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주미, 30년차에 연기새싹이 된 기분

최종수정2021.08.14 12:00 기사입력2021.08.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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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곡' 시즌2까지 연기한 박주미
"절제한 감정 연기, 심심할까봐 걱정했다"
"70분간 2인극, 대본 외우느라 고생"
"해외에서도 동안 비결 궁금해해"

[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연기를 한 기간에 비해 작품 수가 적다고 말한 박주미에게 '결혼작사 이혼작곡'(이하 '결사곡')은 배우 인생에서 중간 포인트를 찍고 갈 수 있을만한 작품이었다. 그는 "이렇게 감정 변화의 폭이 큰 캐릭터를 만난 건 행운이고 복"이라며 이 작품의 의미를 크게 받아들였다.


사피영은 시즌2까지 오면서 변화가 있는 인물이었다. 남편과 아이에게 잘하고 직업적으로도, 가정적으로도 완벽한 여자였다. 바람을 피우고 있을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가정에 충실했던 남편 신유신(이태곤)의 배신을 알게 된 후 온갖 감정을 폭발시켰다.


[인터뷰]박주미, 30년차에 연기새싹이 된 기분

박주미는 "워낙 다면적인 캐릭터다. 엄마에 관한, 남편에 관한 감정의 변화의 폭이 커서 그런 부분이 매력적으로 와닿았다. 연기하면서 설렜고, 잘 하려고, 섬세하게 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많다. 9개월동안 그 감정을 갖고 가는 것 자체도 저한테는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박주미는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는 자체가 좋았다"며 쉽게 만날 수 없는 인물을 연기할 기회였다고 했다. 잘 하고 싶었기에 분노와 슬픔을 절제하고 자제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였다. 극중 3명의 여성 캐릭터들이 각자 가진 성향이 달랐고, 그중 사피영은 과하지 않은 감정을 가진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영화였다면 절제된 연기를 해도 (큰 화면에서) 보였을 거다. 요즘은 TV도 잘 안 보고 휴대폰으로 보니까 절제한 만큼 심심하게 느껴질까봐 걱정이 됐다. 그렇지만 절제해서 연기하고 싶었다. 대범하게 했는데, 호응을 얻으니까 너무 기뻤다. 혹시라도 절제된 연기를 밍밍하거나 재미없고 연기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질까봐 그게 부담이었는데, 절제를 한 것이 잘 살려져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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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12회는 사피영, 신유신의 장면으로만 구성되는 파격적인 전개였다. 함께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모르게 두 배우에게만 대본이 전달됐다. 실험적인 장면들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기회였다. 박주미는 "요즘 작품들을 보면 10분 넘는 게 흔치 않다. (임성한) 선생님의 대범함과 필력, 배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70분을 두 배우에게만 할애해준 건 좋은 기회이고 나에게 평생 남는 필모그래피다.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어려운 점은 있었다. 우선 "외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 했다. 깨어있는 순간에는 항상 대본을 암기했다. 잠에 들기 직전까지도, 샤워를 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외웠다. 그렇게 카메라 앞에서 찍어낸 대사들은 방송이 된 이후에도 외우고 있다. 박주미는 "이 대사를 언제까지 외우고 있을지 궁금하다"며 웃었다.


두 번째로 의미있는 점은 드라마 방영을 통해 얻은 반응들이다. '허준'에서 메인 캐릭터도 아닌 공빈을 연기했을 때, '신사의 품격'에서 주인공의 첫사랑으로 등장했을 때 느꼈던 파급력을 뛰어넘는 것 같다고 했다. 넷플릭스에 공개돼서 그런지 해외에서도 박주미의 연기, 미모, 패션에 관해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고.


[인터뷰]박주미, 30년차에 연기새싹이 된 기분

"해외에 있는 지인들에게서도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어떤 분은 피영이처럼, 박주미처럼 하루만 살아봤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제가 운동을 하러 다니는 곳에서도 '지아엄마'라고 불러줬고, 장을 보러 오래 다닌 곳에서도 힘내라는 말을 들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동안의 비결이 궁금하다며 제가 쓰는 제품을 궁금해했다. 해외에서도 이렇게 사랑 받을 수 있구나, 이 나이에 이럴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박주미는 연기적으로 계속 도전을 하고 있었다. 그는 과거의 경험을 털어놨다. 아이를 출산한지 얼마 안 됐을 시기 극중 아이가 유괴돼서 죽는 스토리가 담긴 대본을 받았었는데, 도저히 연기를 할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이런거 저런거 따지다 보니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용기를 가지고 도전한 게 '사랑을 믿어요'에서 불륜을 하는 캐릭터였다"며 '결사곡'에서도 도전이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어떤 분이 '이렇게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데 그 시도 안에서의 변신이 강단있고 멋있다'는 댓글을 남기셨다. 이렇게 나에 대해 잘 아시는구나 싶어서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많은 여성 배우들이 연령대에 따라 연기를 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이 좁아지는 걸 느낀다고 한다. 같은 고민을 거쳤던 박주미는 "여전히 젊은 사람 위주의 작품이 많기는 하지만 요즘은 예전과 조금 다른 것 같다. 윤여정 선생님은 해외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셨고, 고두심 선생님도 멜로 영화를 하셨다. 채널도 다양해졌고,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런 걸 보면 너무 감사한 게 사실"이라며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인터뷰]박주미, 30년차에 연기새싹이 된 기분

연기에 꽃이 피었다는 극찬을 받은 '결사곡' 속 사피영으로 살아간 박주미는 "제 인생에 잊지 못할 캐릭터"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런 연기를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파장으로 다가갈 거야'라는 걸 알려준 작품이다. 내가 이만큼 몰입을 했었나? 그럴 수 있구나 생각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앞으로도 더 멋진 캐릭터를 만날 수 있지만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나이에 연기새싹 같은 기분이 든다. 제가 성장할 수 있게, 푸를 수 있게 도움을 줬다"며 작품과 캐릭터를 향해 갖는 크나큰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렇게나 커다란 애정이 있고 의미가 있는 캐릭터를 다시 연기할 수 있게 됐다.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3'를 통해 박주미는 다시 한 번 사피영으로 인사할 전망이다.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



권수빈 기자 ppbn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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