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④]"첫사랑 같은 작품…물 만난 물고기 됐어요"

[지하철 1호선④]"첫사랑 같은 작품…물 만난 물고기 됐어요"

최종수정2021.05.31 16:23 기사입력2021.05.3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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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하철 1호선' 김민성·민채원·박현선·정재혁 인터뷰
김민성 "넘어야 할 산"
정재혁 "첫사랑 같은 작품"
박현선 "학전, 사람이 떠오르는 곳"
민채원 "이제야 물 만난 느낌"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지하철 1호선'은 많은 배우에게 '꿈의 작품'으로 손꼽힌다. 그만큼 이번 시즌을 함께하게 된 김민성, 민채원, 박현선, 정재혁이 작품에 임하는 마음도 남다르다. 배우 활동에 대해 고민하고, 초심을 잃고,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잃는 등 삶의 방향성을 잃었을 때 만난 '지하철 1호선'은 네 사람이 배우로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희망을 건넸다. 그렇게 깊은 노력과 애정이 담긴 네 사람의 '지하철 1호선'은 '행복'과 '자부심'을 향해 달린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1990년 IMF 이후 한국을 배경으로, 지하철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시민의 삶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독일 그립스 극단의 작품을 원작으로, 학전 김민기 대표가 한국적인 정서로 번안·각색해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김민성은 제비 역을, 민채원은 빨강바지 역을, 박현선은 날탕 역을, 정재혁은 문디 역을 맡아 '지하철 1호선'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극 중 인물들처럼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지하철 1호선'에 탑승한 네 사람은 공연과 함께하는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


[지하철 1호선④]"첫사랑 같은 작품…물 만난 물고기 됐어요"


김민성은 2016년 '고추장 떡볶이'로 처음 학전을 만나 지난 5년간 꾸준하게 학전 무대에 올랐지만,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하철1호선'을 '넘어야 할 산'이라고 표현하며 "학전에 왔으면 '지하철 1호선'을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과한 부담감이 있었고, 오디션을 두 번이나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도 학전에 몸담은 이상 학전의 정점인 '지하철 1호선'을 꼭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작품을 하기 전까지는 배우를 그만두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지하철 1호선'을 하게 되고, 대본을 봤는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대본 공부를 하는데 암호문 해석하는 것 같았어요. 대사 하나하나에 정말 많은 역사를 담고 있어요.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알고 싶어지는 작품이에요. 어렵지만, 제게는 언젠가는 해야 하는 작품이었어요. 지금도 조금씩 찾아가고 있습니다."(김민성)


박현선도 이번 시즌 처음으로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하게 됐다. 그는 "제가 이 작품을 한다는 게 놀라웠다. 사실 아직 이 작품을 할 수 있는 실력이 안 되는 것 같아 자신이 없었다. 연습실 오는 게 무서워서 울면서 올 정도였다. 그런데 팀원들이 너무 좋은 덕분에 무서움을 내려놓고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민채원은 한 번의 탈락 후 재도전 끝에 지난 2019년 처음 '지하철 1호선'을 만났다. 그는 "2018년 오디션을 볼 때 서류에서 떨어졌다.(웃음) 2019년에 공연이 또 올라온다길래 안 하려다가, '한 번 넣어볼까' 하는 생각에 지원했는데 합격했다. 그때 내가 이 작품과 인연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하철 1호선④]"첫사랑 같은 작품…물 만난 물고기 됐어요"


정재혁은 지난 2018년 '지하철 1호선'의 철수 역으로 학전과 처음 연을 맺었다. 그는 "2017년에 공연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혼자서 여러 고민을 하다가 지원했던 오디션이 '지하철 1호선'이었다. 그때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이 하지 말자'는 결심을 했었는데, '지하철 1호선'은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오디션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운이 좋게 합격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고 처음 '지하철 1호선'에 올랐을 당시를 회상했다.


"저한테는 이 작품이 데뷔작 같아요. 첫사랑 같은 작품이죠. 제가 너무 사랑했고, 작품도 저를 받아줘서 만나게 된 것 같아요. 잊지 못할 소중한 작품입니다."(정재혁)


한 명의 배우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지하철 1호선'의 특성상, 네 배우 모두 많은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위해 노력했다. 박현선이 연기하는 날탕은 가족에게 버려지고 길거리를 떠도는 비행 청소년이다. 박현선은 "심리가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는 캐릭터다. 정확한 방향성이 있어야 했다. 그 방향성을 찾는 연습 과정도 힘들었다. 힘든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이겨내 보려고 하고, 더 강한 척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현선은 극 중 한 명의 청소부가 되어 작품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그는 "청소부 캐릭터는 흐름이 있다. 대사는 제일 없지만 항상 지하철에 존재하는 인물이다. 가장 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인물인데, 마지막에 남은 사람들의 허물을 주워 담아간다. 또 선녀가 제일 처음에 내려왔던 계단을 제가 올라감으로써 마무리하는 장면이 좋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청소부를 연기하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한 번은 연습실에 일찍 와서 여기가 지하철이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청소를 한 적도 있고, 계단 올라가는 장면을 연습하기 위해 공연장 앞 대학로 길거리에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한 적도 있어요.(웃음) 극장에 처음 올 때까지만 해도 느낌이 안 왔는데, 정말 어느 순간 갑자기 청소부가 되더라고요."(박현선)


[지하철 1호선④]"첫사랑 같은 작품…물 만난 물고기 됐어요"

[지하철 1호선④]"첫사랑 같은 작품…물 만난 물고기 됐어요"


민채원이 맡은 빨강바지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 올라와서, 악착같이 살아온 사람이다. 그는 "거칠게 살았을 때 풍겨 나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빨강바지를 연기할 때만은 거친 느낌이 아니라 이 사람이 보여주고자 하는 내면을 연기하려고 한다. 결국에는 빨강바지도 사람이고, 정도 있고 인간적인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김민성은 메인 배역인 제비와 더불어 '신문'을 애착 가는 캐릭터로 꼽았다. 그는 "제비는 끝까지 나쁜 놈으로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김민기 선생님이 '그렇게 나쁘게만 하지 말라'고 하셨다. '지하철 1호선'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인간성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제비가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길 바라셨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신문'에 대해서는 "신문을 파는 소년이다. 하나를 팔더라도 직업 정신이 있는 소년. 그냥 신문 파는 어린아이로 보일 수 있지만, 이 역시 생계를 연명하기 위해 지하철에 오른 캐릭터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정재혁은 서울역 노숙자 문디를 연기한다. 그는 문디를 이해하기 위해 서울역에서 직접 노숙자들과 술을 마시고, 잠을 자면서 캐릭터에 다가갔다. 그러면서 노숙자들이 왜 서울역에 머물고 있는지 고민했다. 고민 끝에 찾은 답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잠시 보류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정재혁은 "삶의 동력을 잃은 사람들,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어떤 계기로 인해 힘이 빠질 수 있고,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가 '언젠가는 다시 일어나야지' 라고 마음먹고 있는 곳이 서울역이라고 생각한다"고 깊이 있는 생각을 전했다.


[지하철 1호선④]"첫사랑 같은 작품…물 만난 물고기 됐어요"


인물에 다가가면서 흔들릴 때면, 김민기 대표의 조언이 큰 버팀목이 됐다. 정재혁은 "철수에서 문디가 된 것 아닌가. 철수로서 아쉬웠던 점을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문디도 너무 좋아하는 캐릭터지만 약간 섭섭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김민기 선생님이 저를 부르셨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더 많은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작품마다 여러 가지 역할을 바꿔가면서 할 수 있는 일류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셨다. 평생 가지고 가야 하는 조언이라고 생각했다.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민채원 역시 김민기 대표를 향한 감사함을 드러내며 "선생님과 대화를 하다 보면 저에 대한 믿음이 느껴진다. 그 부분이 참 감사하다. 선생님이 배우는 다양한 캐릭터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저한테는 한 캐릭터로 밀고 가시는 것 같다.(웃음) 선생님이 다른 분들에게 '채원이 빨강바지가 최고'라고 칭찬을 자주 해주신다. 그런 칭찬을 들을 때마다 자신감이 생기고, 자부심이 생긴다"고 미소 지었다.


김민성은 '지하철 1호선' 출연에 앞서 학전의 어린이극인 '고추장 떡볶이'에만 세 번을 출연했다. 매번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민기 대표와 독대를 하게 됐고, 김민기 대표는 그에게 '네가 연기를 못하는 것 같냐'고 물었다. 이에 김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철 1호선④]"첫사랑 같은 작품…물 만난 물고기 됐어요"

[지하철 1호선④]"첫사랑 같은 작품…물 만난 물고기 됐어요"


그는 "선생님이 배우는 빙의를 해야 하는데, 저는 자의식이 너무 많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선생님의 코멘트에만 갇혀 있으면 안 된다고. 그 사람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인물에 대한 접근법을 조금 더 깊게 생각하게 됐다. '빙의를 해야 한다'는 말을 이해한 시점이 저에게는 가장 소중한 순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김민기 대표는 정답이 아닌 방향성을 제시한다. 하지만 배우들은 그 방향성이 결국에는 정답을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민성은 "선생님의 코멘트를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코멘트 안에 답이 들어있다. 어떤 행동을 하라고 하실 때, 처음에는 '이걸 왜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도 나중에는 그 이유를 알게 된다. 그만큼 작품의 모든 부분에 대해 알고 말씀해주시는 것"이라고 했다.


박현선은 "인물의 움직임에 있어서 많은 조언을 받았는데, 저는 드라마적인 해석이 더 듣고 싶었다. 날탕이라는 아이가 원조교제를 할 정도의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원조교제를 하는 아이로 분석하면 캐릭터가 쌓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선생님은 본인에게서 정답을 찾지 말라고 하셨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야 안 풀리는 지점에 대해 여쭤보니 그 해석이 맞다고 하셨다. 제 해석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지하철 1호선④]"첫사랑 같은 작품…물 만난 물고기 됐어요"


경력도, 나이도 다 다른 네 배우지만, 학전을 만나 배우 인생의 새로운 장을 펼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민채원은 "다른 작품을 할 때는 아쉬움과 목마름이 있었는데, 학전에 와서 물 만난 느낌이다. 이곳에 와서 초심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있다. 연기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다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심어준 극단"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나 30주년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영광이에요. 오래도록 유지해서 많은 배우들의 초심을 건드려줄 수 있는 곳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배우들에게는 꼭 필요한, 한 번쯤은 거쳐 가야 할 곳이라고 생각해요."(민채원)


박현선은 "다른 작품을 하면 사람보다는 회사, 건물이 떠오르는데, 학전은 사람이 먼저 기억난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공간인데, 그 세월 동안 많은 배우가 거쳐 간 공간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게 뜻깊다"고 말했다.


"어떤 작품을 했냐는 질문을 받을 때 '학전 작품 했다'고 말하면 '오~'라는 반응이 돌아와요.(웃음) 그만큼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요. 그 명성을 지키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박현선)


김민성에게 학전은 성장의 원동력이다. 그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저를 받아준 곳이 학전이었다. 학전이 배울 학, 밭 전 아닌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고, 모두에게 원동력이 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소속감을 주는 곳이고, 한국인의 정이 넘쳐나는 곳이에요. 학전에서 함께하는 모든 사람이 하는 행동이 정에서부터 비롯된 것 같아요.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곳이죠. 학전의 30주년에 제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게 영광입니다."(김민성)


정재혁 역시 학전의 소중함에 대해 깊이 공감했다. 그는 "배우로서 혼란스럽던 시기에 학전에 와서 즐겁게 공연을 하게 됐다. 작품마다 영양분이 다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지하철 1호선'은 슈퍼푸드다.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영양분이 다 들어가 있다"고 유쾌한 비유를 전했다.


"무엇보다도 학전이 아닌 다른 곳에서 공연을 하면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요. 학전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김민기 선생님의 기운이 학전이라는 곳 전체를 감싸고 있는 느낌이에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선생님의 기운을 제가 나눠 갖는 느낌이라 앞으로도 쭉 함께하면서 좋은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정재혁)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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