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저세상 텐션 '비틀쥬스', 유령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공연리뷰]저세상 텐션 '비틀쥬스', 유령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최종수정2021.07.11 19:21 기사입력2021.07.1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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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 리뷰
두 차례 개막 연기 끝에 드디어 개막
환상적인 무대 연출과 화려한 조명이 매력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저 세상' 텐션을 자랑하는 뮤지컬 '비틀쥬스'가 드디어 한국 무대에 상륙했다. 공연이 올려지는 세종문화회관에 들어설 때부터 어두침침한 조명과 곳곳에 묻어있는 비틀쥬스의 흔적이 심장을 뛰게 하더니, 객석에 입장하면 공연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몽환적인 음악이 울려 퍼지는 비틀쥬스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게 막이 오르고, 150분간의 공연이 끝나면 흥겨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당장이라도 비틀쥬스의 이름을 세 번 부르고 싶어진다. 그러면서도 가슴 한편에는 삶과 죽음, 공존과 외로움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가 남는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유령이 된 부부 아담과 바바라가 자신들의 집에 낯선 가족이 이사 오자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유령 비틀쥬스와 벌이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98억 년을 살아온 비틀쥬스는 자신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소녀 리디아를 만나고, 그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바로 자신의 이름을 세 번 불러 달라는 것. 산 사람이 비틀쥬스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면 그때부터 이승의 사람이 비틀쥬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틀쥬스와 리디아는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협업한다.


[공연리뷰]저세상 텐션 '비틀쥬스', 유령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를 배경으로 하는 '비틀쥬스'는 국내 초연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브로드웨이에서 초연을 올린 지 2년밖에 안 된 핫한 신작이기 때문. 더군다나 전 세계에서 최초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인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기다림의 시간도 길었다. 애초 지난달 18일 개막 예정이었던 '비틀쥬스'는 안정적인 무대를 위해 개막을 두 차례 연기해 관객을 애타게 했다. 연기 끝에 드디어 처음 막을 올리게 된 지난 6일에는 티켓 발권 문제로 인해 관객의 입장이 지연되면서 공연이 15분가량 늦게 시작하기도 했다. 다사다난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공연의 시작과 동시에, '기다린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무대와 조명, 연출은 그 어떤 작품보다 화려했고, 흥겨운 넘버들은 절로 어깨춤을 유발했으며, 각 캐릭터와 하나가 된 듯한 배우들의 열연은 작품의 중심을 잡았다.


'비틀쥬스'의 무대는 말 그대로 '유령의 집'이다. 거대한 뱀이 양옆에서 튀어나오고, 세종문화회관 무대를 가득 채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퍼펫도 등장한다. 비틀쥬스가 9명으로 복제되기도 하고, 그의 손끝에서 불꽃이 피어나기도 한다. 쉴 새 없이 번쩍이는 조명도 작품의 매력이다.


[공연리뷰]저세상 텐션 '비틀쥬스', 유령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죽은 자가 꾸미는 무대인데, 더없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비틀쥬스'의 대부분 사건이 집 안에서 펼쳐지기에 무대는 집을 기반으로 거실, 다락방, 침실 등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한다. 장면 대부분이 집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비틀쥬스'는 장면마다 집의 특징과 형태를 화려하게 바꾸며 관객에게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번 공연에는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의 무대를 그대로 옮겨와 한층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데, 다만 이로 인해 광활한 세종문화회관의 무대 양옆을 여유롭게 사용하지 못해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작품 전반에 녹아든 미국식 유머 코드를 한국 정서에 맞게 수정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도 엿보였다. 비틀쥬스가 "VIP석과 R석 사이 시야제한석 같다"며 본인의 존재를 유쾌하게 비유하고, "핸드폰 안 끄면 나한테 죽는다"는 등 끊임없이 관객에게 말을 건네 제4의 벽을 깨면서 관객에게 새로운 웃음을 안긴다.


화려한 무대를 쉴 새 없이 누비는 배우들의 활약도 빛난다. 비틀쥬스 역의 정성화는 첫 공연부터 캐릭터에 푹 빠진 모습으로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한 비틀쥬스의 매력을 무대에 펼쳐냈다. 리디아 역의 홍나현은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로 세종문화회관을 가득 채웠다. 델리아를 연기하는 전수미의 톡톡 튀는 매력도 인상 깊었다.


'비틀쥬스'는 오는 8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사진=CJENM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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