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네 잘못이 아니야"…등 토닥거려주는 뮤지컬 '유진과 유진'

[공연리뷰]"네 잘못이 아니야"…등 토닥거려주는 뮤지컬 '유진과 유진'

최종수정2021.07.16 19:00 기사입력2021.07.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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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유진과 유진' 리뷰
상처를 치유해가는 두 유진의 이야기
이기쁨 연출·안예은 작곡가 참여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어른이 된 두 명의 유진이 자신들의 과거를 마주한다. 아프지만, 아프지만은 않다. 마구잡이로 할퀴어진 상처를 찬란하게 극복한 두 사람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유진과 유진'은 연대하고, 치유하고, 성장한 두 유진의 이야기를 통해 두 유진과 닮은 상처를 지닌 이 세상의 모든 '유진이들'의 등을 토닥거리며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위로를 전한다.


뮤지컬 '유진과 유진'(연출 이기쁨, 제작 낭만바리케이트)은 중학교 2학년이 된 첫날 같은 반에서 만난 두 명의 유진이 과거의 사건을 마주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 청소년 문학의 대표주자 이금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이 두 유진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것과 달리, 뮤지컬은 '사이코 드라마' 형식을 차용해 어른이 된 두 유진이 직접 자신들의 과거를 재현하는 방식을 통해 중학교 시절을 겪은 관객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한다.


[공연리뷰]"네 잘못이 아니야"…등 토닥거려주는 뮤지컬 '유진과 유진'


밝고 털털한 성격을 지닌 큰 유진과 조용한 모범생 작은 유진. 중학교 2학년이 된 첫 날, 작은 유진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큰 유진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작은 유진이 답답하기만 하다. 반대로 작은 유진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접근하는 큰 유진이 부담스럽다.


그렇게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고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작은 유진의 기억 저편에 숨겨져 있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큰 유진과 함께 겪었던 유치원 시절의 상처다. 끝없는 혼란 속에서 비로소 상처를 마주한 작은 유진은 괴로움에 빠지기도 하지만, 춤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고 큰 유진을 통해 위로받으며 더욱더 단단해진다.


밝아 보이기만 하던 큰 유진의 삶에도 상처는 있다. 큰 유진은 남자친구 건우를 만나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건우의 엄마에게 유치원 시절의 사건으로 인해 '그런 애' 취급을 받으며 이별하게 된다. 본인의 잘못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외면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지고 눈물을 터트리는 큰 유진의 모습은 현실과 맞닿아있어 더욱 깊은 안타까움을 안긴다. 하지만 큰 유진 역시 가족의 응원, 작은 유진과의 교감으로 한층 성장한다.


'유진과 유진'에서 두 유진의 삶을 구분 지은 것은 아이들의 상처를 마주하는 가족의 태도다. 큰 유진의 가족은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로 큰 유진의 상처를 사랑으로 채웠다면, 작은 유진의 가족은 그 고통을 나누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고, 작은 유진은 견뎌낼 수 없는 고통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기억을 지운다. 이처럼 가족, 특히 엄마를 향한 반대되는 감정을 지닌 두 유진이 결국 스스로 엄마의 입장이 되어보며 비로소 엄마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상처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한없이 애틋하게 다가온다.


이렇듯 '유진과 유진'은 '아동 성폭력'이라는 다소 민감한 소재를 피해자를 향한 진심 어린 위로와 공감의 시선에서 다룬다. 두 사람의 고통을 섣부르게 전시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같은 상처를 지닌 두 명의 유진이 서로 연대하고 위로하면서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고, 삶의 뿌리를 더욱 깊게 내리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도 희망과 용기를 준다.


[공연리뷰]"네 잘못이 아니야"…등 토닥거려주는 뮤지컬 '유진과 유진'


'유진과 유진'은 이기쁨 연출을 필두로, 개성 넘치는 세 명의 여성 창작진이 탄생시킨 작품이다. 김솔지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본격적으로 작가로서의 발걸음을 내디뎠고, 자신의 색채를 가득 담은 곡을 주로 선보이던 싱어송라이터 안예은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 작곡에 도전했다. 여기에 '데미안', '어린왕자' 등의 작품으로 실력을 쌓아온 양지해 음악감독이 함께한다.


이렇게 네 사람의 힘이 모인 '유진과 유진'은 탄탄한 텍스트를 뒷받침하는 차분한 연출과, 기존 뮤지컬 넘버와는 다른 색채감을 지닌 음악들로 관객의 몰입을 높였다. 이와 더불어 책상과 의자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배경을 구분하는 무대와,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영상 사용까지, '유진과 유진'은 곳곳에 노력의 흔적이 묻어나는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이다.


특히 음악적인 측면에서 색다른 매력을 전하기 위한 깊은 고민이 드러난다는 점이 인상깊다. 피아노와 첼로로 이루어진 2인조 밴드가 직접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해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두 연주자가 때로는 극 중 인물이 되어 이야기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다. 종이 찢는 소리 등 무대에서 즉흥으로 소리를 만들어 이를 쌓아 올리는 '루프 스테이션' 기법을 도입했다는 점도 '유진과 유진'만의 매력이다.


무대를 이끌어 가는 배우들의 활약도 빛났다. 강지혜는 큰 유진의 밝고 당당한 모습부터 엄마와의 갈등으로 인해 눈물을 터트리는 모습까지 폭 넓은 감정을 풍부하게 그려냈다. 임찬민은 작은 유진이 겪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눈빛과 표정으로 표현하는 것은 물론, 점점 단단해져 가는 그의 성장기를 섬세하게 그려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캐릭터 프리'에 도전한 임찬민이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을 모두 연기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유진과 유진'은 오는 8월 22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공연된다.


사진=낭만바리케이트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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