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노트②]윤상원 연출, 관객에게 건네는 명함

최종수정2021.06.30 18:50 기사입력2021.06.3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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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인도 탈출기' 윤상원 연출 인터뷰
본인의 청춘 묻어난 세 캐릭터
"날 설명해 주는 명함 같은 작품"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윤상원 연출은 '무인도 탈출기'를 "명함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힘든 청춘을 보낸 자신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게을러 보여도 좋은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는 작가 지망생 동현에게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봉수에게도 윤 연출의 흔적이 묻어있다.


윤 연출은 "6년 정도 극단 생활을 했는데, '무인도 탈출기'는 제 지인을 넘어서 일반 관객분들까지 좋아해 주신 첫 작품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문득 작품을 통해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일이 없어서 반지하 방에 누워있었는데, 이적의 '달팽이'가 떠오르면서 반지하 방에서 바다를 상상하는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무인도 탈출기'를 처음 구상하던 때를 회상했다.


"빨리 뭔가를 이뤄야겠다는 조급함이 다들 있잖아요. 예전에는 혼자 낙오되는 기분이었어요. 극단을 만들었는데 돈만 쓰게 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고 느낄 정도였죠. 그런데 또 가만히 있으면 자책하게 되니까, '뭐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에 뚜렷한 이유 없이 열심히 사는 상황들이 봉수와 동현이라는 캐릭터의 시작이 됐어요."


[컬처노트②]윤상원 연출, 관객에게 건네는 명함


본인의 모습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모습에서도 많은 부분을 따왔다. 연애를 어려워했던 친구의 모습이 봉수의 일부분이 됐고, 열정과 권태를 오가는 동현의 모습은 윤상원 연출의 친형으로부터 나왔다.


수아는 10년간 열애 중인 여자친구에게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윤 연출은 "여자친구에게 '꿈이 왜 없냐'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때 여자친구가 '나는 꿈이 없는 게 아니라 꿈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실에서 비롯된 캐릭터들은 배우들을 만나 더욱 풍성해졌다. 윤 연출은 "배우들이 해석한 모습들이 인물에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배우가 새롭게 들어오면 캐릭터에도 생명력이 한 번 더 생긴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 작품을 쓸 때는 제가 생각했던 인물들의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배우들을 만나면서 더 많은 매력이 생겼다. 제 모습, 제 주변인들의 모습이라기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웃었다.


애초 연극으로 시작했던 '무인도 탈출기'는 지난해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윤상원 연출은 "연극은 템포가 빠른 느낌이 있었다. 음악의 도움을 받으면 현실적인 부분과 상상하는 부분의 변화를 확장해서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인물들이 꿈을 꾸거나 상상을 할 때, 혹은 사랑에 빠졌을 때 음악이 나올 수 있게 했다"고 이야기했다.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면서 마음이 급해졌었어요. 이 시대에 말하고자 하는, 말해야 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무인도 탈출기'의 이야기는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았거든요."


[컬처노트②]윤상원 연출, 관객에게 건네는 명함


윤상원 연출은 '무인도 탈출기'를 통해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그는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것, 상상만으로도 행복하고, 거창하지 않은 꿈을 가지는 것도 소중하다는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좋겠다. 남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게 되면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인도 탈출기'를 선보이며 자신의 꿈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을 터. 윤상원 연출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과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내는 것'이다. 그는 "가족들과 여자친구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또 스스로를 너무 옥죄이지 말고, 부담 갖지 않고 하루하루 만족스럽게 살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어느 순간 공연을 만들고 이야기를 만드는 건 꿈이라기보단 직업이 됐더라고요. 큰 꿈이 있다면, 정말 오래도록 기억되는 마스터피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차곡차곡 쌓아나가다 보면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 희망을 품고 달려가는 순간 자체가 소중한 것 같아요."


[컬처노트②]윤상원 연출, 관객에게 건네는 명함


개인적인 목표를 넘어, 창작자로서 마주한 고민도 깊이가 남다르다. 윤 연출은 "최근 작가, 프로듀서가 모여 콘텐츠 회사를 만들었다. 서로를 응원하면서 글을 쓰고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며 "많은 작가, 작곡가, 피디들이 작품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저도 선배들에게 기회를 받아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저도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그렇게 마음이 맞는 작업을 한다면 더 즐거울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거짓말을 하지 말자'. 연출이자 작가로서의 신념 역시 진솔하다. 윤상원 연출은 "내가 진심으로 느끼는 것들만 쓰고 싶다.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 제 작품을 많은 분들이 아껴주고, 사랑해주시는 것이 감사하고 소중해서 관객분들을 속이고 싶지 않다"고 깊은 속내를 꺼내놨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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