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nd 서울연극제⑦]한 달간의 여정 마무리…대상은 '생활풍경'

[42nd 서울연극제⑦]한 달간의 여정 마무리…대상은 '생활풍경'

최종수정2021.06.01 17:43 기사입력2021.06.0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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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서울연극제 폐막
극단 신세계 '생활풍경' 대상
극단 배다 '붉은 낙엽' 4관왕
객석 점유율 91.9%…최고 수치 경신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제42회 서울연극제가 평균 객석점유율 91.9%로 한 달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극단 신세계의 '생활풍경'이 대상을 비롯해 3관왕을 차지하며 이번 서울연극제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4월 30일 봄바람과 함께 막을 연 제42회 서울연극제가 지난달 31일 막을 내렸다. 이번 서울연극제는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 '허길동전', '노인과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다른 여름', '이단자들', '생활풍경', '붉은 낙엽', 'JUNGLE' 총 여덟 작품이 공식 선정돼 관객을 만났다.


특히 이번 공식선정작은 이머시브 씨어터, 현대판 마당극, 피지컬 퍼포먼스 씨어터, 관객 참여형 극 등 독특한 형식과 내용을 자랑해 관객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극단 신세계 '생활풍경', 대상 포함 3관왕
극단 신세계 '생활풍경'의 김수정 연출. 사진=서울연극제

극단 신세계 '생활풍경'의 김수정 연출. 사진=서울연극제


'생활풍경' 공연 장면. 사진=극단 신세계

'생활풍경' 공연 장면. 사진=극단 신세계



극단 신세계의 '생활풍경'이 대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생활풍경'은 실제로 발달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쟁점으로 개최했던 토론회를 모티브로 하는 작품으로, 무대와 객석 사이의 벽을 허문 난장 토론 형식의 연극이다. 지난해 초연 당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관객이 직접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하는 입장과 한방병원 설립을 지지하는 입장을 선택하고, 이에 따라 그에 맞는 시각에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게 돕는 작품이다. 하지만 하나의 시선으로만 작품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양측의 자리를 바꾸기도 하고, 비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이 절대적 다수를 이루는 사회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며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심사위원에게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을 줄 모르는 이기심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풍자한 작품"이라는 평을 얻으며 대상과 연출상, 신인연기상(김선기) 3관왕을 차지했다.


김수정 연출은 "앞으로 어떻게 공연을 계속 이어가야 하나 고민하던 시점에서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많은 힘이 될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저희 단원 30명이 함께 만들어간 공동창작 작업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저희 단원들을 비롯한 찾아주신 관객 여러분과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극단 배다 '붉은 낙엽'의 이준우 연출. 사진=서울연극제

극단 배다 '붉은 낙엽'의 이준우 연출. 사진=서울연극제


'붉은 낙엽' 공연 장면. 사진=극단 배다

'붉은 낙엽' 공연 장면. 사진=극단 배다



우수상(종로구청장상)은 극단 배다의 '붉은 낙엽'과 극단 이루의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가 수상했다. '붉은 낙엽'은 한 가족 사이에서 의심이 퍼지며 우리의 믿음과 관계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생각하게 한 작품으로, 토머스 H. 쿡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왕서개 이야기'로 호평받은 이준우 연출의 안정감 있고 치밀한 작품 구성이 빛을 발한 작품으로, "의심의 나비효과와 그 파국을 묵직하게 제시했다"고 평가받았다. 특히 주인공 에릭 역을 맡은 박완규의 깊이감 있는 연기와 아들 지미 역을 맡은 장석환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고, 두 사람은 각각 연기상과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신승렬 무대디자이너가 무대예술상까지 차지하면서 '붉은 낙엽'은 4관왕을 기록했다.


극단 이루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의 손기호 연출. 사진=서울연극제

극단 이루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의 손기호 연출. 사진=서울연극제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관객, 배우, 연출가 등의 이야기를 연극 속의 연극, 연극 밖의 연극 등 다양한 구조로 풀어낸다. 심사위원으로부터 "겹구성으로 연극과 현실의 경계, 나아가 경계 자체에 질문을 던졌다"고 평가받았다. 극 중 여배우를 연기한 장하란이 연기상을 수상했다.


이와 더불어 노인과 여자의 복수극을 다룬 '노인과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의 이승훈, 난민의 실화를 바탕으로 공존과 연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JUNGLE'의 설재근이 연기상을 수상했다. '생활풍경'에서 방숙자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김선기도 신인연기상을 품에 안았다.


희곡상은 고등학교 핸드볼 선수의 이야기를 통해 성장기의 고통과 외로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다른 여름'의 최치언 작가에게 돌아갔다. '다른 여름'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을 핸드볼 경기장으로 변모시켜 관객의 생생한 체험을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허길동전'은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허균과 허균이 탄생시킨 이상향 속 인물인 홍길동의 이야기를 교차해 고뇌로 가득했던 허균의 삶을 그리는 작품으로,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인 김승진 음악감독이 무대예술상을 받았다.


환경 문제, 사회 문제, 현대인의 정신적·육체적 문제 등 다양한 이슈를 세련된 모양새로 전한 '이단자들'에 수상의 기쁨이 돌아가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공연장 밖에서 안전하게 부화한 스무 작품
'리더스' 선보인 종로예술극장. 사진=서울연극제

'리더스' 선보인 종로예술극장. 사진=서울연극제


'옴니버스도 환승이 되나요?' 선보인 창작집단 지구 옆 동네. 사진=서울연극제

'옴니버스도 환승이 되나요?' 선보인 창작집단 지구 옆 동네. 사진=서울연극제



서울연극제의 일환으로 제17회 서울창작공간 연극축제가 개최됐다. 탈극장 형식의 무료 공연으로, '예술은 안전하게 부화할 장소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내세웠다. 20개의 단체가 지난 한 달간 공연장이 아닌 연습실, 스튜디오, 카페 등에서 공연을 펼쳤다.


그 결과 창작집단 지구 옆 동네의 '옴니버스도 환승이 되나요?'와 종로예술극장 '리더스'가 프린지 창공 최우수작품상을, 극단 드란의 미치지 않고서야', 공영[00]주차장의 '체크포인트'가 프린지 창공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구멍'과 '악셀'의 뒤를 이어

창작극 발전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한 단막 희곡 공모를 향한 열기도 뜨거웠다. 올해 서울연극제에서는 지난해 공모를 통해 선정된 희곡 '구멍'과 '악셀'이 관객을 만난 바 있다.


올해는 총 109편의 작품이 응모했고, 그 중 신성우 작가의 '낯선 얼굴로 오는가'가 당선작으로, 윤미희 작가의 '성난 파도 속에 앉아 있는 너에게'가 가작으로 선정됐다. 이 두 작품 역시 내년 서울연극제 '단막 스테이지'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코로나19 속에도 매진 행렬
사진=김태윤 기자

사진=김태윤 기자



이번 서울연극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 칸 거리두기 좌석제로 진행됐고, 총 67회 공연 중 50회가 매진됐다. 평균 객석점유율은 91.9%를 기록하며 5년 연속 최고 객석 점유율을 경신했다.


지난해 코로나19를 뚫고 개최됐었던 41회 서울연극제는 당시 80회 공연 중 42회 매진을 기록했고, 객석점유율은 86.5%였다. 이와 같은 수치 상승은 코로나19로 인해 여전히 공연계가 위축되어 있는 상황 속, 연극을 향한 관객의 관심이 다시 제자리를 찾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발전하는 서울연극제…아쉬움과 기대
사진=김태윤 기자

사진=김태윤 기자



앞서 언급했듯 제42회 서울연극제는 독특한 형식으로 다채로운 메시지를 전하는 여덟 작품으로 관객의 관심을 끌었다. 이에 완성도 높은 작품을 접하기 위한 관객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67회 중 50회의 공연이 매진되고, 평균 객석 점유율 90%를 웃도는 수치를 기록하면서 성공적으로 축제를 마무리했다.


지난 2016년 2년 임기의 예술감독제를 도입한 후 조금 더 안정적으로 축제가 흘러가면서, 서울연극제를 향한 관객의 신뢰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더욱더 탄탄한 축제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만큼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다.


서울연극제에 참여한 관객 A씨는 "보는 즐거움이 있는 공연들을 접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하지만 작품이 주는 연극적 재미보다는 메시지 전달에 치중하는 느낌이 있어 일반 관객에게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선정작이 주는 만족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관계자와 소수의 연극 애호가 위주로 축제가 진행되는 분위기가 있어 대중적 관심이 더욱 높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올해 3대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창작공동체 아르케 김승철 대표가 내년까지 서울연극제를 이끈다. 김승철 예술감독은 앞서 서울연극제 개막을 앞두고 진행한 뉴스컬처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서울연극제가 연출이나 배우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분야에 있는 연극인들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있다. 그러나 연극은 연출, 배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스태프가 함께하는 공동 작업이다. 이에 무대, 음악, 소품,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 있는 연극인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앞으로의 서울연극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덧붙여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관객분들에게도 서울연극제가 놓치기 싫은 작품들이 올라가는, 전국 규모의 축제 같은 연극제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단기간에 이루기는 어렵겠지만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희망을 내비쳤다.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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