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정원, 어제보다 오늘 더 빛나는 '시카고'

최종수정2021.05.02 14:00 기사입력2021.05.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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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 최정원 인터뷰
2000년부터 21년째 '시카고'와 함께
록시 하트에서 벨마 켈리로
"관객과 소통하는 '입술' 같은 작품"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2시간 반 공연을 하려면, 2시간 반 동안 예열을 해야 하거든요. 매일 노력하는 삶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는데, 저는 그 스트레스가 절 행복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다니까.(웃음) 퇴보하지 말자는 생각을 늘 해요. 어제보다 오늘이 나빴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배우 최정원이 뮤지컬 '시카고' 무대로 또 한 번 돌아왔다. 21년이나 함께 해왔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모든 걸 쏟아낼 수 있는" 작품이다. 21년간 '어제보다 오늘 더' 발전한 최정원의 '시카고'는 한없이 깊고, 더없이 반짝인다.


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쿡카운티 교도소에서 만난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의 이야기를 다룬다. 스타를 꿈꾸는 록시 하트가 보드빌 배우이자 교도소 최고의 스타 벨마 켈리의 인기를 빼앗아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무대에 펼쳐낸다.


[인터뷰]최정원, 어제보다 오늘 더 빛나는 '시카고'


1975년 처음 무대화됐고, 국내에서는 2000년 초연을 올렸다. 최정원은 초연부터 지금까지, 21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카고'의 모든 시즌과 함께했다.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시카고'를 만난 최정원은 "왜 이렇게 새로운 작품을 만난 것처럼 설레는지 모르겠다. 코로나 속에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감사함 덕분에 더 많이 훈련받고, 많이 분석했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무대에 올랐는데, 그동안 대본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이번에는 많이 발견했다. 연습 때부터 푹 빠져 있었다. '시카고'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보석 같은 작품"이라며 미소 지었다.


"'시카고'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인 부분이 와닿더라고요.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요. 저는 사랑을 빼놓고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시카고'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인간으로서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 하지만 혼자일 수밖에 없는 사람을 치유해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터뷰]최정원, 어제보다 오늘 더 빛나는 '시카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작품과 함께한다는 것. 배우로서도 뜻깊은 일이다. 최정원은 "엄청난 일이다. 내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나. '이번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초심을 항상 가지려고 한다. 작품을 선택할 때 심혈을 기울인다. 작품을 통해 내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배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른 개가 넘는 작품을 했는데, 단 한 번도 '내가 이 작품을 왜 했을까'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시카고'와 '맘마미아'는 제 오른팔, 왼팔이에요. 떼어낼 수가 없죠.(웃음) 어렸을 때는 양쪽 팔이 예뻤다면, 이제는 나이가 들면서 스키니해졌지만 오히려 여러 감각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게 된 느낌이랄까. 어렸을 때의 제가 흉내 내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게 돼서 계속 도전하고 싶은 것 같아요."


'시카고' 포스터에 자신의 이름이 없으면 "살아있지 않다고 느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여전히 작품을 향한 애정이 깊다. 최정원은 "어느 순간에는 무대에서 내려와야겠지만, 아직도 '시카고'에 대한 사랑이 크다. 3년 전보다 더 많이 채워졌다"고 눈을 반짝였다.


[인터뷰]최정원, 어제보다 오늘 더 빛나는 '시카고'

[인터뷰]최정원, 어제보다 오늘 더 빛나는 '시카고'


최정원은 초연 당시 록시 하트 역을 맡아 무대에 선 바 있다. 출산 이후 올랐던 무대이기에 조금의 걱정도 있었지만, 이는 기우였다. 그는 록시 하트로서 화려하게 무대를 꾸미며 관객을 사로잡았고, 그해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최정원은 당시를 떠올리며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느낀 많은 감정들이 무대에서 도움이 됐다. 당시에는 관객분들이 웃고, 우는 모습을 보며 록시를 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 두 인물로서 살아본 최정원은 대중의 관심을 갈구하고, 새로운 스타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무대에 서기 위해 살아가는 인생이지 않나. 특히 'Razzle Dazzle' 넘버가 배우의 인생을 다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쇼를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겠나. 연습실에서 그 장면을 연습하는 걸 보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배우에게 돈보다 귀한 게 관객의 박수다. 관객이 없는데 무대에 설 수는 없을 것"이라고 무대를 향한 애정을 표현했다.


"저를 치유해주는 건 관객분들이거든요. 관객분들에게나 제 동료들, 주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분석하고, 많은 걸 경험하고,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해요."


[인터뷰]최정원, 어제보다 오늘 더 빛나는 '시카고'


여성 서사를 다룬 작품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요즘, '시카고' 역시 두 명의 여성 배우가 이끌어가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최정원은 "어떤 무대에도 여성은 항상 있다. 최근 '시카고' 뿐만 아니라 '위키드', '베르나르다 알바', '포미니츠' 등의 작품이 있지 않나. 여성 배우들이 합심하면 멋진 일이 생긴다는 게 좋다"고 미소 지었다.


"제게 '시카고'는 '입술'이에요. 우리가 입술을 움직여야 소통할 수 있는 것처럼, 뮤지컬 배우로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소중한 작품이거든요. 언제까지 '시카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무대를 지키면서 많은 여성 배우에게 힘이 되는 길을 닦아놓고 싶어요."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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