삶을 꿈꾸기 시작한 전예지. 아침마다 춤, 노래, 연기 레슨을 돌아가며 받느라 주6일제로 활동하고 있다는 그의 길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졌다.



서정준 객원기자 newsculture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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