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노트②]이기쁨·김솔지, 자신을 직면하는 용기

최종수정2021.06.11 15:43 기사입력2021.06.11 15:43

글꼴설정

뮤지컬 '유진과 유진' 이기쁨 연출·김솔지 작가 인터뷰
이기쁨 연출 "스스로를 직면하는 과정,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
김솔지 작가의 첫 작품 "설레고 감사해"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이기쁨 연출은 '자신을 직면한다'는 것을 '유진과 유진'의 가장 큰 메시지로 꼽았다. 극 중 작은 유진이 그랬듯, 아픈 기억을 직접 꺼내놓고, 스스로를 당당하게 마주하는 것이 곪아버린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금이 작가가 건네준 위로를 무대에 올리는 이기쁨 연출과 김솔지 작가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두 명의 유진의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기를 거치며 크고 작은 흉터를 지닌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한다.


뮤지컬 '유진과 유진'(연출 이기쁨, 제작 낭만바리케이트)은 중학교 2학년이 된 첫날 같은 반에서 만난 두 명의 유진이 과거의 사건에 대한 어긋난 기억을 돌아보고,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금이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기쁨 연출과 김솔지 작가는 이번 뮤지컬 작업을 통해 '유진과 유진'이라는 작품을 처음 접했다.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낀 키워드는 공감과 위로, 그리고 성장이다.


[컬처노트②]이기쁨·김솔지, 자신을 직면하는 용기


김솔지 작가는 "소설을 읽으면서 중학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청소년기에 느끼는 감정들이 제 어렸을 때를 보는 것 같았다"며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작은 유진처럼 친구를 멀리하고, 인간관계에 서툴렀던 적이 있고, 또 어느 순간에는 큰 유진처럼 밝은 성격을 가진 적도 있다.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기쁨 연출은 "내 모습을 직면한다는 게 쉽기도 하지만 어렵기도 한 일이다. 유진이들이 자신을 직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2004년에 처음 선보인 이야기지만 현재까지 아주 유효한 메시지를 전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의 친구, 가족 등 다수의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과 달리, 뮤지컬은 2인극으로 진행된다. 이에 김솔지 작가는 두 명의 유진의 이야기를 '사이코 드라마', 즉 심리극의 형식을 취해 풀어낸다. 30대가 된 두 유진이 서로의 과거를 돌아보는 형식이다.


김솔지 작가는 "성인도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다"며 "과거의 일을 30대 유진이들이 재현하면서 치유를 얻는 이야기다.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기쁨 연출은 "유진이들이 느끼고, 마주해야 하는 지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인극이라는 포맷 안에서 유진이들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데에 사이코드라마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컬처노트②]이기쁨·김솔지, 자신을 직면하는 용기


이어 "'유진과 유진'에는 아이들 주변의 많은 이야기가 있지 않나. 특히 유진이들과 엄마의 관계성에 대한 지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유진이들이 각자 다른 형태의 삶을 살게 되는 부분에 있어서도 엄마가 가장 큰 환경적 요소였을 것이다. 그러면서 유진이와 엄마의 이야기가 가장 중점적으로 드러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더 나아가서 내가 나를 사랑할 자격이 있고, 외부에서 주는 상처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할 권리와 가치가 있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또 상처를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연대로 극복할 수 있다는 걸 전달하고 싶기도 했어요. 유진이 같은 아이들에게도 그렇지만, 유진이의 엄마들 같은 어른들에게도 그 메시지가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김솔지 작가)


"직면하는 용기를 낸다는 게 저에게는 가장 큰 포인트였어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질 거야'라는 가사가 있거든요. 자신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냈을 때 그 가사 같은 마음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이야기를 거쳐서 유진과 유진이 서로에게, 또 관객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아요."(이기쁨 연출)


'유진과 유진'은 아동 성폭력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두 소녀의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조심스러운 소재이기에 두 창작진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작품을 만들어나갔다. 특히 유진이들이 겪은 고통을 전시하면 안 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김솔지 작가는 "인물의 불행한 상황, 고통받는 상황을 보여주려고 그런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내는 것과 달리, 그 상황 안에서 작은 유진이가 느끼는 것을 최대한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극적으로 상황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작은 유진의 심리를 쫓아가는 것에 최대한 맞춰 가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기쁨 연출은 "연출로서 고민이 정말 많은 지점이다. 이야기를 진행할 때 들어가게 되는 갈등 요소가 존재하는데, 그걸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이야기를 잘 보여줄 수 있는가 계속 고민한다. 그 고민의 연장 선상에서 '유진과 유진'은 깊은 고민을 안기는 작품이었다"고 털어놨다.


"작은 유진이가 기억을 찾아 나가면서 떠올리는 과거의 시간들이 작품에 들어있는데, 최대한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 않으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지닌 무게가 무겁다 보니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작은 유진이가 느낀 심정을 표현할 수 있는 가사나 멜로디, 이미지를 찾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작은 유진이의 마음을 따라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이기쁨 연출)


[컬처노트②]이기쁨·김솔지, 자신을 직면하는 용기


안예은 작곡가가 '유진과 유진'을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 작업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솔지 작가는 "작곡가님도 모르실 텐데, 작곡가님 데뷔할 때부터 팬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작곡가님의 작곡 스타일과 제 작사 스타일이 안 맞을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작곡가님의 노래를 들으면서 작업했고, 주로 쓰시는 단어 스타일과 결을 맞추고 싶어 노력했다"고 안예은의 곡에 가사를 붙이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기쁨 연출은 "안예은 작곡가의 색깔이 많이 묻어있는 곡들이다. 낯설 수도 있지만, 아주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배우들이 새로운 느낌의 넘버를 잘 소화해낼 수 있는 방법을 적합하게 찾아내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유진과 유진'은 김솔지 작가가 선보이는 첫 작품이다. 뮤지컬 조연출로 활동하며 공연계에 발을 담갔던 그가 본격적으로 작가로서 데뷔하게 된 것. 그는 "감사한 마음이 크면서, 예민한 소재를 지닌 작품으로 데뷔하다 보니 혹시나 내 글로 인해 상처를 받는 분들이 있을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 있다. 복잡한 심경"이라고 떨리는 마음을 꺼내놨다.


단단한 내공을 지닌 이기쁨 연출이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김솔지 작가는 "아무래도 계속 원고를 붙잡고 있다 보면 밸런스를 맞추지 못할 수가 있는데, 연출님이 피드백을 많이 해주셔서 정말 좋았다. 제 의견을 정말 많이 배려해주시고, 뭔가를 제안하실 때도 정말 조심스럽게 제안하셨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기쁨 연출은 "초연작은 대본 안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갈 수밖에 없다. 작가의 입장에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대화를 많이 나누고, 보완의 여지를 충분히 열어주셔서 감사했다. 수용의 폭이 굉장히 넓은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함께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컬처노트②]이기쁨·김솔지, 자신을 직면하는 용기


두 명의 여성 배우가 이끄는 2인극 뮤지컬. 대학로에서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형식은 아니지만, 이제 더 이상 낯설지도 않다.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하는 작품이 공연계에서 점점 더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덕분이다.


특히 '난설', '나, 혜석' 등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작품을 주로 선보여온 이기쁨 연출은 "여성 서사 작품이기 때문에 완벽해야 하고, 인물을 올바르게 그려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여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라고 해서 살인자 얘기하지 말라는 법 없고, 복수나 질투의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제가 재미있는 이야기, 관심이 가는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남자든 여자든, 인물이 젊든 늙든 같은 시선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라고 신념을 표현했다.


김솔지 작가는 "여성이 주인공인 극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반갑다. 지금까지의 작품에서 전형적인 모습의 여성들이 많았으니, 지금까지 풀어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또 여성만이 아니라 소수자의 이야기도 점점 더 많이 다뤄졌으면 좋겠다. 유학 시절 '아시안 여성'이라는 소수자로 살면서 소수자의 이야기가 피부로 더 와닿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좋은번호가 좋은 기운을 나만의 골드넘버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