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노트③]안예은·양지해, '처음'이 지닌 뜨거움

최종수정2021.06.11 15:44 기사입력2021.06.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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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유진과 유진' 안예은 작곡가·양지해 음악감독 인터뷰
안예은의 첫 뮤지컬 도전
첫 메인 음악감독으로 나서는 양지해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의 독보적인 색채와 양지해 음악감독의 포용력이 만나 뮤지컬 '유진과 유진'에서 시너지를 낸다. 뮤지컬 음악에 본격적으로 첫발을 내디딘 두 사람은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뜨거움을 한껏 느끼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하지만 행복하게 작업에 임하고 있다.


'상사화', '홍연', '능소화', '출항' 등 자신만의 색깔이 짙게 밴 곡으로 사랑받고 있는 안예은은 뮤지컬 '유진과 유진'을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 음악 작업에 도전했다. 그는 "항상 뮤지컬에 대한 꿈이 있었는데 빠르면 5년 뒤, 길면 20년 뒤라고 생각했다. 같은 음악이라고 해도 다른 느낌의 분야이기 때문에 연륜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 기회가 닿아 '유진과 유진' 작업을 하게 됐고, 정말 즐거웠다. 이렇게 스트레스 없이 작업한 게 정말 오랜만이다"고 도전 소감을 전했다.


이어 "새로운 장르에 발을 들이게 된 것 아닌가. 걱정이 많이 됐다. 작품은 좋은데 노래가 별로라는 말을 듣게 될까 봐. 제가 이 작품에 폐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컬처노트③]안예은·양지해, '처음'이 지닌 뜨거움


'전설의 리틀 농구단', '데미안' 등의 작품에 참여하며 차근차근 내공을 쌓아온 양지해 음악감독은 '유진과 유진'을 통해 대학로에서는 처음으로 메인 음악감독에 나선다. 그는 "안예은이 작곡에 참여했다는 게 '유진과 유진' 음악의 특색"이라고 웃으며 "예은이가 스트레스 없이 작업했다고 했는데 저도 그렇다. 이렇게 분위기 좋은 작업은 흔치 않다. 창작진이 이런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면 그게 관객에게도 전달이 되는 것 같다"고 '유진과 유진' 팀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시작을 함께하는 두 사람의 호흡은 탁월했다. 양지해 음악감독은 안예은이 뮤지컬 작업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표를 제시했고, 안예은은 양지해 음악감독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색채를 마음껏 뿜어냈다.


안예은은 "전 뮤지컬 작업의 생태계를 잘 모르지 않나. 첫 넘버를 써서 보내드리고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 다 좋다고 해주셨다"고 웃었다. 이어 "기존 음악 작업을 할 때 '안예은의 음악에는 뮤지컬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작업을 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부분이 있었다. 대중음악은 정형화된 폼이 있는데, 뮤지컬 음악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제가 간과했던 멜로디나, 반주 같은 부분을 감독님이 많이 수정해주셨다"고 작업 과정을 이야기했다.


양지해 음악감독은 "저도 작곡을 하는 입장에서, 예은이는 워낙 색깔이 뚜렷한 친구이기 때문에 거기에 말을 덧붙이고 싶지 않았다. 만들어진 곡을 수정하는 것보다는 아이디어를 보태는 부분에 있어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 제가 뭔가를 제안하면 돌아오는 답은 항상 '좋습니다'였다.(웃음) 그래서 저도 마음 편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안예은 작곡가의 곡은 뻔하지 않은 느낌이어서 좋았어요. 보통 뮤지컬 음악 작업을 할 때 '내용이 슬프네. 슬프게 써야지' 하는 경우가 있는데, 예은이는 그런 부분을 많이 깨줘서 신선하고 좋았어요. 재미있는 선율도 많고요. 뮤지컬 넘버들이 틀 아닌 틀에 갇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예은이가 그 외의 것들을 보여준 느낌이에요."(양지해 음악감독)


"저는 오히려 제가 대중 음악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뮤지컬 넘버에서도 기존의, 어떻게 보면 뻔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여태 본 뮤지컬들은 대사가 먼저고, 멜로디가 따라가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대사를 전달하는 넘버가 있으면 리듬이 귀에 꽂히는 넘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업을 하면서도 '이게 맞나?'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죠. 그래도 창작진분들께 곡을 전달하면 항상 박수 이모티콘과 하트 이모티콘을 보내주셔서,(웃음) 믿어주셔서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안예은 작곡가)


[컬처노트③]안예은·양지해, '처음'이 지닌 뜨거움


이러한 믿음과 상호보완의 과정 끝에 태어난 '유진과 유진'의 음악에는 위로와 공감이 담겼다. 두 사람 역시 유진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자신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고, 공감한 덕분이다.


양지해 음악감독은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뮤지컬 작업을 하면서 느낀 감정이 또 다르다. 결국에는 선택은 내가 하는 거고, 내가 나를 더 사랑해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고 작품이 지닌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릴 때 음악 학원을 다녔는데, 저도 성까지 같은 친구가 있었거든요. 제가 큰 지해고, 다른 친구가 작은 지해였어요. 저도 중학교 때 엄마랑 싸우고 잠깐 가출을 한 적도 있고요.(웃음) 그래서 제 학창 시절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양지해 음악감독)


[컬처노트③]안예은·양지해, '처음'이 지닌 뜨거움


안예은은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 작품인데, 밝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걱정이 많이 됐다. 저는 태생적으로 우중충한 사람인데(웃음) 이 작업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넘버에 담긴 여러 감정이 있지만, 결국에는 따뜻함으로 연결되는 작품이에요. 아무래도 제가 원래 사용하던 감정만으로는 곡을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니까요."(안예은 작곡가)


'유진과 유진'의 넘버들은 넓은 음역대로 쓰여 다채로운 매력을 전할 예정이다. 배우들도 '부르는 맛이 있는 넘버'라는 평을 했다는 전언이다. 안예은은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의 화음이 계속해서 교차하는 느낌이다. 한 사람은 계속 높은 음을 부르고, 다른 사람은 계속 낮은 음을 부르는 구조를 좋아하지 않는다. 화음을 빼고, 한 사람만 불러도 노래가 되는 멜로디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미운 오리 새끼'라는 넘버를 쓰면서 가장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춘기를 묘사하는 넘버인데 자칫하면 '어려서 그래'라고 치부하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귀엽거나, 밝게 느껴지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 넘버를 어떻게 들어주실지 제일 궁금합니다."(안예은 작곡가)


[컬처노트③]안예은·양지해, '처음'이 지닌 뜨거움


두 명의 연주자가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는 것도 '유진과 유진'의 특징이다. 양 감독은 "유진이와 유진이의 이야기이니, 연주자도 두 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주자들도 또 다른 유진이처럼 보이길 바랐다. 그래서 연주자들도 약간의 대사를 함께할 예정이다. 실험적인 요소가 꽤 들어갈 것 같다"고 개성 넘치는 무대를 예고했다.


여성의 이야기를, 오롯이 여성으로만 꾸려진 창작진이 선보인다는 점도 뜻깊다. 책,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여성 서사 작품에 대한 관심을 꾸준하게 표출해온 바 있는 안예은은 "동성의 주인공이 무언가를 해낼 때 관객이 느끼는 쾌감이 남다르고, 인물에 이입하는 정도도 다르다는 생각"이라며 "이렇게 전부 여성인 팀에서 작업을 하는 건 처음이다. 안정감이 느껴진다"고 호흡을 맞추는 소감을 이야기했다.


양지해 음악감독은 "몇 년 전에 한 창작 지원 사업의 면접을 본 적이 있다. 마지막 질문이 '너는 무슨 작품을 하고 싶냐'는 것이었는데, '여자들이 많이 나오는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심사위원분들이 빵 터지시더라. 모두가 공감하고 그 필요성을 느끼지만, 도전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몇 년이 지난 후 그런 작품을 제가 하고 있다는 게 뜻깊다"고 미소 지었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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