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노트③]이영미·유연, 선물처럼 찾아온 엠마

최종수정2021.06.24 09:16 기사입력2021.06.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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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이영미·유연 인터뷰
초연 이어 재연 무대 오르는 유연
이영미 "엠마는 우연히 찾아온 선물"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이영미, 유연에게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더없이 소중한 작품이다. 작품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맺히고, 애틋한 성장을 보여주는 인물과 마주하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렇게 선물처럼 찾아온 엠마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는 두 사람은, 엠마의 아픔에 마음 깊이 공감하고, 그의 성장에 힘을 싣기 위해 오늘도 발을 내디딘다.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세상과 고립된 삶을 택한 엠마가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두 사람은 주인공 엠마 역을 맡아 애틋한 성장기를 그려낼 예정이다.


초연에 이어 다시 한번 엠마를 연기하게 된 유연은 "저에게 엠마는 정말 아픈 캐릭터였다. 다시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았고, 그래서 늘 그리웠다. 이 작품을 언급할 때면 항상 목이 메었다. 아픔을 묻어두고 살았다가 결국에는 스스로 치유하고 성장하는 이야기이지 않나. 저도 엠마를 만나 치유 받고 성장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고, 다시 공연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누구보다 기뻤다"고 작품을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컬처노트③]이영미·유연, 선물처럼 찾아온 엠마


이번 시즌 새롭게 작품에 합류하게 된 이영미는 "아무리 하고 싶어도 닿지 않는 작품이 있고, 이렇게 우연히 저에게 날아드는 작품이 있다. 엠마는 우연히 제게 도착한 선물 같은 캐릭터"라고 엠마라는 인물을 만난 소감을 전했다.


이어 "쉽게 만날 수 없는 역할이다. 예전에는 나이가 많은 역할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제는 중년 여성 캐릭터를 통해 받아들일 수 있는 또 다른 감정과 느낌이 있다는 생각이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왜 이런 감정이 드는지 훨씬 공감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멋진 역할이 중요했는데, 결혼 후에는 멋지기만 한 역할은 매력적이지 않더라고요. 과거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냉소적이었는데 이제는 세상에 연민이 많이 생겼거든요. 내게 중요한 건 아이고, 가족이니까. 한 아이의 엄마로서, 엠마를 표현한다는 게 지금의 내게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제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엠마에게 다가가지 못했을 것 같아요."(이영미)


작품은 많은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엠마가 초연에 비해 한층 더 단단한 면모를 보이며 성장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유연은 "많은 부분이 바뀌었지만, 그 역시 엠마의 삶의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초연 때는 관객분들이 배우의 연기를 보고 상상하고 유추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번에는 엠마의 삶이 조금 더 실제적으로 보여진다. 관객분들에게 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시즌 유연이 선보이는 엠마 역시 '자생'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초연 당시 제가 생각했던 엠마는 문을 열기 전까지 죽어가는 엠마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엠마가 스스로 일어나는 부분에 조금 더 중점을 둔다. 제 삶의 가치관과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저 역시 스스로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엠마와 맞닿아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한회 한회 공연을 할 때마다 성장하는 느낌이 들어요. 공연을 마치고 나면 힘든 게 아니라, 개운하고 기분이 좋았죠. 제게 있던 힘듦이 사라지고 치유받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번에도 그런 공연이 됐으면 좋겠어요."(유연)


[컬처노트③]이영미·유연, 선물처럼 찾아온 엠마

[컬처노트③]이영미·유연, 선물처럼 찾아온 엠마


이영미 역시 "작품 자체에 치유와 정화의 느낌이 있다. 내가 마음껏 울어도 된다고 허락을 받은 듯한 느낌이다. 엠마의 이야기지만,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아픔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 무언가가 얹혀있는 분들이 보시면 괴로움을 잊을 힘을 얻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이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와 함께하며 가장 크게 마주한 키워드는 '가족'이다. 남편과 딸에 대한 아픔이 있는 엠마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마주할 때면 눈물이 터져 나온다.


이영미는 "가족을 떠올릴 때의 감정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나. 이 여자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이 외로운 생활을 길게 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엠마를 떠올리면 소스라치게 외로운 감정이 밀려오는데, 그게 그를 이해하는 첫 단계였다"고 눈물 지었다.


이처럼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삶의 희망을 잃고 하루하루 죽어가던 엠마가 살아갈 힘을 되찾고 집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작품이다. 엠마를 연기하며 삶의 다음 페이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유연은 "시기가 맞아서 그런 건지, 엠마를 연기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다음 삶의 플랜에 대한 생각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엠마가 스스로 일어나듯이 저도 누군가를 잘 일으켜 주고, 케어해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첫 번째 목표는 좋은 배우들을 만나 도와주고 싶다는 것이고, 두 번째 목표는 버려진 동물들의 가족이 되어 삶의 마지막을 함께해주는 것"이라고 주변을 향한 사랑이 가득 묻어있는 목표를 밝혔다.


[컬처노트③]이영미·유연, 선물처럼 찾아온 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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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대에 서고 있는 이영미는 "한 2년 전부터 내가 여자로서, 또 배우로서 나이를 먹고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하루하루 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지면서 우울해지는 시점이 오더라. 그러면서 조금씩 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러면서도 동시에 80, 90살이 될 때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살면서 포기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는데, 연기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일을 안 하면 내가 오롯이 서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아니더라.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물러서야 하는 것을 인정하는 과정에 있다"고 깊이 있는 고민을 꺼내놨다.


지난 2018년 초연 당시,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중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 후로 3년이 지난 지금, 공연계에는 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작품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근 '베르나르다 알바', '리지' 등 여성 배우들만 출연하는 작품의 무대에 올랐던 이영미는 요즘의 흐름이 더욱 뜻깊다.


그는 "2006년에 공연했던 '밴디트'도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그때는 그렇게 많은 관객을 모으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은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작품을 선호하시지 않나. 확실히 관객분들이 원하는 게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는 과도기이긴 하지만,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컬처노트③]이영미·유연, 선물처럼 찾아온 엠마


유연은 "초연 때도 했던 말이지만, 이 작품이 시발점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엠마처럼 아픈 이야기가 아닐지라도,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 이 작품이 롱런해서 많은 배우들이 엠마를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후배들이 엠마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배턴을 넘겨주고 싶다. 그래서 이 작품을 꼭 지켜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잖아요. 이미 알고 있는 얘기지만 엠마를 통해서 또 한 번 느끼게 되더라고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각박한 세상이지만,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를 보시고 나를 사랑해주고 걱정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따뜻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유연)


"나를 생각해주고 이해해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본인이 그 한 명이 되는 건 어떨까요? 엠마가 로봇을 통해서 아픔을 인정하고 희망을 품은 것처럼,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를 보신 관객분들도 누군가에게 로봇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이영미)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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