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노트②]강남 작가 "신과 악마 사이, 인간은 어떤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컬처노트②]강남 작가 "신과 악마 사이, 인간은 어떤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최종수정2021.04.29 15:43 기사입력2021.04.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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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검은 사제들' 강남 작가 인터뷰
동명 영화 원작
구마 장면 구현 위해 노력
"인간에 대한 믿음 있는 작품"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뮤지컬 '호프'로 작가 데뷔와 동시에 호평을 한 몸에 받았던 강남 작가가 '검은 사제들'을 통해 또 한 번 인간 존재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던진다. "사람에 대한 희망을 보여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의 작품은 어둠을 밝히는 한 줄기 달빛을 닮았다.


뮤지컬 '검은 사제들'(연출 오루피나, 제작 알앤디웍스)은 신에 대한 믿음보다는 동생을 잃은 것에 대한 속죄로 신학교에 들어간 신학생 최부제와 신을 믿으나 종교가 추구하는 방향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김신부가 마귀를 붙잡고 있는 소녀 이영신을 구하기 위한 과정을 담는다.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강남 작가는 영화를 몇 번이나 돌려볼 정도로 원작의 엄청난 팬이었다. 그렇기에 작품을 뮤지컬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 있어서 더욱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는 "대표님이 제안을 주셨는데 바로 하겠다고 했다. '검은 사제들'이 뮤지컬로 올라가는데 내가 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영광이었다. 정말 행복했다"고 미소지었다.


[컬처노트②]강남 작가 "신과 악마 사이, 인간은 어떤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어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그 다음에 찾아왔다. 내가 사랑하는 작품이고, 정말 좋은 작품 아닌가. 부담감이 컸다. 영화에서 뮤지컬로 옮겨오면서 달라지는 부분들도 있는데, 원작자의 의도를 온전히 구현해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 아닌가.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부분은 공연성, 연출, 안무, 음악 등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충격적이었어요. 중요한 질문을 담고 있는데도 장르적인 특성도 잘 살렸죠. 재미와 의미를 둘 다 가지고 있는, 밸런스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얼마나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들었는지 각색하면서 더 느껴졌어요."


영화와 달리, 공연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강남 작가는 "이야기의 근간은 가져오되 그걸 공연화할 때 얼마나 볼거리가 있는가가 중요했다. 무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찾으려고 했다.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힘을 믿었다. 배우들의 전체적인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공연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음악이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는 순간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구마 장면처럼 임팩트 있는 장면을 음악으로, 퍼포먼스로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뮤지컬 '검은 사제들'은 영화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물론, 영화에서 차용해온 대사도 많다. 이에 대해 강남 작가는 "원작에 아쉬움이 없었기 때문에 각색을 위한 각색은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검은 사제들'을 무대화한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영화의 느낌을 원하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원작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삭제되어야 하는 장면이 있을 때는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을 최대한 남기고, 정보 전달을 최소화하려고 했어요. 뮤지컬은 넘버로 내면의 이야기를 전하잖아요. 인물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에 중점을 두려고 했죠. 완성된 작품은 너무 좋지만, 돌아보면 뮤지컬만의 특색을 찾았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저만의 작은 아쉬움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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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영화에 비해 유쾌함이 한층 강조됐다. 극 중 구마에 사용되는 돼지 '돈돈이'를 떠나보내는 신부의 애절한 마음을 담은 넘버 '돈돈이를 부탁해요'가 추가됐고, 영화에서는 짧게 지나가는 장면을 확장해 세 명의 신부가 VR 게임을 즐기는 모습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강남 작가는 "'돈돈이를 부탁해요'는 꼭 표현하고 싶었던 장면이다. 영화에서 그 신부의 모습이 정말 인상 깊어서, '저 사람의 솔로곡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관객에게는 다소 낯설고 뜬금없이 느껴질 수 있는 VR 게임 장면에 대해서는 "최부제가 미션을 거쳐, 질문을 얻어가면서 구마에 도달하기를 바랐다. 그 장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걸 믿을 것인가, 믿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사람들은 말로는 보이지 않는 건 믿지 않는다고 하지만, 세 신부는 보이지 않는 걸 믿고 있지 않나. 그런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중간중간 환기할 수 있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품의 후반부가 무거운 분위기이다 보니 전반부에서 긴장을 덜어주고, 즐기면서 봐도 되는 작품이라는 걸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구마 장면도 더 몰입해서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사진=알앤디웍스

사진=알앤디웍스



작품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대했던 장면은 단연 구마 장면이다. 영화에서도 구마 장면이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처럼, 뮤지컬에서도 구마 장면은 연기, 조명, 음향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져 엄청난 임팩트를 선사한다.


강남 작가는 "이 공연을 기다리는 분들이 가장 기대하는 부분일 텐데, 준비를 아무리 해도 어떤 형태로 공연될지 모르지 않나. 구마 장면을 위해 연출님과 많은 창작진분들이 정말 많은 회의를 거쳤다. 알앤디웍스의 노하우들이 집대성된 느낌인 것 같다. 장면을 만들어내는 과감함이 좋았다"고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 제작사와 창작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앙상블 배우들의 활약은 '검은 사제들' 무대를 완성했다. 특히 영신에게 빙의된 마귀를 배우가 직접 연기해 더욱 직접적으로 공포감을 안긴다. 강남 작가는 "배우들이 자기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정서를 만들어내면서 독립된 형태의 마귀를 탄생시켰다. 대본에서 마귀는 영신의 일부로 표현된다. 그러다가 배우를 만나면서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앙상블 배우들이 나오는 장면을 더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잘하니까. 개가 튀어나오는 장면도 어떻게 보면 웃길 수 있었는데 동희 배우가 트라우마를 잘 표현해줬어요. 배우들을 너무 잘 만난 것 같습니다."(웃음)


강남 작가가 말하는 '검은 사제들'은 결국 '연대'의 이야기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뛰어들 수 있는, 연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신과 악마의 이야기를 보는 이유는 그 안에서 인간으로서 어떤 길을 찾을 것인가 하는 질문 때문이지 않나. 인간에 대한 믿음이 있는 작품이다. 신이 없다는 게 아니라,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서로 포기하지 않도록 만들었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무대에도 사람이 올라오잖아요. 무대가 하는 일은 지쳐있는 우리에게 힘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작품을 통해 사람에 대한 희망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좋은 메시지와 질문을 담은, 사람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와줘서 감사해요."


[컬처노트②]강남 작가 "신과 악마 사이, 인간은 어떤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강남 작가는 지난 2019년 선보인 첫 작품 뮤지컬 '호프'를 통해 큰 사랑을 받았고,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극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강남 작가는 "'호프'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성과가 나서 '어떡하지' 싶었다. '얼른 내 거품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웃음) 실력에 비해 과장된 면이 많다. 뮤지컬이 작가 혼자 만드는 게 아니지 않나. 배우들, 연출에 따라 작품이 달라진다. '호프' 때는 합이 정말 잘 맞았고, 그게 결과로 이어진 것일 뿐이다. 제가 특출난 게 아니다"라고 손을 내저었다.


"아직까지는 제가 어떤 작가인지 찾아 나가고 있어요.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도 아직은 투박한 것 같아요. 조금 더 글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첫 공연 때 관객분들이 앉아계시는 걸 보면 정말 떨려요. 관객에게 죄송하지 않은 작가가 빨리 되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호프'를 통해 작가로 데뷔하기 이전, 연극 작품의 연출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연출로서의 경험이 작가로서 작품을 만들어갈 때 도움이 됐을 터. 강남 작가는 "글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공연장에 있었던 시간은 길지 않나. 극장을, 무대를 잘 안다는 사실이 작가로서의 부족함을 조금이나마 보완해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출의 영역은 절대 침범하지 않는다. 그는 "원하는 건 대본에 써놓는다. 뮤지컬과 연극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과정을 거쳐 공연을 올리기 때문에 연출의 역할도 많이 다르다. 내가 내 작품을 올리면 내가 생각했던 정도밖에 나오지 않지만, 다른 분들이 도와주면 시너지가 난다. '호프', '검은 사제들'도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고, 그래서 좋았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게 정말 큰 복"이라고 말했다.


[컬처노트②]강남 작가 "신과 악마 사이, 인간은 어떤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냈던 지난 1년. 강남 작가 역시 끝없는 고민의 과정을 거쳐 해답을 찾아냈다. 바로 '좋은 작품'이다. 그는 "극장에 있던 공연이 어떻게 매체로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이뤄졌던 한 해였고, 그럼에도 관객이 극장을 찾아와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하는 시기기도 했다. 지금과는 다른 생존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결론은 '좋은 작품'이다. 내가 잘하면 된다는 것이다. 극장을 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적당히 좋은 작품 때문에 극장을 찾으시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관객분들은 더 좋은 작품을 찾을 것이고, 그럼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관객분들이 극장에 와야 하는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고 공연을 향한 진정성을 보였다.


"어머니가 '검은 사제들' 공연을 보고 통쾌했다고 하셨어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자신을 대신해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춰주니까. 공연이 현실을 자각하게 하는 역할도 하지만 현실에서 빠져나와 힘을 충천해주는 역할도 한다고 생각해요.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들이 이 시기의 관객분들에게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요?"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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