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이 그저 '아트'[NC리뷰]

최종수정2020.05.23 14:00 기사입력2020.05.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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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김진선 기자]"있는 그대로를 봐"(세르주)

"그게 뭔데"(마크)


당신의 절친한 친구가 그저 '판떼기' 같은 작품을 3억 원에 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또 반대로, 당신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친구가 길길이 날뛰며 '이해 불가'라고 딱 잘라 말한다면 어떨 것인가.

100분이 그저 '아트'[NC리뷰]


연극 '아트'는 캔버스 위에 하얀 줄이 그어져 있는 앙트로와의 작품을 3억에 산 세르주, 그림을 산 세르주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크, 그리고 우유부단한 성격의 이반 세 친구의 이야기다. 세르주는 예술에 관심이 많은 피부과 의사, 마크는 지적이며 고전을 좋아하는 항공 엔지니어, 이반은 문구 도매업자이며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극 초반에는 마크가 자신을 이해하지 그림을 3억이나 주고 산 세르주를 향한 못마땅한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작품이 진행되면서 세르주와 마크, 그리고 이반이 함께 한 15년,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고 바라고 꿈꿨던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 과정은 '관계'에 대한 인간의 마음을 엿보게 하면서, 자신의 모습 또한 투영하는 기회가 된다. 때문에 '아트'는 세 친구의 이야기, 다툼 속에서 각자의 모습을 보게 한다. 덕분에 세 친구의 대화는 자연스러운 '공감'을 자아낸다.

100분이 그저 '아트'[NC리뷰]

100분이 그저 '아트'[NC리뷰]


공통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거 같은 세 친구지만, 셋은 너무나도 닮아있다. 그 안엔 끈적한 무언가가 녹아있다. 추억과 함께 서로에게 얽힐 수밖에 없는 '친구'인 그들은 서로를 못 잡아먹을 듯 싸우다가도, 이내 웃고 만다. 다시는 웃을 수 없을 정도로, 밑바닥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서로를 비방하고 공격했지만, 이는 다시 '우정'이라는 '시간' 속에 뒤덮인다.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강필석은 여유로운 미소와 날카로운 눈빛을 오가며 세르주를 완성했다. 상대 인물의 강점을 잘 살리며 주고받는 맛을 쫀득하고 맛깔나게 그려냈다. 박은석은 바지가 찢어지는 열연을 펼쳤다. 예민하고 날카로우며 직설적인 마크가 되면서, 마그네슘을 오독오독 씹어먹는 것에 모자라, 무대마저 감칠맛 나게 오독오독 씹어 버렸다. 바지가 찢어진 예상치 못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능청을 곁들여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아흥'이라고 들끓는 속을 드러내는 그의 추임새는 꽤 중독성(?) 있다. 이반을 맡은 조재윤은 이들을 중재시키면서 또 웃음 폭탄의 연료가 된다. 장면과 대사 사이, 그 오가는 호흡의 길이 속에서 완급 조절을 톡톡히 해 작품의 묘미를 살렸다.


100분이라는 시간 안에 의미, 웃음, 볼거리까지 모두 채웠다. 그러면서 자꾸만 장면을 곱씹게 된다. 소중한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고 마주할 것인지, '아트'는 표면이 아닌, 깊숙한 내면을 조용히 훑는다. 잃어버린 펜 뚜껑이 펜에 달린 것을 보지 못한 이반의 모습처럼, 정작 봐야 할 곳은 놓치지 않았는지 말이다. 진행되는 100분 내내가 '아트'로 느껴진 이유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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